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하는 군부 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촉구하는 국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국내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619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3월12일에 발표한 제재에 따른 대응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국제개발협력 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라”고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얀마에 대한 신규 국방·치안 협력을 중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유·무상 개발협력사업 중단도 검토하겠다고 독자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나 일정, 군부와의 연관성 판단 기준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구체적인 제재안 촉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부터 참여연대, 해외주민운동연대, 발전대안 피다 등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시민단체모임(이하 시민단체 모임)’을 꾸리고 정부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시민단체모임은 “미얀마 군경과의 교류 중단, 무기 수출 중단, 개발협력사업 재검토 등은 매우 합당하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ODA를 포함한 경제협력 자금이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강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각각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협력해 사업을 벌여 왔는데, MEHL과 MOGE가 군부의 핵심적인 돈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MEHL은 1991년부터 20년간 배당금으로 약 20조1240억원(180억 달러)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이 중 약 17조 8880억원(160억 달러)이 미얀마 군부로 송금됐다. 쿠데타의 중심인 민 아웅 훌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MEHL의 대주주다.
ODA 사업의 경우, 의료물자 지원 등 인도주의적 사업도 있지만 다리나 송전망을 건설하는 등 인프라 사업은 정부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다 보니 군부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공여국들이 미얀마 군부 압박 카드로 ODA 중단도 고려하는 이유다.
미얀마에 연간 약 2조원 규모의 국제개발협력 자금을 제공하는 일본은 시민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얀마에 대한 신규 ODA 제공은 없으며 실시 중인 사업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본의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계속해서 경제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겸 정부 대변인 발언으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지난 1일 시민단체들이 외무성 앞에서 항의성 집회를 열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아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답해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반면 네덜란드연기금 운용사 APG나 노르웨이연기금 등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미얀마 군부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포스코 지분을 5%가량 보유한 APG는 지난 5일 “포스코 지분이 책임투자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많은 투자자가 (포스코에 대한 압박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6일 포스코는 합작 철회를 고심한다는 발표를 즉시 내놨다.
투자자 압력에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끊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중앙은행기금운용국이 일본 맥주업체 기린홀딩스를 미얀마 군부와 협력을 이유로 투자 철회 가능 검토 리스트인 ‘워치리스트’에 포함하자 기린은 즉시 군부와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각국 시민사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를 압박할 전망이다. 메콩워치 등 시민단체는 오는 9일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추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모임 관계자도 “현재 정부에 질의하고 회신을 기다리는 상태”라며 “회신이 오지 않거나 제재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