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⑥] 비영리·공익법인 설립하고 싶다면 ‘기본재산제도’부터 이해하자

기본재산제도 A to Z (1)

“비영리법인 설립에 ‘자본금’이 최소 얼마나 필요한가요?”
필자 주변에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에서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해 검색해 보면, 비영리 전문 법무사들도 흔히 자본금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에는 자본금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아직 생소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비영리·공익법인에 관한 규정 중에 ‘기본재산제도’라는 것이 있다.

영리기업의 ‘자본금’, 비영리 분야에선 ‘기본재산’으로 써야

자본금이란 영리기업의 소유자 또는 소유자라고 생각되는 자가 사업의 밑천으로 기업에 제공한 금액을 말한다. 이를 개인기업에서는 통상 ‘출자금’이라 부르고, 주식회사는 ‘자본금’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출자금이나 자본금을 낸 사람들은 소유자 또는 주주라 불린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에 대해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지분·주식을 다른 사람에서 매각하거나 기업을 청산할 때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다. 또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비영리·공익법인에서는 ‘출연’(출자가 아님)된 ‘재산’에 대해 배당이나 잔여재산의 분배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출연자가 비영리·공익법인 운영에 참여하는 것도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영리·공익법인에서는 이른바 ‘출연금’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민법상에서는 이를 ‘출연재산’ 혹은 ‘자산의 총액’이라고 칭하며, 공익법인법상에서는 ‘기본재산’이라고 부른다. 

우선 민법에서 쓰는 ‘출연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되는데, 영리법인의 자본금에 해당하는 용어는 기본재산만을 의미하며 보통재산은 제외된다. 기본재산은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재산 ▲정관과 법인등기부에 등재되는 재산 ▲법인의 존립기초가 되는 재산 ▲비영리·공익법인의 목적달성을 위해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재산 등을 이른다.

‘자산의 총액’이라는 용어는 민법상 비영리 법인의 필수 등기사항 중 하나로, 실무에서는 기본재산의 금액이 자산의 총액으로 등기부에 등재된다. 회계상 ‘자산총액’이란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의 자산의 총합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등기요소의 하나인 ‘자산의 총액’은 기본재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민법상의 ‘자산의 총액’이라는 용어는 ‘출연기본금’ 또는 ‘기본금’등의 용어로 바뀌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공익법인법상의 ‘기본재산’이라는 개념은 1975년 관련 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일본의 행정지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공익법인법은 재단법인과 사단법인 모두를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된 대상은 재단법인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공익법인법이나 세법 개정에 있어서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은 서로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

비영리·공익법인 설립 기본재산, 일반적으로 5억원 이상

기본재산(基本財産)을 영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국세청 용어사전에서는 기본재산을 ‘income-producing assets’이라고 쓰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법인 등의 사업경영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라는 의미이며, 주식회사 등의 자본금에 상당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비영리분야에서는 재단법인이 유지해야 하는 재산을 말한다. 이런 취지를 보면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은 ‘Endowment Capital’(기부 기본자본)로 쓰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단법인도 최소한의 기본재산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주무관청은 사단법인도 최소한의 기본재산이 필요하다는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몇 해 전부터 기본재산 없이도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내주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인 사안이다. 사단법인은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재산이나 법인의 존립기초가 되는 기본재산이 필요 없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행은 법무부의 업무 편람에서도 확인되며, 전국의 모든 행정기관에 확대 적용돼야 한다.

비영리법인 또는 공익법인을 설립할 때 주무관청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본재산은 얼마일까? 주무관청에 따라 요구하는 기본재산 규모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출연할 기본재산이 5억원 이상 돼야 한다. 단 종교 목적 사단법인의 경우 지자체별로 다른데, 경기도는 5000만원, 서울은 30억원 이상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비영리법인의 기본재산 기준을 보면, 민법에 의한 사단법인은 기본재산이 없어도 된다. 하지만 공익법인법에 의한 사단법인의 경우 1억원 이상 필요하고, 재단법인은 5억원 이상이다. 출연재산의 기준액은 ‘그 수익으로 법인이 목적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순수익이 출연재산 기준액에 대한 정기예금 이자소득 이상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미국과 프랑스는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이나 최소 기본재산의 제한이 없다. 독일은 재단법인에 관해 민법에는 최소한의 기본재산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각 주(州)에서 최소 5만유로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행정지도가 있었지만, 지난 2006년 공익법인제도 개혁으로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제도를 없애고, 최소 순자산제도를 도입했다.

기본재산 증액될 때는 등록세·지방교육세 납부해야

기본재산의 규모가 변동될 때 적용되는 규정도 있다. 보통재산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할 경우, 납부해야 하는 등록세가 대표적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보통재산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하면서 등기부상의 ‘자산의 총액’이 증액되면, 그 증액되는 금액에 대해 등록세 및 지방교육세(일반적인 경우는 0.24%, 중과세인 경우는 3배 할증해 0.72%)를 납부해야 한다. 영리법인들의 설립 또는 자본금의 증액에 대해 등록세를 납부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등록세 과세표준은 ‘납입한 출자총액 또는 재산가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고, 비영리법인에는 ‘재산가액’이라는 용어가 등록세 과세표준이 된다. 실무상으로는 기본재산이 등록세 과세표준이 된다. 다만 이에 관한 조세 쟁송 사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구성비율은 어떻게 될까? 이것도 주무관청 및 각 비영리·공익법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어느 주무관청에서는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이 7:3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또 다른 주무관청은 9:1로 정하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보통재산이 과도하게 적립되어 다음해로 이월되는 경우 주무관청에서 그 일부를 기본재산으로의 편입하도록 지시한다. 최근에는 이자율이 낮아져 보통재산으로 목적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공익법인법을 개정, 기본재산을 보통재산으로 전환하여 목적사업에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기본재산은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요건이 무척 까다로울 뿐이다. 이는 기본재산을 ‘비영리·공익법인의 목적달성을 위해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재산’이라고 하고는 현행 법령 취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제도가 오히려 재단법인의 설립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본재산은 ▲독지가가 기부할 때 그 기부목적에 따라 영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그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으로 재단의 목적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일정기간만 사용되도록 하는 경우 ▲기부자가 사용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기부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획일적으로 재단법인의 모든 기부를 기본재산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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