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너무 비싼 전문센터 비전문적 무료센터… 전문적 상담 받기 어려워

美 의료보험에 비용 포함
日 민간센터 적극 활용
호주센터서 헌옷 수거·판매해 운영비로 충당 하기도

우리나라 상담의 역사는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상담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한 사람만 상담을 받는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상담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도 기업 내 상담센터를 열거나 외부상담센터와 연계해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담환경은 지나치게 양분화돼 있다. 전문상담센터는 한 시간에 10만원이 넘고, 무료 전화상담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전문적인 상담이 어렵다. 조선일보 DBㆍ한국생명의전화 제공
우리나라의 상담환경은 지나치게 양분화돼 있다. 전문상담센터는 한 시간에 10만원이 넘고, 무료 전화상담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전문적인 상담이 어렵다. 조선일보 DBㆍ한국생명의전화 제공

문제는 우리나라의 상담 환경이 지나치게 양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문상담센터의 경우 1시간에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해 일반인이 이용하기엔 문턱이 높다. 반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무료상담센터나 24시간 전화상담의 경우 비(非)전공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 어렵다.

현재 사랑의전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용문상담심리대학원의 김선경 교수는 “80년도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상담 전공조차 없어서, 전문가가 활동하기 이전에 전화상담기관이 먼저 활동했다”며 “이후 상담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문가가 배출되긴 했지만, 비전문가와 전문가 체제가 동시에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자격증이 남발되는 것도 문제다. 김 교수는 “최근 청소년 학교폭력 등이 많아지면서, 학교에 전문상담사가 많아지고 있다”며 “미국은 스쿨 카운슬러(School Counselor)라는 자격이 한 개밖에 없는데, 우리는 교육학과·사회복지학과·심리학과·아동복지학과 등 전공별로 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바람에 관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상담비용을 의료보험에 포함시키는 등 전문상담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무료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상담센터의 수준을 높이는 게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한국생명의전화·사랑의전화 등 국내 전화상담기관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예산의 일부분을 지원받고 있지만, 그 규모가 운영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이나 프로젝트 같은 활동은 모두 모금이나 뜻있는 기업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사랑의전화 이수빈 연구원은 “자비로 별도의 교육을 받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 원장은 “일본의 전화상담센터인 ‘이노치노뎅와’는 보건후생성으로부터 1억엔(13억원) 이상의 지원을 받는데, 자살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 전국 40개 센터를 갖춘 민간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며 “129(보건복지부 복지종합콜센터), 120(서울시 종합민원전화) 구축비용의 극히 일부라도, 기존 민간자원의 활용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각 단체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생명의전화 발상지인 호주의 ‘라이프라인센터(Life Line Center)’는 전국에 퍼져 있는 센터를 통해 ‘라이프라인숍’을 운영한다. 각 도시에서 거둬들인 헌옷을 자체 공장에서 수선해 판매하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어 운영비에 충당한다. 하 원장은 “호주 브리즈번 주요 거리에 놓인 라이프라인센터의 헌옷 수거물 박스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호주 정부의 배려와 기관 자체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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