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분석④ <지속가능경영(CSR) 향방 -上>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 당시 대표 발의했던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사회적가치 기본법)’에 등장하는 문구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가치’ 를 ‘사회적경제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실현’으로 정의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와 민간 기업 역할에 반영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새정부 출범 직후 산업계의 핵심 어젠다로 급부상했다. 20대 국회에서 김경수 의원·박광온 의원이 해당 내용을 포함한 사회적가치를 재발의했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사회책임투자·상생 등 지속가능경영 키워드가 정부 정책과 맞물려 강화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심층분석, 제4편은 지속가능경영(CSR) 향방이다.
◇새정부 CSR 압박 거세져···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 수립 예정
산업계를 향한 정부의 CSR 드라이브가 강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CSR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키워드로는 ▲사회적가치 실현 ▲지배구조 개선 ▲사회책임투자 확산 ▲상생 드라이브 ▲지속가능경영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직접 지속가능경영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큰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2018년까지 ‘2030 지속가능발전 국가목표 비전 및 이행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점이 눈에 띈다. 지속가능경영전략이 비단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도 적용돼야할 어젠다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 세부적으로는 2000년 대통령 소속으로 발족됐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사회 및 경제 전반의 지속성과 기후·대기·에너지 정책의 통합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만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미 독일은 2010년 국가 차원의 ‘CSR액션플랜’을 최초로 도입해 기업과 공공 및 행정기관의 사회적책임 확산, CSR 관련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 CSR 활동 증대와 신뢰 확산 등을 목표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는 CSR 관련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를 운영,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모범 기업을 시상함과 동시에 CSR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 및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독일에서 사회적책임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NGO의 감시를 받고 국제사회 및 투자자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CSR액션플랜’ 내용을 바탕으로 2011년 EU 차원의 CSR 전략이 수립됐고, 이를 각 회원국에 ‘자국의 국가액션플랜(NAP)’ 수립을 권고했다. 내년초부터 유럽 국가들의 CSR 액션플랜이 차례대로 발표될 예정이다.
국회 역시 이러한 정부의 드라이브에 부응해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까지 지속가능경영 5개년 종합시책을 수립하고, 연차별 세부계획을 만들어 시행해야한다. 기존 법안에도 ‘정부가 기업의 경제적 수익성·환경적 건전성·사회적 책임성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을 수립 및 시행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한 번도 수립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CSR중소기업 육성 5개년 기본계획(2017~2012)’을 먼저 발표해 CSR 컨설팅 및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CSR 인식개선 캠페인 △중소기업 CSR 연례행사 추진 △사회적책임 모범 소상공인 발굴 및 포상 △CSR·CSV 실천 아이디어 공모전(가칭) 실시 △CEO 및 임직원 대상 CSR 교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산업발전법 개정안에서 ‘5년’으로 시행 주기를 명확히하고,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를 지정해 비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대기업 전반을 향한 CSR 지침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5개년 종합시책이 마련되면, 중소기업의 CSR 기본계획도 상위법을 따라 변화를 거칠 전망이다.
◇‘사회적가치’ 반영한 평가 봇물···정부, 기업 패러다임 전환기
최근 공기업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숫자는 ‘35’다.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가치 항목이 100점 만점에 최대 35점까지 반영될 것이란 소문 때문이다. 실제로 행안부는 지난 10월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에 사회적가치 배점을 35점 내외로 확대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상 5점 내외에 불과했던 ‘전략 기획 및 사회적 책임’ 점수도 대폭 향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경영평가 실시’가 포함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일찍이 예고됐었다.
발빠른 공기업들은 TF를 꾸려 사회적가치 스터디에 돌입했다. 인권, 복지, 사회공헌, 상생 등 기존 제도 및 활동을 재점검하며 사회적가치와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고민을 시작한 것. 총 4조8017억원의 연구예산을 운영하는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지난 20일 공공기관의 사회적책임 실현을 위한 열린혁신 협의체를 출범, 거버넌스 개편·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해관계자 소통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홈페이지에 ‘열린 혁신 소통 플랫폼’도 마련했다.
반면 “설립 목적상 공기업은 공공성을 추구하는데, 별도의 사회적가치 활동을 시도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 공기업은 기재부의 경영평가 지표가 발표되기 전까지 사회적가치 연계 작업을 올스톱한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지난 20일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평가 시스템을 사회적가치를 중심으로 환골탈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월 마지막 주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가치 지표가 확정될 예정이며, 이후 편람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가치를 사회공헌으로 한정짓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평가연구팀장은 “사회적가치 실현이란 인권·노동·반부패· 품질경영·윤리경영·상생 등 사회적책임(CSR)을 강화하는 것으로, 자선활동 및 사회공헌과 동일시해선 안된다”면서 “배점과 가중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동안 사회적책임 요소 중 놓쳤던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각 부처별 업무 및 정책평가에도 사회적가치가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정부업무평가 지표에 일자리 창출(배점 20점)을 신설한 국무조정실은 내년도 평가에 사회적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다. 행안부는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 실시간 이행률을 볼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을 계획 중이란 후문이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효율성·정량적 성과보다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때 사회적가치를 얼만큼 고민하고 반영했는지가 관건”이라며 “부처별 예산과 업무가 최종확정되는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평가 지표 발표 및 논의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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