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한화 예술더하기 9년 임팩트…“예술에 나눔을 더했습니다”

김지예(가명·14)양은 2년 전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늘 의기소침했던 김양의 태도에 친구들은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도움을 받던 복지관 선생님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워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좋은 ‘취미거리’라고 여긴 김양은 복지관에서 매주 한번씩 가야금을 연습했다. 얼마 뒤 학예회 날, 멋진 가야금 연주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친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김양은 이후 자신감있는 태도로 친구들을 대했고 곧 단짝도 만들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김양은 “가야금 연주가 나의 많은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남산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예술더하기에서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한국메세나협회

김양을 도운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한화예술더하기’(이하 예술더하기) 사업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한화그룹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힘을 합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강사와 일일 보조강사로 변신한 한화 임직원들이 매년 지역 복지기관 아동들을 위해 직접 나선다. 임직원들은 운영 기금의 50%를 기부하고, 나머지 50%는 회사에서 매칭 기부한다. 2009년 이후 해마다 3000여명이나 되는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그 결과 전국 125개 아동복지기관에서 2900여명의 어린이가 국악, 클래식 악기 연주, 사진찍기 등 문화예술 교육을 접할 수 있었다.

왜 문화예술교육일까. 김정미 한화사회봉사단 차장은 “힘든 상황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경제적 후원이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회공헌의 특성상, 똑같은 프로그램을 9년씩 지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현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정미 차장은 “문화예술강사의 활동을 3년간 보장하고 연 30회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교육의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려 했다”며 “사업을 진행한 실무자들과 기업 간의 협력과 철저한 분석이 있었기에 지속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화예술강사와 사회복지사, 한국메세나협회 담당자, 한화 임직원 등 100여명이 모여 예술더하기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모임을 매년 개최하고 있어요. 이런 활발한 교류 덕분에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죠. 또 한화 임직원, 참여 아동, 복지사, 강사, 참여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사후 평가 조사를 사업 시작연도인 2009년부터 매년 해왔습니다. 이런 끊임없는 분석과 개선이 더 나은 예술더하기를 만든 셈이죠.”

지난 2015년 서울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화 임직원과 참여 아동이 함께 민화 그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사업 초기엔,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임직원, 복지사, NGO, 문화예술강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장진숙 한국메세나협회 문화사업팀 차장은 “임직원이 예술더하기의 후원자이자 참여자이기에 수업에 참가한 뒤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런 점을 문화예술강사와 복지사에게 오해 없이 잘 설명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수업 전과 후에 임직원, 복지사, 강사와의 교류시간을 만들었다. 갈등이 줄었고, 결과 또한 긍정적이었다.

“수업 전 약 1시간 동안 복지사와 강사에게 해당 수업 내용을 미리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오리엔테이션을 했어요. 수업이 끝난 뒤에는 참여자가 모두 모여 그날의 수업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요. 이런 교류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강사와 임직원 모두 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됐지요.”(장진숙 차장)

지난해 8월 ‘예술인과의 만남’에서 김덕수 국악인에게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한국메세나협회

한화의 예술더하기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또 있다. 사업 초기부터 수혜 대상뿐 아니라 임직원, 협력단체 및 이해관계자 등의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 많은 참여단체와 문화예술강사가 예술더하기 활동 경력을 발판으로 커리어를 쌓거나 확장시켜왔다고 한다. 가야금 강사로 활동 중인 김묘섭(40)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력단절 여성이던 김씨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음악 교육자 및 연구자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참여 임직원들 또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지난해 한국메세나협회가 실시한 정기 효과·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프로그램 만족도 점수에서 5.75점(7점 만점)을 보였고, 참여횟수가 많은 임직원일수록 조직 몰입 및 조직 응집력과 공동체 의식 수준이 높았다. 성과 분석을 주도한 임승희 수원대 교수는 “임직원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개인의 긍정 감정, 행복도, 인지적 공감 능력 등을 향상시켰으며, 이런 태도 변화는 개인의 행동뿐 아니라 조직의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의 예술더하기 사업은 3년 단위로 진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전국의 21개 초등학교 및 복지기관 400여명 어린이들이 매주 한번씩 가야금, 전통무용,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 예술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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