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소셜임팩트 기업가 정신 포럼 열려… 정경선 HGI대표,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등 강연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동심원 갤러리에서 인하대학교 기업가센터가 주관하는 ‘소셜임팩트 기업가정신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임팩트 투자자인 정경선 HGI 대표,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그리고 사회적기업가인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가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 이후에는 40여명의 참석자와의 자유로운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소셜임팩트 기업가정신 포럼 연사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해봤다.  ☞투자로 세상을 바꾸는 임팩트 투자자가 궁금하시다면?

왼쪽부터 정경선 HGI 대표,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의 모습 ⓒ김인한 청년기자

 

정경선 HGI 대표

성수동은 ‘사회적 선의’라는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결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수동이 소셜벤처 밸리로 자리를 잡는데 구심점 역할을 한 정경선 HGI 대표가 ‘성수동 임팩트 생태계’라는 주제로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정 대표는 “아쇼카의 한국 진출을 돕는 과정과 코워킹 스페이스인 임팩트 허브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선의’라는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내부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들이 실질적인 관계를 맺는데 물리적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2012년 7월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이후 성수동에 ‘디웰하우스’를 만들어, 다양한 영역에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이 저렴한 가격에 입주해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외에도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자 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무역량 교육을 진행하고 인턴 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HR 영역에서도 힘을 보탰다. 

‘성수동 임팩트 생태계’라는 주제로 첫번째 강연을 나선 정경선 대표. ⓒ김인한 청년기자

2014년 말에는 임팩트 투자기관인 HGI를 설립했다. 정 대표가 투자한 12곳의 사회적기업 중 8곳이 성수동이 기반이거나, 투자 이후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HGI가 일종의 로컬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7월에는 연 면적 1600평 정도의 규모의 협업 업무공간인 ‘헤이그라운드’도 성수동에 문을 연다. 40~50곳의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헤이그라운드에 둥지를 튼다. HGI와 루트임팩트는 입주하는 기업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돕고, 전문가들과 프로보노 계약을 맺어 재무, 회계 등과 같은 전반적인 경영활동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3년 전, 성수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는 10곳이 안됐지만 다음달에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하는 기업을 비롯해 100여곳 이상이 모이게 된다. 현재까지 민간 주도로 형성된 사회혁신 클러스터로는 최대 규모다. 정 대표는 “성수동 소셜 생태계 조성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진 것”이라며 “성수동이 굉장히 매력적인 건 하나의 강력하고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모든 판을 짜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회적 선의라는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결집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꿈의 크기, 성장계획, 그리고 객관화를 기억하세요

두 번째 강연자는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정 이사는 ‘임팩트 투자 포트폴리오와 투자자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창업팀은 스스로의 체력으로 마라톤을 완주해야하는 마라토너이고, 투자자는 그들을 이끌어 주는 페이스메이커”라고 비유했다. 투자자는 옆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며, 결국 로드맵을 짜고 달리는 건 창업팀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 실제로 투자 유치 전 창업팀은 “꿈의 크기를 설정하고, 성장 계획를 수립하고, 스스로를 객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받는 과정은 창업팀이 문제에 대한 진정성과 더불어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정 이사는 “진정성, 역량, 체력을 갖춘 팀을 만나길 기다린다”며 “투자자는 창업팀의 성장과 가치 창출을 도우면서 미래의 투자 수익을 바라본다”고 했다.

 

‘임팩트 투자자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김인한 청년기자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결과적인 성공이 아니라 혁신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길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가 기업가로서 투자 유치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개인 맞춤형 발달 장애 재활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소셜벤처 프라미솝을 운영 중이며, 아쇼카펠로우에 선정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이준호 대표가 프라미솝을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이 대표는 2014년 첫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총 3회의 투자 유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 시장의 문제점 등을 설파하며 임팩트 투자자로부터 시드(seed) 투자를 받았다. 이후 점차적으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가면서 후속 투자를 받았다. 사실 투자자들과 미팅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복싱 선수는 무작정 링에 뛰어들어 맞다보면 맷집이 생기고 상대 전략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경험을 이야기했다.

프라미솝은 지금도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위대한 여정에는 큰 도전이 따른다”며 “결과적인 성공이 아니라 혁신을 보고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창업가의 목소리를 전했다.

‘소셜벤처 투자유치의 실제’라는 주제로 마지막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김인한 청년기자

각 패널의 강연 이후엔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김영태 중소기업청 벤처정책과장은 “압축성장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자, 정경선 대표는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일을 하는 민간 플레이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재단들이 자산 운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부분을 고민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인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 진흥을 위한 활동 중인 유홍성 인하대 교수는 “어떻게 해야 성수동처럼 소셜벤처를 위한 환경이 확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영재(25∙대학생)씨가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임팩트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묻자, 정경선 대표는 “투자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하는지 먼저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다”며 “본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명확하게 정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얻을 것인지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손동원 인하대 기업가센터장은 “소셜임팩트 관계자들이 모여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소셜임팩트 기업가정신 포럼 강연자들과의 Q&A 

Q. 회사가 사회적으로 임팩트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가치평가를 하는 것인가.
A. 정경선 대표 = 사회적인 성과를 말할 때, 아웃풋(Output), 아웃컴(Outcome)이 있고 임팩트(Impact)가 있다. 아웃풋은 정량적인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얼마나 많은 영업이익을 기부했는지와 연관된다. 아웃컴은 실질적으로 회사가 돕고자 하는 대상들의 삶의 질적인 향상을 이뤄줬는지다. 궁극적으로 임팩트는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큼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측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웃풋 단계를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맞추려고 한다. 재무 회계처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회사별로 추구하는 정량적인 사회적 가치를 1~2개 정도 정한다. 이에 맞춰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인 두손컴퍼니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얼마나 많은 노숙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했는지’가 사회적인 성과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가 닮긴 패션 제품을 파는 회사다. 이 회사는 제품 판매 수익의 얼마를 기부했는지, 사회적으로 재조명받아야 하는 일들이 노출되고 있는지가 사회적인 성과다. 독자적으로 사회적 성과에 관한 지표를 만들지는 않고, UN이나 여러 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표를 활용해 평가하려고 한다. 단, HGI는 일반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에 가깝다. 기업들이 우리와 원만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지도 가치평가의 주요 기준이다. 

Q. 사회적기업·비영리 단체들이 모여 있는 성수동을 벤치마킹한다면, 초기에 어떤 요소를 고려하면 좋을까.
A. 정경선 대표 =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단순히 공간을 운영하는 곳도 아니고, 교육을 해주는 곳도 아니다.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단계를 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간사’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둘째, 커뮤니티 구성원이 역치를 넘어야 한다. 최소한 몇몇 기업들이 모여서 꾸준히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 안정적인 기반이 필요한데, 핵심은 값싼 부동산이다. 성수동은 이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라스베가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부지를 이미 2만평 정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한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옆에서 유·무형의 지원을 해주는 거점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거점 프로젝트라면,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있어야한다. 

Q.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누가 기본적으로 임팩트 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 정재호 이사 = 지금 큰 숙제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자산가들이 사회공헌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고, 창업에서 크게 성공한 분들 중에서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다. 만약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외로 판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 정경선 대표 = 2가지 대안이 있다. 세컨더리 펀드(벤처캐피털과 엔젤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 회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개인이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했을 때 세제 혜택을 준다면 임팩트 투자를 좀 더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1일, ‘소셜임팩트 기업가정신 포럼’에 참여한 청중들의 모습 ⓒ김인한 청년기자

 

김인한·장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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