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아동권리 증진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아직도 아동 학대, 성폭력, 유괴, 집단 따돌림 등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가 많다.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역시 낮은 수준이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지난 4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아동권리교육의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을 가졌다. 강당은 200명을 넘는 참석자로 성황을 이뤘다.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아동은 성인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당연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많다”며 “아동 학대, 성폭력, 유괴 등의 아동권리 침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아동 권리교육의 제도화가 모색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UN아동권리위원회 부위원장)는 “우리나라의 아동 관련 예산은 26개 OECD 국가 중 하위권인 데다 아동 관련 데이터 역시 미흡하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99년 시작된 굿네이버스의 아동 권리 교육은 현재까지 총 3만 5229개 교육기관에서 302만명의 아동,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 한 해에만 아동, 부모, 교사 등 총 76만3054명이 교육을 받았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져, ‘성학대 예방 인형극’, ‘아동힘키우기 서비스(CES, Child Empowering Service)’, ‘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 예방교육(PAPCM, Participatory Activity for the Prevention of Child Maltreatment)’, ‘놀면서 배우는 권리(CRA, Child Rights Awareness)’ 등을 개발해 왔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런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교육에 대한 효과성 검증 연구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는 김경희 학회장(목포대 교수), 강현아 숙명여대 교수, 안소영 목포대 교수, 이은주 동국대 교수, 한지숙 숙명여대 강사 등이 참여했다.
유아 대상 권리교육의 효과성을 검증한 안 교수는 “아동권리교육을 한 아이는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향상을 나타냈으며, 성학대 예방교육에 있어서도 교육 후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접촉을 구별하는 능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등생 권리교육의 효과성을 검증한 강 교수는 “교육의 효과는 특히 권리 침해 상황 및 성학대 위험 상황의 대처 능력에서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런 유의미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언을 쏟아 냈다.
김경희 교수는 “유아·초등생·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교과목에 권리 교육을 넣고 정부는 교사교육과정에도 필수과목으로 아동 권리를 포함해야 하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권리 소책자를 제작해 유아 기관과 학교 등에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김형욱 경기도학생인권옹호관은 “아동권리 증진 및 권리교육 활성화를 위한 입법 조치를 마련해서 학교 교육과정에서 아동 권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교육과학기술부 박제윤 학교지원국 과장은 “학교가 굿네이버스와 같은 복지기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린이재단 유숙경 아동복지연구소장 역시 “유아 시기부터 교육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학교 밖의 아동들에 대한 고려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김영지 연구원은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교육에 대한 효과성이 검증된 만큼 더 많은 아동에게 프로그램을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동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는 ‘아동인권문화’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아동 권리 교육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반영하고, 인권 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 양진옥 사무총장은 “비영리 단체들이 오랫동안 아동권리교육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강사를 육성하는 등의 노력을 해온 만큼, 정부가 이제 교육 관련 활동에 필요한 교구재나 강사비 지원 등의 제도 마련을 통해 아동 인권 문화 형성에 박차를 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