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JA코리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한 우수 지역아동센터에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포항에 갔다. 해안가에서 포항제철이 보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옛날에 이 곳 해수욕장의 모래가 참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망가진 해수욕장 주변 상가는 초라했으며 그 뒷동네는 남루했다. 지역아동센터는 해안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근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는 동네 길가 오래된 건물이었다.
14년 전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그만두고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셨다는 센터장님. 현재는 38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단다. 센터 곳곳에는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상한 상장과 감사패들이 자태를 가지런히 뽐내고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정보를 받았을 때 이미 몇 가지 경제교육을 실행해 본 상태였고, 좀 더 새로운 체험형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지역아동센터 담당자들을 위한 경제 및 금융교육 워크숍에 시간을 내어 선뜻 참여하기란 어렵다. 열악한 환경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운영이나 아이들 수업 등을 대신해 줄 인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이곳 센터장님은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체험형 경제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특히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이곳 학생들 중 80%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다문화, 조손, 한부모 그리고 장애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기초적인 경제와 금융 그리고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학습한 이후 ‘가족 예산짜기’라는 심화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았다. 거의 대부분 가족이 월 200만원 내외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가족도 적금이나 저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가족의 소비 형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제시하도록 했다. “우리 핸드폰 요금이 너무 많아요. 이것을 앞으로 줄여서 저축해야겠어요.” 그리고 부모님들의 동의 및 서명까지 받아오는 것으로 과제를 마무리하셨다고 한다.
밖에 비가 제법 내렸다. 센터장님은 농기구를 정비하느라 손이 바빴다. 돼지감자 종자를 보여주시며 이제 봄이 왔으니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열매를 수확하고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워 하셨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생명과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터득하게 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멈추시고 말을 이어 가신다.
“아이들은 어리고 젊으니까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어떻게든 생활하지만 부모들이 노인이 되면 저축해놓은 것이 전혀 없어요. 아프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대부분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어려움을 겪을 거예요.”
센터장님은 이 지역 마을공동체의 아이부터 노인, 모두가 가난과 빈곤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계셨다. 학교가 끝났는지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러분,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보았다.
“엘리베이터 타는 아파트에 살아보는 거예요!” 해맑은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