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⑦] 버려진 물건을 정가에 판다구요?

비영리 기관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홍보 그리고 직원들의 평가와 보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고민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공익적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린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독서다.

책 <퇴사준비생의 도쿄: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구입해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한 상점과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마침 책을 펴낸 곳이 여행사인지라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약간 공격적인 제안을 하려고 전화를 했다. 역시! 마침 도쿄방문 투어를 모집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공지가 뜨자마자 1순위로 신청했다.

책에는 21곳의 기업이 소개되었으나, 시간과 비용 문제로 모두 방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영리 부분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이며 쇼핑몰의 중심지인 시부야 지역, 히카리에 백화점 8층에 있는 ‘D47 Museum’을 방문했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 도대체 숫자 47은 무슨 의미일까? 뮤지엄에서 무슨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 다는 것일까? 박물관에는 ‘D47’이라는 이름의 식당까지 있었다.

47은 일본 지방 행정 단위인 47개 현(縣)을 의미했다. D47 Museum은 47개 현의 물건과 서비스 등을 전시하는 일종의 쇼케이스 박물관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전국 특산물 전시회도 열고, 지방 기차역 광장에서 ‘도지사 인증’이라고 하여 지역물건을 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명동 혹은 강남 한복판 백화점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상설로 지방의 물건을 소개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그 운영 주체 또한 지방협회나 단체가 아닌 영리 기업이었다. 영리 기업이 가장 비싼 임대료를 주고 백화점에서 지역 특산물을 소개한다고?

일본 도쿄에 위치한 D47 뮤지엄 내부. ⓒ여문환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기업은 바로 D&Department Project라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수십년 이상 된 잡화를 구입하여 정가에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지방에서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낸 디자인(long life design) 제품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지역에는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다움’ 과 ‘지역만의 새로움’이 있으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들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길 기본이 담겨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디자인은 서울이나 도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2016년 D&Department는 일본 10개 지역으로 확대하였으며 한국에도 진출했다. 공익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롱 라이프 디자인을 표방하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비영리적 요소와 영리가 결합된 형태다. 창업자인 나오카 겐메이는 회사 이름에 Project라는 단어를 더 붙였다. 이 사업은 단순히 기업 혼자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세월과 스토리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D&Department에서는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일본의 지역 산업과 디자인 문화의 결합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우리도 소셜 벤처, 일반 기업 그리고 비영리의 구분과 영역을 나누고 담을 쌓기 보다는 경제적 이익과 함께 사람들의 삶과 서비스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영리과 비영리의 경계 허물기 노력이 시급하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