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⑩] 여러분, 언제 감동받으세요?

휴가를 내고 일본 도쿄와 큐슈 사가현으로 공부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바 유명 관광지를 돌며 쇼핑하고 맛집가는 것과는 좀 다른 여행이었다. 선발된 사람들만이 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인원 수도 단, 6명이었다. 도쿄에는 몇 군데 랜드마크가 있다. 도쿄타워와 모리타워와 같이 높은 곳에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지만, 하루 300만 명이 오가는 시부야역과 터미널 앞 건널목도 유명한 관광코스다. 동서남북으로 향한 교차로를 동시에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도쿄의 바쁜 일상과 현대 도시인의 삶을 보여주며 장관을 이룬다. 시부야의 백화점과 쇼핑센터는 많은 사람들로 늘 활기차다. 그 중 히카리에 백화점 8층에는 크리에티브 스페이스 ‘8/’라는 공간이 있다. 공간의 키워드인 개성, 교류, 지속, 편집, 인재 육성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그 가운데 일본 47개 도도부현(縣)을 위한 세 개의 독특한 상설 공간이 있다. 첫번째는 d47 뮤지엄이다. 일본 47개 지역의 전통 공예, 특산품, 로컬 푸드, 관광 상품과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상설 뮤지엄이다. 둘째로 47개 도도부현의 디자인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d47 design travel store’이다. 세 번째는 식당이다. 전국 각지 생산자들의 식재료를 이용해 매달 다른 지역의 건강한 일본의 음식을 소개하며 아울러 지역 맥주, 일본주, 음료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곳들은 모두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Nagaoka Kenmei)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인 D&DEPARTMENT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왜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뮤지엄과 지역 식당을 도쿄 한복판 백화점 안에 열었을까.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⑨] 배려의 에피소드

연말이라 여러 가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모임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네 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에 되도록이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럿이 모이면 가벼운 일상 안부와 직장 이야기 그리고 사회 안팎의 정치이야기를 하며 실속없이 겉도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왔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H 회사의 송년회는 우리의 스폰서 기업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직접 초청하였기에 거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의 잔치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뒷자리에 얼굴 도장만 찍고 올 계획이었다. “도착하시면 알려주세요?” 담당자의 SNS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내가 VIP도, 직원도 아닌데 나까지 챙기실 것까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아뿔싸, 호텔 연회장 메인 한 가운데 테이블에 그것도 회사 대표님의 옆자리로 앉게 되었다. 그 테이블에는 한 해 동안 그 기업과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진행한 비영리 단체장들이 함께했다. 회사의 지난 일 년 간의  업적과 성취를 축하하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3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사내 송년회 자리에 비영리 협력 단체들을 초청한 것도 고마운데, 헤드 테이블에 좌석을 배치한 것은 풋풋한 배려로 느껴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행사 내내, 단 한 번도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과 같은 직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금년 장기근무근속상은 누구 누구‘님’께서 수상을 해주시겠습니다”와 같이 직함을 생략하고, ‘님’이라고 만 하여 직장 내 지위고하를 알 수가 없었다. 아울러 사장을 위한 동선 파악과 자리 배치 그리고 특별한 사진 촬영도 없었다.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⑧] 2017 세계자원봉사협의회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을까?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세계자원봉사협의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Volunteer Effort · IAVE)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가 열렸다. IAVE는 1970년에 탄생하였으며 전 세계 70여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일한 글로벌 자원봉사 조직이며, 아태지역회의는 2년 한 번씩 열린다. 한국에서도 3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 관련 단체 담당자들이 참여해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JA Korea는 ‘JA 대학생 자원봉사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가난, 질병, 교육, 분쟁 그리고 재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온갖 어려움과 싸우는 자원봉사 단체들.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성공한 사례를 공유하며 네트워킹을 하느라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젊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회의가 함께 열려 뜻깊었다. 음악과 노래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동들을 돌보는 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회의 내내 쉬는 시간마다 기타를 메고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줘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회의 분위기에 흥을 돋우워 주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라는 국가가 주는 개최지 장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나라는 구정, 석가탄신일, 이슬람과 힌두교 명절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국가공휴일로 지정하였듯이,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된 국가이다. 한국보다 훨씬 복잡한 문화적 갈등과 오해가 얽혀있지만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모토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그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문화적 포용성은 높았지만, 어려움 또한 존재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암방지협회 담당자는 이슬람 사회의 ‘일부다처제’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⑦] 버려진 물건을 정가에 판다구요?

비영리 기관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홍보 그리고 직원들의 평가와 보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고민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공익적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린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독서다. 책 <퇴사준비생의 도쿄: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구입해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한 상점과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마침 책을 펴낸 곳이 여행사인지라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약간 공격적인 제안을 하려고 전화를 했다. 역시! 마침 도쿄방문 투어를 모집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공지가 뜨자마자 1순위로 신청했다. 책에는 21곳의 기업이 소개되었으나, 시간과 비용 문제로 모두 방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영리 부분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이며 쇼핑몰의 중심지인 시부야 지역, 히카리에 백화점 8층에 있는 ‘D47 Museum’을 방문했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 도대체 숫자 47은 무슨 의미일까? 뮤지엄에서 무슨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 다는 것일까? 박물관에는 ‘D47’이라는 이름의 식당까지 있었다. 47은 일본 지방 행정 단위인 47개 현(縣)을 의미했다. D47 Museum은 47개 현의 물건과 서비스 등을 전시하는 일종의 쇼케이스 박물관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전국 특산물 전시회도 열고, 지방 기차역 광장에서 ‘도지사 인증’이라고 하여 지역물건을 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명동 혹은 강남 한복판 백화점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상설로 지방의 물건을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⑥] 우리 오늘 박물관가요!!!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서 우리 기관☞JA코리아 의 경제 교육 목표인 창업교육, 금융교육, 직업 및 진로교육 세 가지 중 진로교육에 대한 니즈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소외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예술, 놀이, 여행 등에 대한 공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리도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방학 중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박물관 및 미술관 그리고 음악회 등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인 8월은 광복절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역사와 관련된 박물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을 가면 안성맞춤이었지만, 거리 때문에 용산에 있는 전쟁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방문하기 전 대학생 멘토들은 아이들에게 6.25 한국전쟁에 관해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보여 줬다. 특히 최근 언론에서 이슈화된 장진호 전투 그리고 흥남부두 철수 등도 알려줬다. 아이들은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며 옛 우리나라를 도우러 오셨던 미국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 듯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념물뿐만 아니라 을지문덕 장군에서 이순신 장군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연관된 전쟁이 총 망라되어 있었다. 광개토왕비와 거북선을 보고, 모형이지만 매우 신기해했다. 한 친구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그렇다.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다. 최근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 시내 군 위안부 역사관을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이미 몇 군데 관련 기념시설이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역사관과 서울 마포에 있는 전쟁과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⑤] 교실, 교재, 교사가 필요한가요?

지방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이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는 아니었지만, 보기에도 몇 명 아이들은 산만했다.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은 방문한 우리 JA 자원봉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서 익숙하게 이동전화를 잠시 반납했다. 놀라운 손놀림으로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은 못내 아쉬워했다. 그들의 눈초리는 심심함과 지겨움으로 가득해 어떻게든 교육 시간을 방해할 궁리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가져간 태블릿 PC를 나누어 줬다. 그들의 손에는 교재와 필기도구 대신 이동전화보다는 크고 노트북보다는 작은 어쩌면 게임하기에 용이한 아담한 태블릿 PC가 쥐어졌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순간 “헐, 대박, 수업이 게임하고 노는 거래!” 삼삼오오 웅성거리며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집중해 바라봤다. “하지만 약간의 규칙이 있단다. 너희들이 게임을 만들어 보는 거야. 아주 쉬워” 설명이 반 즈음 지났을 무렵, 수업 전 게임에 몰입하던 사내아이들은 자기 세상을 만난듯했다. 순식간에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고, 수업 중 과제도 척척 해냈으며, 옆자리에 있는 친구들까지 도와줬다. 이미 그들은 PC 세대가 아니다. PC보다는 이동전화 화면이 익숙하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놓여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교사를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과과정과 교재도 만들 것 같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등 모든 것이 융합되고 초연결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기술 발전을 따라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랜 동료인 JA 아시아 태평양 회장이 미국 LA에 있는 한 교육업체를 방문하자는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그 교육회사는 스토리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④]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지난 1년 동안 JA코리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한 우수 지역아동센터에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포항에 갔다. 해안가에서 포항제철이 보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옛날에 이 곳 해수욕장의 모래가 참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망가진 해수욕장 주변 상가는 초라했으며 그 뒷동네는 남루했다. 지역아동센터는 해안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근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는 동네 길가 오래된 건물이었다. 14년 전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그만두고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셨다는 센터장님. 현재는 38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단다. 센터 곳곳에는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상한 상장과 감사패들이 자태를 가지런히 뽐내고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정보를 받았을 때 이미 몇 가지 경제교육을 실행해 본 상태였고, 좀 더 새로운 체험형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지역아동센터 담당자들을 위한 경제 및 금융교육 워크숍에 시간을 내어 선뜻 참여하기란 어렵다. 열악한 환경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운영이나 아이들 수업 등을 대신해 줄 인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이곳 센터장님은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체험형 경제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특히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이곳 학생들 중 80%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다문화, 조손, 한부모 그리고 장애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기초적인 경제와 금융 그리고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학습한 이후 ‘가족 예산짜기’라는 심화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았다. 거의 대부분 가족이 월 200만원 내외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③] 교장 선생님이 나비 넥타이를…?

신임 대통령은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 창출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했다. 청년 실업과 취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JA코리아의 미션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기업과 함께 풀어보고자, 그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해 NGO 차원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했다. 특히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다. 특성화고는 원래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과 거기에 상응하는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과 관계를 맺어 내부 프로그램으로 수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리 기관은 몇 해 전 스타벅스와 함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스타벅스에는 많은 바리스타들이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는 ‘열린 기업’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바리스타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구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았다. 학교의 겉모습은 여느 고등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학교에 가면 제일 어른이신 교장 선생님을 우선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 그런데, 앗, 교장 선생님의 복장이 특이하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계신다. 외국의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노련한 중년 웨이터 같아보였다. 교장선생님 외에도 교감선생님과 진로 담당 선생님까지, 나비넥타이를 매신 분들이 몇 분 더 계셨다. 까닭을 물었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 분들이 오시니까 최대한 바리스타와 가까운 복장으로 맞이하고 싶으셨단다. 이 학교는 관광, 호텔경영 그리고 금융 분야에 취업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특성화 고등학교다. 교과 과정도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매우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②] 장애인에게 경제교육을 한다고요?

우리 기관☞JA코리아 은 그동안 저소득 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농산어촌 마을 소재 학교, 분교, 보육원, 청소년 교도소, 북한 이탈 청소년, 베트남과 필리핀과 같은 다문화 가족의 어린이들 그리고 작년부터는 미혼모들에게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소외 계층의 청소년들을 접할 때마다 색다른 어려움을 접한다.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을 제외하고라도,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예컨대 교육을 받을 동안 그들의 아이를 돌보아 줄 도우미가 절실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여 하나둘씩 우리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 혹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그들을 볼 때 정말 가슴 벅차다. 2016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경제교육을 시작했다. 그것도 지체장애인보다도 오히려 발달장애인 쪽이 훨씬 많았다. 어렵게 평가지표도 만들고 나도 직접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 “일상생활도 어려운데 경제교육이 잘 될까?” 시작이 반이라 벌써 한 학기가 지나고 평가회도 가졌다. 전국에서 20명 가까운 장애인 시설 및 기관에서 직접 교재를 가지고 8시간 이상을 직접 가르친 결과를 서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잘 진행되었던 점, 문제점들 그리고 개선점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 담당 선생님께서 그동안 어려운 점을 말씀하시면서 울음을 터뜨리셨다. 출발부터 어려우셨다고 하신다. 기관으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매우 부정적 시선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신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주위 집중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했으며 돈, 상품, 은행, 마트 등 기초적 경제생활에 최소한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①] 비정부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

국제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이러 저러한 이유로 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민간외교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를 통하여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의는 회의 주제에 대한 정보 교환 및 지식 습득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한국의 여러 가지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엄청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에서 왜 그렇게 북한이 포를 쏘아대느냐는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일본은 왜 반성하지 않느냐는 민감한 질문까지 그 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이렇게 짧은 만남 속에서 관계 형성을 하고 우정을 쌓기란 쉽지 않지만, 타문화에 대한 태도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두 가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첫째는 우리 것과 우리 문화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둘째는 타문화를 무시하지는 않나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서구중심주의가 우리 안에 내재화되어 부지불식간에 중심국의 입장에 서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보자. 첫째는 유머 감각이다. 영어 혹은 외국어도 잘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말로 남을 웃길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말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영어로도 남을 웃게 한다. 시차로 생기는 피곤함을 가실 수 있게 하는 유머 한방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기관 혹은 단체의 사소한 것을 먼저 도와주는 것이다.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