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책이 모여 8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됐다. 책을 팔기엔 아깝고, 보관하자니 공간이 부족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니즈’에 주목한 것.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책 보관 장소와 대여시스템을 제공하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정회원은 등급별로 최대 2000권까지 책을 보관할 수 있고, 유료 회원이 아니더라도 택배비만 지불하면 최대 20권의 책을 2개월 동안 빌릴 수 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기사 자세히 읽기
임팩트 투자자들은 국민도서관 책꽂이(이하 국민도서관)의 가능성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또한, 지속가능한 임팩트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것을 보완해야할까. 우리나라 대표 임팩트 투자기관의 투자자 5인(이름 가나다순)과 마케팅 전문가에게 물었다.
“국민도서관의 사업은 크게 도서공유와 도서보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서공유 사업의 경우는 이용자 간의 대여 및 대출 중개를 통하여 책의 회전율을 높이고, 이용자간의 정보와 지식 공유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도서보관 사업은 이용자의 부족한 책 보관 공간을 무한하게 확장가능하게 함으로써, 책 구매 및 소장 욕구를 충족해주고, 주거의 질을 높여 줍니다. 몇년 전 두 방식을 통합한 사업 모형은 매우 혁신적이었으나, 최근 도서 공유의 경우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등을 기반으로 중고유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도서 보관의 경우는 개인 창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도서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물품을 장기 보관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이런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는 국민도서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명확한 한가지 서비스와 혜택을 현재 및 잠재 이용자들에게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용자들에게 중고뿐만 아니라 최신 서적들도 신속하게 매입해 도서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발전시키거나, 도서를 보관하기에 알맞는 최적의 도서 보관 창고를 제공하면서 창고의 역할을 발전시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면, 차근차근 성장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유럽에서 전자책보다 종이책 판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과거 동네 서점이 사라져가던 속도만큼 빠르게 작은 지역 서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책이 콘텐츠를 넘어서, 타인과 지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자아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라이프 스타일, 인사이트와 커리어 개발을 돕는 가성비 높은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도서관은 이러한 긍정적이며 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바람삼아 갈수록 속도를 내는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서점, 독립서점 등을 생각해볼 때, 국민도서관도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커리어개발’ 등 3가지 접점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특히 잠재력이 많은 모델은 ‘가상 도서관'(virtual library) 모델입니다. 기업이나 기관, 특정 그룹의 필요에 맞추어 ‘가상 도서관’을 큐레이션하여 제공한다면, 사내복지 관점의 독서 기회 제공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의 탐색도 가능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도서 가격이 높은 디자인학과와 계약을 맺어 ‘OO대학 디자인학과 도서관’을 만들거나, 디자인 전공자들이 임의로 그룹을 만들어 ‘산업디자인 OOO도서관’을 동아리처럼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도서관은 ‘가상 도서관’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구축, 라이프 스타일, 커리어 개발과 연계하는 접점을 린(lean)하게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 “
“국내 성인 연간 독서율의 감소 추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게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주고, 품절 또는 절판된 책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민도서관책꽂이’는 의미있는 서비스임에 틀림 없습니다. 단, 국민도서관의 사업모델을 볼 때 책을 맡기는 고객과 책을 빌리는 고객의 측면에서 각기 다른 고민의 필요성이 보입니다.
우선 연회비를 지속적으로 지불하면서 보관을 할만큼 책에 대한 애착이 있으면서도, 타인에게 대여함으로써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고객, 즉 책을 맡기는 고객의 규모를 파악해야할 것입니다. 이들을 활발히 유치하기 위해서 대여를 통해 작은 용돈을 벌 수 있는 점 외에 추가적인 혜택과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 강조한다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책을 빌리는 고객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대체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습니다.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전자책, 하루 만에 배송해주는 온라인 서점 등과 대비해서 국민도서관만의 강점을 소구해야합니다. 물론 도서관에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고, 종이책보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는 등의 차이점이 있으나, 왕복택배비나 택배 포장 및 반송의 번거로움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서비스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국민도서관만의 경쟁력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를 조성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다양한 고객들의 깊이있는 서평 작성을 활성화하고, 개인별 맞춤화된 도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용 고객들의 신상정보, 관심분야, 장르별 선호도, 별점 등을 분석하고 이에 근거해 고객별로 만족도가 높을 것 같은 도서를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취향과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용자들간의 온라인 소규모 토론 그룹과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풍부한 고객 서평, 나를 위해 최적화된 추천 도서 목록, 타 독서가들과의 다양한 토론의 장과 유익한 커뮤니티는 국민도서관만의 차별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키핑(keeping) 시스템을 통해 개인이 소장한 책을 대신 보관해 주는 동시에 택배비만 지불하면 누구나 어디서든 보관된 도서를 대여할 수 있는 공유 서비스를 만들어 낸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책을 맡기는 도서공급자나 책을 빌리는 도서수요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가치(value)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민도서관이 보유한 8만여권의 장서와 1만2000여명의 가입자 수, 유료회원 재가입률 80~90%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가입자 중 유료 회원수가 1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도서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패널티 제도를 두고, 변동식 서가로 유휴 공간 활용을 높인 점 등은 온라인 도서 유통 시장을 오래 경험한 창업자의 사업 운영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가 잘 녹아 있는 듯 합니다. 연회비 중심의 수익 모델 외에 중소기업의 ‘사내도서관’ 사업(B2B)은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기대가 됩니다. 중소기업도 복리 후생 차원에서 대기업 사내도서관 수준의 도서를 직원에게 제공할 수 기회를 줄 수 있으며, 초기 세팅 비용을 대폭 절감해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사업 측면에서도 개인(B2C)대상 사업보다는 매출 규모 증대와 수익성에서 매력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도서관을 통해 현재 사내도서관을 운영 중인 기업의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B2B 영업을 강화한다면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 확대와 커뮤니티 강화를 위한 컨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지속적인 소셜 마케팅 강화 등 롱테일(long tail)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수립·실행한다면 추가적인 시장 기회 또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국민도서관 책꽂이. 향후에도 꾸준히 성장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독서가들이 느끼는 공간 문제와 일반 독자들이 느끼는 독서에 수반되는 비용의 문제를 잘 접목하여 독특한 비즈니스모델로 진화한 현재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현재 독서가들의 90%에 달하는 유료 재구매전환율로 미루어 도서보관 서비스는 pain point를 잘 짚어낸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핵심타겟 고객을 독서가들로 설정하여 이들이 느끼는 도서 보관 및 처분, 거래 문제에서 집중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비용 현실화 및 신규독서가 유치와 서적거래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습득 매체의 다양화로 종이책 시장 및 수요는 정체·감소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종이책에 대한 경험이나 소장 욕구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도서 보관과 대여 모델에서 나아가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신규 사용자 입장에서 국민도서관의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웹사이트에서는 회원가입을 거친 뒤 정회원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확인해야만, 책을 빌릴 때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한 번에 몇 권의 책을 빌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처럼 서비스가 잘 알려진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신규사용자 입장이 되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결제까지의 사용자 경험을 지속해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대여 회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넘어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방문자에게 특정 시기, 상황에 적합한 복수의 책들을 큐레이션하여 추천할 경우 방문자 입장에서는 대여가 구매보다 훨씬 저렴하므로 회원가입에 대한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