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미세먼지로 뒤덮히고 있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전국에 내려진 미세먼지(PM10·PM2.5)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일주일 사이 총 127회로 나타났다. 주말 사이 중국을 덮쳤던 최악의 황사 영향으로 지난 6일 서울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423㎍/㎥까지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 1일 권고기준의 8배가 넘는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13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푸른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해지는 이 때,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법을 풀어낸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출간한 오기출<사진>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0년대 민청련, 민통령, 전민련 정책실에서 활동하다 90년대에 기후변화 문제의 중대성을 깨닫고 비영리단체 ‘푸른아시아’를 설립했다.
◇미세먼지의 습격, 기후 문제는 국경이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나.
“미세먼지는 납, 카드뮴,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방사능 물질까지 묻어서 온다.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모래먼지 폭풍)는 명백하게 몽골에서 시작된다. 몽골에서 시작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중국 내륙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오는데, 오는 도중에 굵은 입자는 아래로 떨어지고 미세한 입자만 남는다. 그런데 황사가 오는 길에 중국의 주요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를 거치면서 각종 유해물질이 뒤덮힌 먼지가 된다. 황사에 섞여있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서해를 넘어오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산칼슘, 황산화물 같은 유독물질로 변하기도 한다. 몽골의 황사가 미사일 운반체라면, 중국 공업지역의 오염물질은 탄두다. 미사일이 탄두를 장착하고 기상 조건이 맞으면 한반도로 날아와 미세먼지로 터지게 되는 셈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인가, 몽골인가, 아니면 우리나라인가.
“중국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면서 독성을 가진 황사를 만들지만, 결국 발원지를 따져보면 몽골 사막화 영향이 크다. 한국-중국-몽골이 협력해야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만도,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만도 아니다. 본질은 기후변화 문제다. 몽골에서 황사가 발생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 않나. 한 나라만을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50~71%에 이른다. 몽골의 황사는 초속 20~46m로 아주 강한 세기의 바람이다. 몽골에서는 황사를 ‘모래폭풍’이라고 일컫는다.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상승 기류가 형성돼, 바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황사 발생 기간만 비교한다면 몽골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중국은 매년 황사 발생 일수가 평균 2일 정도인데, 몽골은 1991년 연평균 10일에서 2010년 48일로, 5배 가량 늘었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 문제가 왜 이렇게 심각해진 것인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진다면, 하나는 대자본이고 또 하나는 이를 비호하는 정치세력과 정부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동차를 덜 타고, 에어컨을 덜 쓰라고 말한다. 그거 실천한다고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될까? 개인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얼마 안된다. 온실가스량의 10% 정도나 될까… 나머지는 석탄화력발전소, 철강회사 등 대기업에서 만들어낸다. 그런데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가장 취약한 나라와 사람들이다.”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것 아닌가.
“2014년에 중국 허베이성에 사는 한 시민이 환경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세먼지의 책임을 정부에 묻기 위해 재판을 청구한 거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마스크도 사서 쓰고, 집에 공기청정기를 5대나 설치했는데, 왜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는 것이 골자였다. 시민에게서 세금을 받으니, 기업을 규제할 책임도 정부에게 있다는 말이었다. 상징성이 큰 사건이라 중국 신화통신, CNN 등 외신에서도 크게 보도했다. 만약 이 사람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같은 조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약 3억명의 중국인이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소송의 당사자인 중국 정부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시급히 해결해야하는데, 이번 소송이 기업의 책임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후 변화 대응의 선두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중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3개 지역의 스모그를 25% 줄이기 위해 2777억 달러(한화 약 313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큰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감축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 민심을 달래는 것이 시급하다. 2011년 이미 건설을 허가받은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3분의 1의 건설을 중단했고, 앞으로 20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태양광,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에서 청정에너지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나라다.
◇기후 변화는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 책에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변화 문제의 진짜 원인이 ‘대자본의 탐욕’이라고 고발한다.
“식량 가격은 기후에 따라 변동하는데,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가격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2006~2008년 사이에 국제 쌀 가격이 2배 이상 넘게 올랐다. 지구 온난화로 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중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대규모 곡창지대 농작물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식량 생산인 머라이다링 분지는 식량 생산량이 최근 10년 사이에 100만톤에서 1만8000톤으로 줄어들었다). 변동하는 국제 곡물 시장에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거대 기업들이 식량기지를 찾아나섰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지역이 아프리카였다. 아무래도 부족한 식량이 대기업에 의해 밖으로 유출되면서 아프리카에서 내전도 빈번하게 발생하게 됐다.”
―아프리카는 현재 어떤 수준인가.
“2017년 유엔본부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2160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그중 140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다. 남수단에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카타르 등 거대 기업들이 땅을 빌려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생산한 식량을 외부로 유출하니, 정작 남수단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2007~2008년에 식량 문제로 인한 폭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30개 나라에서 60건이 발생한 것. UN자료에 의하면 이중 절반정도가 사막화가 발생한 지역과 식량 폭동이 일어난 지역, 테러와 내전이 발생하는 지역이 일치한다. 오기출 사무총장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흐름이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지역이 아프리카를 닮아가고 있다”라니.
“2010년 이후 환경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아시아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억4400만명의 환경난민이 새로 발생했는데 ,이중 70~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중국 국토의 27%, 몽골의 78%에서 사막화가 이미 진행됐다. 필리핀,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태풍과 사막화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환경 난민이 대거 발생했다.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으로 150만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했고, 2013년에는 필리핀에서 태풍 하이옌 때문에 480만명이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는 아시아의 미래다.”
―기후변화 문제는 그저 환경보호 차원의 관점이 아닌 것 같다.
“집을 잃은 환경 난민들을 생각해보라. 이 시대에 배가 고파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경작지와 목초지를 잃은 사람들은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른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시 환경문제가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안보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돼있다. 기후변화 활동가는 환경 관련 활동가와 다르다. 기후변화 문제가 촉발되고 있는 현장은 우아한 구호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겪게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아시아의 힘없는 나라에서부터 시작된다.”
2013년 11월 8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사망자 수는 7300만명이 넘었고, 이재민은 480만명에 이르렀다. 태풍에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 난민으로 추락하는 것이 문제다. 땅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강가나 바닷가 등 저지대에 모여산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도 강과 호수 근처에 집을 짓고 살던 가난한 사람들이 태풍의 첫번째 피해자였다. 필리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길어도 2년 가량 임시 대피소에 머물다가, 대도시로 향하게 된다. 빈민가에서 가족 단위로 노숙을 하거나,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무를 심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특히 어린 숲일수록 왕성하게 탄소를 흡수한다. 나무를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나무가 숲이 되면, 다양한 동식물들이 다시 돌아온다. 사람도 돌아온다. 식량 문제도 해결된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다. 지난 10년 동안 푸른아시아는 몽골에서 ‘나무 한 그루가 가져오는 변화’를 목격했다.”
―나무를 심는 것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80km 정도 떨어진 바양노르라는 지역이 있다. 이 곳은 사막화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으로, 높이가 200~300m나 되는 거대한 모래폭풍이 발생하는 곳이다. 2007년부터 이 땅에서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40ha(약 12만평)의 땅을 확보해 묘목을 키우고 영농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울타리를 따라서 동서남북으로 200m 두께로 방풍림도 심었다. 남은 공간에는 ‘차차르간’이라는 과일나무를 심어 지역 주민이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했다. 그렇게 10년. 마을 전체 면적의 10분의 1 가량(120ha)에 나무를 심었는데, 2012년 이후 마을을 휩쓸었던 모래폭풍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1년에 60일 가량 모래폭풍을 볼 수 있던 지역이었다. 진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오더라.”
푸른아시아는 바양노르를 포함해 몽골 6개 지역에 조림사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차차르간 나무로 숲이 조성되자,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푸른아시아는 2014년 UN으로부터 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했다. 당시 푸른아시아가 몽골에서 나무를 심은 면적은 450ha(약 136만평) 정도였는데, 이는 여의도의 1.5배에 불과하다. 반면, 2013년 수상국인 인도는 서울 전체 면적의 3.5배가 되는 20만ha에 숲을 만들었다.
―몽골 지역에서 사막화 방지 모델을 만들어낸 노하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처음 몽골을 찾았을 때, 사막화로 누런 모래만 자욱했다. 당시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3년 동안 일본 NGO와 무작정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숲은 커녕 살아남은 나무가 드물었다. 왜 그랬을까. 몽골 사람들에게 나무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가축이 나무 밑으로 숨으면 찾기 어려워, 유목민에게는 나무는 잘라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저 가축들이 심어놓은 나뭇잎과 풀을 열심히 뜯어먹곤 했다. 사람들에게 ‘왜 나무를 심어야하고 관리해야하는지’ 동기 부여가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어떻게 몽골 사람들을 참여시켰나.
“바양노르에서의 첫 번째 과제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이익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차차르간 나무를 심어서 묘목이 자라면, 주민 조직이 관리를 맡고, 1인당 300그루씩 돌보도록 했다. 방풍림이 모래바람을 막아줘야 과일나무도 자라기 때문에, 나무를 돌보는 책임도 지게 했다.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지만, 우리(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이 상주하면서 커뮤니티와 소통했다. 남은 땅에는 수익을 위해 감자도 심었다. 씨감자 1톤을 심어 3톤을 생산했다. 수확한 감자를 배분하는 것도 주민들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하도록 했다. 그렇게 주민들에겐 점점 주인의식이 자리잡게 됐다. 현장에는 이론이 없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며 자립 모델을 만들었다.”
2013년, 바양노르 지역에는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1400명이었던 인구는 점점 불어나서 2000명이 넘어섰다. 완전히 망가졌던 땅에 숲이 생기고, 모래폭풍이 사라졌다. 감자도 수확할 수 있는 ‘생명의 땅’으로 변화한 것. 현재 바양노르 지역에서는 주민 조직이 직접 농장을 소유하는 협동조합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기출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바로 ‘커뮤니티’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무엇부터 해야할까.
“기후변화와 사막화가 일어나면 땅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마을이 붕괴된다.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 관심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해결해야한다. 정부에도 소비자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야한다. 2015년에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두산아파트 한 주민이 벌인 에너지 절약 활동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에너지 절감운동을 펼쳐, 관리비를 연간 2억4000만원을 절약했다. 승강기 내부 등을 LED로 교체하거나, 급수펌프를 고효율 장치로 교체하는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긴 결과다. 게다가 절감된 돈으로 경비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도 19%나 인상했다. 이런 노력에 따라 석관동 두산아파트 단지는 서울시로부터 에너지 자립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커뮤니티가 모이게 되면 지구도 지키고, 우리네 삶도 지킬 수 있다.”
Book & Good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오기출 지음
사우|257쪽|1만5000원
*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푸른아시아에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