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코리아 홍보대사·배우 전미선 인터뷰
캄보디아 살라크로반 아동 후원…보육·교육시설 운영
“5시간을 날아가 만난 아이는 마치 26년 전의 나와 같았다.”
배우 전미선(46) 씨가 기억하는 한 장면이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동들에게서 자신의 옛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배우의 꿈을 접을 위기가 여러 번 닥쳐왔지만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였다. 아이들은 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제 소원은 마음껏 공부해보는 거예요.”
캄보디아는 유엔(UN)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다. 캄보디아 국민의 45%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특히 학교 등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노동을 하는 아동 중 55%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2012년 기준 7세 이상 아동의 14.4%는 학교에 출석한 적조차 없다. 2015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 중 단 27%만이 중학교에 진학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이후 학교에 다니지 않는대요. 농업 국가이기 때문에 굳이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살라크로반 역시 교육시설이 많이 부족했어요. 주민등록 시스템도 없이 그냥 그곳에서 나고 자라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는 게 그들의 삶이었죠.”
전미선 씨는 캄보디아 아이 10명을 후원한다. 지난 10~11일, 플랜코리아 홍보대사인 전 씨가 방문한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의 살라크로반 마을엔 그녀의 후원 아동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다리를 다쳐서 못 왔어.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전씨는 앗잉(9)군을 안아주며 지난해 함께 방문한 열한 살 아들의 안부를 전했다. 자매인 소핍 닙(13)과 동생 소카 닙(10)을 보자, “1년 사이에 키가 한 뼘이나 더 자랐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마을회관 앞 마당. 후원 아동과 그 친구들이 함께 뛰놀며 공부할 곳이다.
전 씨의 나눔 여정에는 지인들도 동행했다. 김성훈(37) 매니저는 2012년 첫 시작부터, 아들 박세영(11) 군과 시누이 박해정(46) 씨, 그리고 조카 박세원(12) 양은 지난해부터 함께 해외 봉사를 다니고 있다. 아쉽게도 세영 군은 출발 며칠 전 다리에 부상을 입어 올해는 동참하지 못했다. 특히 매니저 성훈 씨는 이날 마을 어린이들의 슈퍼스타였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 위해 가져온 한국의 전통놀이인 오재미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끈 것.
“상대편보다 바구니에 공을 많이 넣으면 돼요. 이렇게 제가 머리 위에 바구니를 이고 이리저리 도망 다닐테니 여러분은 이 바구니에 공을 던져 넣으세요.”
마을 공터에서 김 씨가 시범을 보인 뒤 ‘시작’ 소리와 함께 공이 머리 위로 한꺼번에 날아왔다. 아이들은 공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도망 다니는 성훈 씨 뒤를 쫓아다녔다. 최고 기온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즐겁게 뛰노는 어린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놀이시간이 끝난 후 30분간 직접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한 전 씨는 20여 명의 아이를 일일이 찾아가 알파벳과 영어 단어를 가르쳤다. 현지 플랜인터내셔널 캄보디아 사무소 직원들도 이날 일일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크메르어(캄보디아 언어)를 알려줬다.
살라크로반은 267가구, 1202명이 살고있는 빈민가 마을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터에 잡초만 무성했던 시엠립 인근 지역에는 플랜인터내셔널의 도움으로 어린이집 198개와 7개의 진료소, 도서관 등이 건립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씨의 후원 아동을 포함, 1만여 명이 혜택을 입게 됐다.
“우선 학용품을 나눠 주고 현지 사무소 선생님들과 함께 글자를 가르치는 등 기초적인 것부터 하고 있어요. 성과도 보여요. 지난해 함께 글자 쓰기를 연습했던 한 친구는 이제 크메르어를 완벽히 쓰게 됐고요. 어떤 아이는 지난 방문 때 가르쳐줬던 영어 노래들을 외워 부르고 쓸 줄 안대요. 이런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처음 왔을 땐 글자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찬탄 림·플랜인터내셔널 캄보디아 사무소 직원)
전미선 씨의 교육 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인도네시아 해외봉사 이후 시작된 나눔 여정이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쏟는 분야는 ‘교육’이다. 2013년과 2014년 태국 치앙마이 지역 비엔향 주에 직접 사비를 들여 ‘ECCD센터’(Early Childhood Care and Development Center)를 지었다.
전 씨의 교육 봉사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캄보디아는 물론 태국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후원자가 바뀌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면서 “지속적으로 후원 아동을 찾으면서 교육 봉사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머지않은 미래에 제3세계 곳곳에 학교와 쉼터를 세워주고 싶다”면서 “태국 ECCD센터를 시작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 씨는 기자가 현장에 동행한 2박3일 내내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어린이들과 어울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머리도 헝클어졌지만 외모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전 씨는 인터뷰 말미에 “사진에서 너무 엉망일까 걱정된다”라며 보정을 부탁했지만, 나눔의 후광 덕분일까, 흔한 보정 없이도 그의 모습은 환히 빛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