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생 국제개발협력 NGO ‘더 라이트 핸즈’ 손정배 대표 인터뷰
“20년 전만해도 사람들이 ‘국제개발’에 대해 잘 몰라 ‘부동산학과냐? 도시 계획이냐?’라고 할 정도였죠.”
국내 신생 국제개발협력 NGO ‘더 라이트 핸즈’의 손정배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1세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남도 도울 수 있다’는 욕심에 황무지 같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뛰어들어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전공,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장기 해외 사업을 맡았다. 최근엔 직접 NGO를 세우기도 했다. 국제개발협력에 대해선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주인공인 셈. 손 대표에게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작은 호기심,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거듭나게 해
손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남달랐다. 그 해소 창구가 된 건 의료 및 종교단체의 해외봉사활동. 첫 시작으로 기아대책을 통해 우간다에 1년간 봉사를 떠났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뛰어 놀던 아이가 며칠 뒤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상처가 굉장히 컸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삶과 성장을 위해 내가 좀 더 배워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됐죠.” 이후 그는 영국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유학을 마친 후 2011년, 손 대표는 영국계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입사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즈베키스탄 지부장으로 3년간 근무한 시간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이전까진 국제개발을 책으로 알았던 것 같은데 우즈베키스탄에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노력할게 뭔지, 어떻게 현지와 함께 해결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죠.” 대표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관련 책자를 섭렵하고 고려인 문화협회를 수시로 방문해 그들과 친분을 쌓는 등 수혜자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뿐 아니다. 당시 다른 단체들이 당국 정부 자료로 사업성과 보고서를 작성했던 반면, 그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변화를 직접 보고 사업을 평가했다. “의료진들에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교육하는 보건의료사업을 했죠. 6개월 뒤 다시 의료진들을 찾아가 현장 상황을 살폈죠. 정부가 놓치고 있던 지역 상세 데이터를 도출하자, 정부는 데이터를 대외비로 처리하기도 했어요.” 현장과 가까이에 있어 감동도 훨씬 컸다. 연세대학교 소아심장 수술 팀과 협력해 소아 심장 수술을 받은 우즈베키스탄 수혜 아동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아파서 웅크리고 있고 입술도 파랗던 아이가 수술 후, 엄마에게 안겨 건강한 웃음을 되찾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국제개발협력의 새 지평 열기 위해 직접 NGO 설립 나서
임기를 마친 후 손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NGO인 ‘글로벌 투게더’에서 2년간 총괄본부장을 지내며해외 사업뿐 아니라 인사, 회계 등 조직 운영 전반을 책임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갈증은 계속 남았다. 대부분 국제개발협력 활동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 하다보니, 수혜국이 대한민국과 협력국이 아니거나 현지 대사관이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던 것. “보조금이 놓치는 부분을 채우고 싶었죠. 그래서 올해 직접 ‘더 라이트 핸즈’라는 NGO를 설립했어요. 보조금이 닿지 않는 소외지역까지 보듬고 현장활동가들도 맘껏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요(웃음).” 이런 뜻에 공감해 더 라이트 핸즈는 올해 설립했으나 벌써 후원자가 200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체는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이외에 우리나라 대사관이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안 해온 스와질랜드에서 보건의료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스와질랜드에서 알비노(백색증) 환자 지원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이렇게 큰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작은 돈으로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아동결연을 넘어 ‘가정결연’ 사업을 이어간다. 그는 “빈곤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아이만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이의 1차적 배경이 되는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더 라이트 핸즈는 한 가정에 3년간 종자돈을 지원하고 기간 내 독립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동남아 가정은 생각보다 자립의지가 강해요. 첫 토대만 마련해준다면 충분히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죠.”
끝으로 그는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장활동가들은 하나의 메신저이자 중개자일 뿐, 마치 자신이 원조를 주는 것인 양 착각에 빠져 오만해선 안 된다”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어 수혜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 선입견으로 상대가 필요한 것을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필리핀에서는 대나무로 화장실을 짓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와준다며 시멘트로 화장실을 지었더니 현지 사람들은 너무 깨끗한 나머지 그곳에 불상을 두고 사당으로 씁니다. 실무자로서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현지 문화에 더 다가가야 합니다.”
김설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