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사업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
솜피 사내 밴드 Let’s
“자, 시작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하세요.” 지난 20일 오후 6시 분당의 한 스튜디오. 긴장과 기대를 품은 표정의 아저씨와 아줌마가 밴드 연주를 시작했다.
자우림밴드의 ‘매직카펫라이드’다. 마법의 융단을 타고 우리 둘만의 세상인 마법의 정원으로 날아가보자는 원곡의 느낌이 조금 묻어 나오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특히 건반을 맡은 차명이씨는 분주하다. 눈으로 악보를 보고 한 손으로 건반을 치면서 귀로는 동료들의 연주를 듣는다.
명이씨는 자동 차양제어시스템 전문기업인 ㈜솜피의 인사, 회계, 총무를 맡고 있는 관리부장이다. 10살과 12살 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면서 ㈜솜피의 사내 밴드인 ‘Let’s’의 건반 연주자이기도 하다. 연주자라고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건반을 쳐본 신참이다.
“옛날부터 피아노를 치고 싶었어요. 마음만 있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회사에서 밴드를 모집하고 밴드 지원을 해준다 기에 덜컥 신청을 해버렸어요.” 덜컥 신청을 하고 다섯 번에 걸쳐 연습을 했는데 요즘 명이씨는 살맛이 난다. 밴드를 하고부터 새로운 활력을 찾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서도 아이들 피아노로 연습을 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생겼고 아이들이나 남편이 저의 회사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엄마가 공연을 한다고 하니깐 벌써부터 난리죠.”
‘Let’s’는 오는 7월 12일 ㈜솜피의 창립 21주년 행사에서 공연을 한다. 맹렬히 연습하고 있는 ‘매직카펫라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곡은 한국 록그룹사운드의 시조라 할 법한 키보이스(Key Boys)가 불렀던 ‘해변으로 가요’다.
사업개발부서장인 안민호 과장은 ‘해변으로 가요’에서 보컬을 맡았다. 대학 노래자랑에서 부상으로 알람 시계를 받았던 대학 시절 이후에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 ‘매직카펫라이드’에서는 베이스를 맡았다. 끼도 많고 다재다능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유쾌하게 웃는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악기를 사준다고 하기에 지원해봤어요. 근데 지금은 늙어서도 취미활동으로 베이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민호씨는 직장 동아리 밴드 활동의 장점으로 ‘타부서 사람들과의 화합과 교류’를 들었다.
“밴드를 하기 전 같으면 타부서 사람들과 충돌이 있을 법한 일들도 이제는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있어요.” 명이씨도 “최근 밴드 연습을 하면서 부서간 협력이 잘 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솜피는 아예 회사의 사무실 안에 연습실을 작게 마련했다. 덕분에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회사에서도 연습을 한다. 기초가 부족해 연습을 따라가기 힘든 직원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학원비를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체 직원이 28명인 회사에서 직장 동아리 밴드는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솜피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예술을 활용한 창의력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예술 동호회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에 예술강사비, 강의실 대관료, 연습실 대관료 등 중소기업 문화예술활동 비용의 50%(최대 400만원)를 국고 지원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지원센터로 문의할 수 있다. (02-2124 -3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