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육식주의자 되기」 첫 번째 이야기(클릭하면 해당 칼럼으로 이동합니다)에서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공장식 축산 덕분입니다. 이 때문에 수천만 마리의 가축들은 걸어 다니지도 못할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누군가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공장식 축산은 우리에게 이로움만 가져다 주고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공장식 축산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몸집만한 우리에 갇혀 있어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일뿐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운동을 하지 못하니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안에 있는 가축 중 한 마리라도 병에 걸리면 다른 동물에까지 쉽게 전염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류 독감, 구제역이 한 번 돌 때마다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목숨을 잃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농가에서도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대비책이 바로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는 치료 효과도 탁월하지만,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어서 농가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축산 농가들은 사료에까지 항생제를 섞어가며 가축들에 항생제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 없이 이로울 것만 같았던 항생제, 하지만 지금은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오히려 재앙을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용한 살인자, 항생제 내성균
재앙의 원인은 조용한 살인자로도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때문입니다. 가축에 항생제가 과도하게 처방될 경우,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인간에게 전이될 확률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항균저항성검토위원회(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는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 해에 최소 70만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50년이 되면 이 숫자가 14배 이상 증가해 1,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2050년 대륙별 사망 수치를 보면, 아시아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항생제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특별히 공장식 축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많은 양의 항생제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항생제의 70%가량이 가축에 들어갑니다. 전 세계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에 전 세계에서 사용한 가축용 항생제는 63,151톤인데, 이 수치는 2030년이 되면 67%가 증가한 105,596톤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11년 전만해도 동물용 항생제가 1,500톤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1,000톤 미만으로 감소하며 사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쾌거는 모두 2011년,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를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진 덕분입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적인 항생제 사용수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고기 1kg에 포함된 항생제 사용량을 살펴보면, 뉴질랜드, 미국, 유럽 27개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4번째로 사용량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최우선 관리 항생제 사용량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우선 관리 항생제인 플로르퀘놀론계의 경우, 덴마크에 비해 250배, 일본에 비해 71배를 더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닭의 약 80%가 플로르퀘놀론계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덴마크 6%, 일본 5.4%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 말은 균 100마리가 닭에 들어왔을 때 항생제를 사용해도 80마리는 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치료용 항생제의 경우 2013년 수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하는 법이 통과가 됐지만, 처방 대상에서 제외된 항생제 수가 많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 국가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간의 몸에 생긴 항생제 내성균, 가축에서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에 생긴 항생제 내성균이 가축에서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영국의 대표적인 항균 저항성 연구 기관인 항균저항성검토위원회는 이 주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0개는 ‘가축용 항생제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7개의 보고서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의 절대 다수가 우리 몸에 생긴 항생제 내성균이 가축과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생제 내성균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과 내 밥상, 그 은밀한 관계에 대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은 영국의 유명 마트에 판매되는 제품을 가져와 항생제 내성균 테스트를 했습니다. 닭과 돼지고기가 들어간 92개의 상품을 조사한 결과, 22개의 제품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됐습니다. 캠브리지 대학 마트 홈즈 박사는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걱정할만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라면 아프다는 사람이 있을 때, 식중독이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건 아닌지 먼저 의심해 봐야 할 것입니다. 결과로 봐서는 가축 농장이나 육류 제품에 대한 검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감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생제 잔류 검사로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경고를 하는 전문가들은 가축뿐만 아니라 수산물에 들어가는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을 만들어, 모든 나라가 이를 따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 세계의 식품이 국경을 넘나드는 오늘 날,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
(1) 항생제를 투여한 고기를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지난 해,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놀라운 발표를 했습니다. 사람의 건강에 이롭지 않은 항생제를 투여한 닭고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맥도날드가 정책에 변화를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맥도날드 햄버거도 여기에 해당될까요?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 있는 매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맥도날드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더 나아가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와 소고기도 같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업에 좋은 먹거리를 요구할 권리, 지금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2) 사육방식을 표기해 주세요
달걀을 먹을 때마다 닭이 어떤 상태에서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번거롭고, 좋은 달걀을 먹고 싶기는 하고, 이런 소비자의 고민을 유럽연합이 단번에 해결했습니다. 달걀 포장지에 닭의 사육방식을 표기하는 라벨링 법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 법이 도입되면서, 이제 소비자는 달걀만 봐도 사육방식을 알 수 있습니다. 달걀에 찍힌 번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0 – 넓은 야외 공간에서 자란 닭
1 – 야외에서 자란 닭
2 – 실내에서 집단으로 생활한 닭
3 – 우리에서 갇혀 자란 닭
이 법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영국의 경우 법이 도입되기 전인 2003년, 우리 밖에서 자란 닭에서 생산된 달걀이 전체 31%를 차지했지만, 법이 도입된 2004년 이후인 2011년에는 그 수치가 51%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57%를 기록하며, 이 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장식 가축, 우리가 고기를 즐겨 먹는 이상 이는 동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가축들이 항생제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의 몸에도 그 만큼 항생제 내성균이 들어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소식은 우리의 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축의 면역력을 키우면 지금처럼 많은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제부터라도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행복한 육식주의자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