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시타 카냔다라(Nacitta Kanyandara) 아룸미 푸즈 대표
대체유 가격 낮추고 소농·여성 잇는 공급망 꿈꿔
“딸이 밤마다 심하게 울어 병원에 갔더니 유당불내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있던 유제품을 모두 대체 식품으로 바꿔야 했는데, 그때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 딸만의 문제는 아니었죠.”
인도네시아산 캐슈넛으로 식물성 음료를 만드는 임팩트 스타트업 아룸미 푸즈(Arummi Foods)의 나시타 카냔다라(Nacitta Kanyandara) 대표에게 자녀의 유당불내증은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아시아·태평양 임팩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글로벌 임팩트프러너(Global ImpactPreneur)’ 데모데이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나시타 대표를 지난 7월 6일 서울 명동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만났다. 글로벌 임팩트프러너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올해 3월 출범한 글로벌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와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임팩트스퀘어가 주관한다. 올해 23개국 126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20개 팀이 액셀러레이션을 거쳐 최종 10개 기업이 지난 7일 데모데이에 올랐다. 아룸미 푸즈는 이번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 비싼 대체유, 현지 캐슈넛에서 답 찾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유당불내증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의대 연구진의 2015년 조사에서는 유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아동의 비율이 3~5세 21%에서 12~14세 73%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우유를 대체할 식물성 음료 대부분이 수입산이라 가격이 비싸고 선택지도 좁다는 점이다. 나시타 대표에 따르면, 귀리나 아몬드로 만든 대체유는 일반 우유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다른 대체 유제품에서도 비슷한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지 요거트가 9500루피아(약 780원)인 데 비해 수입 비건 요거트는 3만5000루피아(약 2900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나시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아룸미 푸즈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산 캐슈넛을 활용한 대체유 개발에 나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6위의 캐슈넛 생산국이다. 나시타 대표는 “캐슈넛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서 원료 조달부터 제조까지 모두 진행해 관세와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캐슈넛이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식재료라는 점도 제품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나시타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캐슈넛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익숙한 맛을 바탕으로 대체유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룸미 푸즈는 기본형인 ‘캐슈 밀크 클래식’을 비롯해 커피에 어울리도록 개발한 ‘캐슈 밀크 바리스타’, 초콜릿 맛을 더한 ‘캐슈 밀크 초콜릿’ 등 3종을 판매한다. 클래식과 바리스타는 각각 200ml와 1L, 초콜릿은 200ml로 출시돼 모두 5개 제품으로 구성된다.
제품 가격은 주요 수입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클래식과 바리스타 1L 제품은 3만9900루피아(약 3200원)로, 인도네시아 대체유 시장 1위 브랜드 오틀리의 동급 제품 판매가인 5만8500루피아(약 4700원)보다 약 32% 저렴하다.

◇ 카페 4000곳서 시작해 소매시장으로
아룸미 푸즈는 처음부터 대형 소매점에 입점하기보다 카페와 바리스타를 통해 소비자에게 캐슈넛 밀크의 맛과 활용법을 알리는 전략을 택했다. 현재 아룸미 제품은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카페 브랜드인 인도마렛 포인트 커피 약 3400곳과 패밀리마트 카페 약 400곳을 포함해 전국 4000여 개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카페를 중심으로 제품 경험이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높아졌다. 2024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미카엘 야신이 대회 음료에 아룸미 캐슈넛 밀크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아룸미는 2025년 12월 닐슨이 집계한 인도네시아 식물성 음료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3위에 올랐고, 같은 해 순매출은 약 51만 달러(약 7억5000만 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전국에 약 2만 개 점포를 둔 알파마트를 통해 대표 제품 3종을 판매하고 있다.
아룸미 푸즈는 임팩트 생태계의 지원을 발판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오고 있다. 앞서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파트너십 포 포레스트(P4F)’를 통해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글로벌 임팩트프러너’ 프로그램에서는 소규모 캐슈넛 농가와 직접 협력하는 지속가능한 원재료 수급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멘토링을 거치며 공급망 초기 계획을 구체화하고 농업협동조합과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했다. 사업의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고 외부에 전달하는 방식도 보완할 수 잇었다.
나시타 대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초기 기업에는 자금뿐 아니라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 다음 목표는 농가·여성 잇는 공급망
아룸미 푸즈는 유당불내증 인구에게 저렴한 대체 음료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농가와 여성의 소득을 높이는 공급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나시타 대표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일부가 잘려도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캐슈넛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외부 업체가 가공한 원료를 사용하지만, 앞으로 농가에서 원물을 직접 구매하고 자체 가공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접 조달과 가공 체계가 갖춰지면 현지 여성의 일자리도 함께 늘릴 수 있다. 나시타 대표는 “캐슈넛은 껍질을 벗기고 세척하는 과정에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현지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을 정식 계약에 기반한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룸미 푸즈의 다음 과제는 캐슈넛 밀크의 판매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기반을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다. 농가에서 원료를 직접 조달하고 가공까지 내재화해 가격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인다는 구상이다. 나시타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기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