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분석…2040년까지 누적 배출, NDC 달성 최대 14년 지연 전망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가 2035년 국가 전력수요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추가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필요한 전력을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화력발전 등 화석연료 중심으로 조달할 때 2040년까지 최대 6억7903만 톤의 온실가스가 누적 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2024년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잠정)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분석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를 대상으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AI 데이터센터(AIDC), 반도체, 피지컬 AI 등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 가운데 18.4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과 6.3GW 규모 서남권 메모리 반도체 팹(Fab) 조성 계획이 모두 추진된다는 가정 아래 전력수요와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두 사업이 모두 가동되는 2035년에는 연간 169.5TWh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망한 같은 해 국가 전력소비량(697.6TWh)의 24.3%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2035년 우리나라가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 전력의 약 4분의 1이 메가프로젝트 때문에 새로 필요한 셈이다. 추가 전력수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가 120.9TWh, 반도체 팹이 48.6TWh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전력수요가 기존 국가 에너지계획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전력수요가 기존 국가 에너지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신규 수요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와 여당도 지난 13일 당정협의회에서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를 반영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 재생에너지냐 화석연료냐…온실가스 배출 최대 9.6배 차이
전력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메가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9.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재생에너지 중심(S1), 기존 전력망 활용(S2), 화석연료 중심(S3)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맞춰 전력 부문의 탄소배출이 계획대로 줄어든다고 가정한 기존 전력망 시나리오(S2)에서는 2035년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2145만 톤으로 추산됐다. 2040년까지 누적 배출량은 2억4683만 톤이다. 연구진은 이 정도만으로도 국가 감축경로상 약 1.7년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되돌리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반면 LNG 직접전력거래계약(PPA) 등을 통해 화석연료 중심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나리오(S3)에서는 2035년 추가 배출량이 6166만 톤으로 늘어난다. 2040년까지 누적 배출량은 6억3240만 톤에 달한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육불화황(SF₆) 등 불소계 온실가스(F-gas)에 따른 직접배출까지 더하면 누적 배출량은 최대 6억7903만 톤으로 증가한다.
반대로 전력의 7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시나리오(S1)에서는 2035년 추가 배출량이 643만 톤에 그쳤다. 화석연료 중심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약 9.6배 적은 수준이다.
◇ 메가프로젝트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면…설비 사실상 두 배 필요
재생에너지로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공급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추가 전력수요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면 태양광 기준 129GW 또는 해상풍력 기준 64.5GW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78GW)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목표(100GW)를 웃돌거나 맞먹는 규모다. 즉 메가프로젝트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면 정부가 현재 계획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별도로, 그에 맞먹는 규모의 설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직접배출도 과제로 꼽혔다. 반도체 공정에는 육불화황(SF₆) 등 온실효과가 매우 큰 불소계 가스가 사용된다. 연구진은 서남권 반도체 팹에서 이 같은 공정가스로 인해 2035년 연간 445만 톤, 2026년부터 2040년까지 누적 4663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 전력망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직·간접배출을 합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5년 연간 259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 화석연료 쓰면 NDC 최대 14년 지연…”투자 재검토해야”
메가프로젝트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시점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전력망을 활용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발전 부문 NDC 달성이 약 4년, 화석연료 중심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14년 지연될 수 있다.
기존 감축목표를 유지하려면 메가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 발전 부문은 2018년 대비 최소 76.4%를 감축해야 한다. 현재 목표인 68.8%보다 감축 수준을 7%포인트 이상 더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망 부담은 해외에서도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전력 사용량이 50MW 이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대해 1년간 신규 건설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 상승과 물 사용 증가, 지역사회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환경영향 평가 기준을 새로 마련하려는 조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과 증설을 제한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더블린 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을 제한했다가 현재는 자체 발전설비를 갖춘 경우만 신규 연결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산업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력 공급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팀장은 “메가프로젝트의 지역 분산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국가 전체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급격한 수요 확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 실질적인 부담이 된다”며 “신규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투자 규모와 추진 속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