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의 행방불명] 숫자에 갇힌 임팩트 측정, 본질을 묻다

지난 몇 년간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방법론적 발전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문제는 임팩트 측정의 역할과 기능이 지나치게 좁게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보다는, 수집하기 쉬운 산출물(output)이나 단기 성과 중심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시각화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측정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보고 가능한 숫자를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방법론에 대한 논의 역시 비슷한 한계를 보인다. 임팩트 측정에는 본래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하나의 표준화된 방법론을 찾아 합의하려는 강한 열망이 느껴진다. 글로벌 임팩트 측정 기관인 IDinsight가 설립 초기부터 “각 문제는 그에 맞는 고유한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each challenge demands its own approach)”는 원칙을 강조해온 것과는 대비된다.

◇ 임팩트 측정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간

표준화를 향한 업계의 열망을 이해한다. 사업마다 임팩트를 측정하는 방식이 다르면, 측정을 담당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새롭게 학습하고 대응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의사결정권자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시된 성과를 비교·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매출과 같은 공통된 지표로 귀결시키듯, 사회적 성과도 표준화·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수렴시키자는 요구가 등장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임팩트를 화폐가치로 표현할 수 있는 지표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 산출물이나 단기 성과 중심의 지표들이다. 예를 들어 나무 심기 사업을 통해 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장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지’, 그리고 ‘이를 탄소 감축량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인지’와 같은 수치들이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임팩트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임팩트 측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미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탄소 흡수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했다면, 그곳에 나무를 추가로 몇 그루 심었다는 사실만으로 환경적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임팩트 측정은 단순히 지표와 숫자를 수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이 작동하는 맥락과 사회문제의 원인을 깊이 이해하고, 그 메커니즘 속에서 우리의 사업이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임팩트 측정은 ‘변화에 대한 기여’를 찾아가는 과정

임팩트 측정의 엄밀한 정의는 창출된 변화 중 ‘어차피 발생했을 변화(what would have happened anyway)’를 제외하고, 사업이 실제로 기여한 부분만을 솎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업이 취약계층 100명에게 식료품 꾸러미를 제공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중 50명은 정부 보조금으로, 20명은 다른 민간기관의 후원으로 지원되었다면 해당 사업이 실제로 기여한 성과는 100명이 아니라 30명이다. 이러한 산출물 지표는 비교적 측정이 쉽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투입 필요성이 크지 않다. 측정 방식의 표준화도 용이해, 자연스럽게 업계의 관심과 합의가 이러한 지표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확인하고 싶은 변화는 식료품 꾸러미가 몇 개 전달되었는지가 아니라, 이를 받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다. 식생활이 개선되었는지, 건강 상태가 나아졌는지, 경제적 부담이 줄었는지와 같은 변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른 복지서비스, 경기 상황, 개인의 소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훈련된 임팩트 측정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개별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이해가 필요하고, 이른바 ‘판단의 영역(Judgement Call)’이라고 하는 측정자의 해석이 개입되는 지점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늘어날수록 측정은 표준화와 거리가 멀어진다. 자원을 배분하는 의사결정권자 역시 더 많은 고민과 에너지를 들여 자료를 살피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러한 복잡성과 개별성을 불편한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환경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다. 그렇기 때문에 각 문제와 상황의 특성에 맞는 고유한 측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자본과 효율의 언어가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임팩트 측정이 누구의 관점에서 설계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실 모든 측정 체계는 특정한 목적과 이해관계자의 필요를 반영해 설계된다.

ESG 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ESG 지표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비즈니스 지속가능성과 위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ESG 지표의 개선만으로 사회 전체가 더 나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ESG가 투자자의 관점에서 설계된 지표 체계인 것처럼, 임팩트 측정 역시 누구의 관점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측정 대상과 방법, 그리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임팩트 측정 생태계에서는 표준화·객관화·비교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임팩트 성과와 재무적 보상을 연계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숫자를 객관적으로 세고, 이를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이 임팩트 측정의 주요 역할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숫자만으로는 사회 변화의 정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표준화와 비교가 쉬운 지표의 성과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실제로 그만큼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영리와 사회혁신 분야의 리더들은 임팩트 측정을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원을 배분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표준화된 지표와 숫자는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문제의 복잡성과 개별 맥락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개별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사례별로 판단하려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한양대 겸임교수

필자 소개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들에게 지속가능경영과 소셜벤처 창업, 임팩트 측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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