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비영리 세제는 70년의 역사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비영리 회계기준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연표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비영리법인의 법적 형태와 설립 근거에 따라 서로 다른 회계규칙을 개별적으로 마련해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1966년 제정),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대학 적용, 1981년 제정),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1988년 제정),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병원급 적용, 2003년 제정),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규칙(2007년 제정),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2018년 제정) 등이 그 예다.
즉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 특정 유형의 비영리법인에는 각자의 회계규칙이 존재했지만, 민법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회계기준은 오랫동안 마련되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은 2003년 ‘비영리조직의 재무제표 작성과 표시 지침서’를 발표했고, 2017년에는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을 제정했다. 다만 이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기준에 머물렀고, 국내 실무와 괴리가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공익법인회계기준의 제정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2017년 봄쯤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익법인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비영리법인 업무를 수행해 온 회계사로서 반가움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비영리법인 업무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들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공인회계사가 조직의 재무상태와 운영 성과를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화된 회계기준이 부재했던 구조적 문제였다. 각 법인이 관행과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가 서로 비교 가능할 리 없었고, 회계 정보의 신뢰성 역시 담보되기 어려웠다.
약 6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2017년 말 공청회가 열렸고, 2018년부터 공익법인회계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 비영리 회계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라 할 만하다.
공익법인회계기준은 복식부기와 발생주의를 명확히 채택하고 표준 재무제표 양식을 제시했다. 특히 기부자들의 관심이 큰 비용을 세분화해 표시하도록 했고, 실무 부담을 고려해 현금흐름표 작성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또한 법인세법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비용과 부채로 인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본적인 회계 처리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준용하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 조합 등 이른바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2026년 현재까지도 법으로 강제되는 회계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 비영리법인의 회계기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최근 회계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 ‘회계기본법’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 법을 통해 단식부기를 원칙으로 하는 낡은 회계규칙이나, 회계기준조차 없는 비영리 사각지대가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비영리조직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인프라다. 점점 다양해지고 비대해지는 비영리 부문의 신뢰성은 더 늦기 전에, 회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변영선 회계세무사무소 선 대표(공인회계사·세무사)
필자 소개
30년째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지원센터를 만들고 비영리 전문서비스를 20년 이상 제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세제를 개정하고 공익법인회계기준을 만들고, 비영리법인 회계와 세무 실무를 집필하고, 업계 종사자, 국세청, 전문가분들께 비영리 교육을 하였습니다. 이제 ‘회계세무사무소 선'을 통해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