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분절 넘어 연결로 복지 사각지대 메워야”

‘복지 사각지대’ 이주배경 청소년 포럼 현장
범부처 협업과 시민사회·지자체 연계로 성장 과정 전반을 잇는 지원 필요

“사람이 제도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사람의 삶을 따라와야 합니다”

강다영 용산나눔의집 활동가가 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복지 사각지대 이주배경 청소년 포럼’에서 한 말이다. 이주배경 청소년을 제도의 안전망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현재의 복지 체계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이번 포럼은 이주배경 청소년을 둘러싼 돌봄·교육·행정 지원 체계의 공백과 정책 작동상의 한계를 점검하고,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더나은미래와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가 주관했으며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과 서울시글로벌청소년센터가 후원했다.

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더나은미래와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가 주최한 ‘복지 사각지대 이주배경 청소년 포럼’에서는 분절된 제도 속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의 사각지대와 개선 과제가 논의됐다. /하영문 작가

2025년 기준 초·중등 이주배경 학생 수는 20만 2208명으로 전체 학생의 4%에 이른다. 2019년 13만7725명(2.51%)과 비교하면 규모와 비중 모두 크게 늘었다. 동시에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한국어 장벽과 체류 자격의 불안정, 정보 접근의 한계, 지지 기반 부족 등으로 교육 체계에서 이탈할 위험에 놓여 있다.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사각지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도 적지 않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제도 밖에 놓인 미등록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국내 장기 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3년 연장했다. 체류 자격 문제로 교육 접근이 제한돼 온 아동·청소년에게 합법적인 체류 지위를 부여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다만 이는 상시 제도가 아닌 한시적 조치로, 지원 조건과 행정 절차가 까다롭다는 한계가 남는다.

◇ 분절된 제도·높은 문턱에 소외되는 이주배경 청소년

기조 발제를 맡은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의 문제는 역량이나 제도의 부재라기보다, 제도의 분절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주배경 청소년을 둘러싼 정책은 체류 단계별로 서로 다른 부처와 기관이 나눠 맡는다. 체류 자격(VISA)은 법무부, 학교생활은 교육부, 고용·직업훈련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이주배경 청소년이 청년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고용 정책이 분리되면 취업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체류 자격이 제약되는 등 정책 간 연계 부족의 문제가 드러난다.

이에 조 변호사는 입국부터 성년 이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는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통합 로드맵’을 제안했다. 조 변호사는 “부처별 사업 목록 나열이 아니라 단계마다 부처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며 “미등록 이주아동처럼 예외에 놓여 있는 청소년도 로드맵을 소화할 수 있게 하는 지원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드맵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단순히 부처 간 회의나 협의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조정 권한과 정책 평가, 예산 연계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열린 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의 문제는 제도의 공백이 아니라 제도 간 분절에 있다고 짚으며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통합 로드맵’을 제안했다. /하영문 작가

이어 강다영 용산나눔의집 활동가는 지원제도의 낮은 접근성을 문제 삼았다. 강 활동가는 “지자체 진로상담센터에서 체류 자격에 맞는 진학·취업 상담은 불가능하다고 하거나,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도 ‘사례가 다 다르다’며 출입국사무소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며 “낮은 정보 접근성은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져 체류 자격 상실과 미등록 상태라는 체류 불안을 낳는다”고 말했다.

작년 연장된 장기체류 제도의 문턱 역시 높다는 지적이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추산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은 약 2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사례는 약 1200명으로 전체의 6%에 불과하다. 강 활동가는 “부모의 장기 미등록 기간에 따라 대부분 900만 원 안팎의 범칙금이 부과되는데, 이는 아동의 권리를 담보로 가난한 가정에 빚을 떠안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직된 체류 요건으로 성년 전환 시 부모는 강제 출국 대상이 된다. 성인 자녀는 공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체류가 제한되면서 가족 분리 우려가 커져 제도 신청이 위축된다.

이에 강 활동가는 중앙정부·지자체·시민사회의 역할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한국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거주 목적에 부합하는 조건 없는 장기체류 비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지역 조례를 통해 주거·의료·진로 지원에서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우리 동네 청년’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주민과 지자체 사이에서 신뢰의 디딤돌을 놓고, 제도 밖 사각지대를 발굴·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해 ‘함께 배우는’ 학습 환경 만들어야”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장한업 교수는 다문화 정책이 앞선 유럽의 교육 정책을 소개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중도입국 학생을 위한 공식 교육 지원 매뉴얼을 마련하고, 언어·학업·학부모 지원과 상호문화 교육을 핵심 축으로 내세운다. 장 교수는 유럽의 교육 정책이 이민 학생의 포용을 목표로 한 통합적 접근 속에서 추진되는 점을 강조했다. 이민 학생을 위한 별도의 학교를 만드는 대신 정규 교육 체제 안에서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포럼에서 장한업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유럽의 교육 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이주배경 청소년이 정규 교육 체제 안에서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영문 작가

매뉴얼은 학교와 교사의 다양성 인식을 높여 우호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국어 게시판 설치나 교내 상호문화 행사 운영에 그치지 않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다양성 교육을 의무화했다. 이주배경 교사 채용도 장려하고 있는데, 특히 덴마크는 이주배경 교사나 소수민족 교사를 적극 채용한다. 장 교수는 “학생 구성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교사 집단이 원어민·중산층 중심의 동질적인 환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어 중국 배경 학생이 많은 학교에 한족이나 조선족 출신 교사가 있으면 학생들이 두 언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뿐 아니라 중요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실질적인 필요를 직접 지원하려는 현장 중심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와 더나은미래는 2025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도입국청소년을 대상으로 교통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현장 지원을 맡은 신혜영 이주민센터친구 센터장은 교통비 부담으로 통학이나 센터 이용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는 교육과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에 학교와 기관 추천을 통해 30명을 선정해 1인당 25만~35만원을 지원했다

실제 지원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A군(14)은 가정과 학교, 지역 센터를 오가는 데 편도 30~40분이 걸렸지만, 교통비 부담으로 추운 겨울에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이후 교통비 지원이 이뤄지면서 통학과 센터 이용이 안정됐다. 학업에 대한 의욕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여유 시간이 생기자 서울 곳곳을 다니며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A군은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본 포럼에 “교육부는 모든 학생을 학생으로 보고 교육 과정 중심으로 지원하는 접근이 원칙이다”며 “학생은 이주 배경이라는 이유로 따로 구분하거나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낙인과 위축을 낳아 아이들을 더 숨게 만든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어 “교육부는 모든 학생 이주 배경 학생을 포함한 모 모든 학생이 학교 안에서 최대한의 교육권과 성장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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