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오겜’이, 돈은 라면이 번다” K-콘텐츠 투자가 ‘대박’ 못 좇는 이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 리포트 발간

‘오징어 게임’, ‘기생충’, BTS. 한국 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한류 붐’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아카데미 작품상, 빌보드 차트 정상. 성과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 시장에서 K-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흥행은 하지만, 투자 자산으로는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반복된다. 왜 이런 괴리가 생겼을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6일 발간한 이슈페이퍼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은 그 원인을 “콘텐츠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투자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6일 이슈페이퍼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을 발간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 “흥행해도 남는 게 없다”…’프로젝트’에 갇힌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모태펀드 문화계정 투자의 81.7%는 기업이 아닌 개별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에 투자하고 그 정산만 받다 보니, 작품이 흥행해도 제작사의 기업 가치나 자산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기업에 투자해 IP를 축적하고 성장성을 공유하는 구조는 소수에 불과하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일한 제작사가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더라도, 투자 성과는 각 프로젝트에서 단절적으로 소멸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콘텐츠 산업은 배우 리스크, 대중의 취향 등 변수가 많아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영역으로 분류된다. 결국 “콘텐츠는 의미 있는 산업이지만, 돈은 안 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배경이다.

역설적인 점은,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오히려 산업 밖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K-드라마가 히트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 화장품, 패션, ‘불닭볶음면’ 같은 식품 소비가 폭발한다. 실제로 한류로 유발된 소비재 및 관광 수출액은 약 65억 달러(2023년 기준)에 달한다.

◇ “제작비 말고 ‘IP 확장’에 베팅하라”

하지만 기존 투자 구조는 제작 단계의 리스크는 온전히 짊어지면서, 정작 흥행 이후 터지는 이 ‘연관 산업’의 과실은 가져가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재주는 콘텐츠가 부리고, 수익은 연관 산업이 가져간다는 인식이 형성된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IP(지식재산권) 확산 구조를 전제로 한 투자’를 제시한다. 흥행 여부를 맞히는 ‘점쟁이 식’ 투자가 아니라, 흥행이 검증된 IP가 파생시키는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콘텐츠는 수익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를 이동시키는 ‘트리거’다. 투자는 그 트리거 이후 열리는 시장—굿즈, 커머스, 관광, 브랜드 협업—을 겨냥한다. 예컨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IP를 활용해 매출을 내는 F&B·라이프스타일 기업에 투자하거나, 화장품·패션 기업이 콘텐츠 제작비 일부를 부담하고 흥행 이후 활용 권리를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제작 리스크를 줄이고, 콘텐츠가 만들어낸 확실한 수요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PPL이나 협찬과도 다르다. 창작에는 개입하지 않되, 흥행 이후의 활용 권리를 자산화하는 구조다. 투자와 마케팅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콘텐츠와 연관 산업은 ‘누가 수익을 가져가냐’의 대립 관계가 아니라 가치 사슬 내의 파트너”라며 “콘텐츠 성과를 투자 수익으로 연결하는 ‘투자 2.0’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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