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개 기술 몰린 ‘넷제로 챌린지’…한국 식스티헤르츠 결선 첫 진출

베트남서 만난 ‘기후테크’의 무대 <上>
재생에너지·농업·순환경제 3개 분야서 결선 열려…현장 적용성·확장성 중심으로 기술 평가

기후재해가 일상으로 번져가는 동남아에서, 이를 줄일 기술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 경연이 열렸다.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현장. 올해 대회에 60개국에서 700개 넘는 지원서가 몰릴 만큼 관심이 컸다.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과 정책, 기업 활동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기술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다.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행사 현장. /호찌민=김규리 기자

베트남은 최근 몇 년 동안 폭우·홍수·산사태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달 중부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90명이 넘게 숨졌고, 베트남 국가통계청(GSO)은 올해 자연재해 사망·실종자가 279명, 피해액이 20억 달러(한화 약 2조9400억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지형적 취약성과 기후변화가 겹치면서 재해의 강도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기술은 더 늦출 수 없는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

◇ 기후재해 늘어난 베트남…기술 기반 대응 필요성 부각

‘넷제로 챌린지’는 베트남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재단이 호찌민시 개발연구소(HIDS)와 협력해 2022년부터 운영하는 글로벌 기후 기술 대회다. 산업·도시의 배출 저감, 지속 가능한 농업, 폐기물 관리 등 베트남이 당면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1일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행사에서 ‘베트남 푸드(Vietnam Food·VNF)’ 팀이 심사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호찌민=김규리 기자

올해는 GS건설이 전략 파트너로 처음 참여했고, 아이비엣벤처스(AiViet Ventures)와 38M벤처스, 싱가포르 센브콥인더스트리스(Sembcorp Industries) 등이 투자 파트너로 합류했다. <더나은미래>는 공식 아웃리치 파트너로 현장을 취재했다.

결선에는 ▲재생에너지·탄소 감축 ▲식량 시스템·지속 가능한 농업 ▲순환경제·폐기물 관리 3개 분야에서 각각 3개 팀이 선정됐다. 심사 기준은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 베트남 현장 적용 가능성, 사업 확장성 등이었다. 전시 공간에서는 각 팀의 기술 구조가 단순화된 모형과 인포그래픽으로 소개돼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1일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식스티헤르츠의 예측 솔루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호찌민=김규리 기자

식스티헤르츠, 한국 기업 첫 결선 진출…“아시아 시장에서의 가능성 확인”

올해 눈에 띄는 특징은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식스티헤르츠(60Hertz)는 위성 영상과 기상 정보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량을 예측하는 AI 기반 가상발전소(VPP)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전력거래소 실증 과정에서 97.4% 예측 정확도를 입증한 사례도 소개됐다. 질의응답에서는 예측 정확도 산정 방식, 베트남 현장 데이터 확보 전략, 사업 확장성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가 ‘넷제로 챌린지 2025’ 그랜드 파이널 행사에서 태양광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호찌민=김규리 기자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후테크 기업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외부 대회 참여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베트남 진출 전략을 더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결선 무대에는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제시됐다. 재생에너지·탄소 감축 분야에서는 ▲조류 기반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홍콩의 ‘알카보 테크놀로지스(Alcarbo Technologies)’ ▲HVAC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배출을 줄이는 미레도 아시아(Miredo Asia)가 결선에 올랐다.

식량 시스템 분야에서는 ▲해산물 부산물을 영양 성분으로 전환하는 ‘아쿠아프로덕츠(AQUAPRODUCTS)’ ▲살충제·비료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환원 기수를 보유한 ‘판다와 아그리 인도네시아(Pandawa Agri Indonesia)’ ▲초경량 농업 로봇을 개발한 베트남의 ‘슈즈 애그테크(Shoes Agtech Ltd.Co)’가 발표에 나섰다.

‘순환 경제 및 폐기물 관리’ 부문에서는 ▲플라스틱·산업 폐기물을 저탄소 건설자재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한 인도의 ‘살테크 디자인 랩스(Saltech Design Labs)’ ▲식품 가공 폐수에서 영양소의 80%를 회수하는 ‘레트리브(RetriV)’ 기술을 개발한 베트남의 ‘베트남 푸드(Vietnam Food·VNF)’ ▲섬유 폐기물을 폴리머로 재활용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시스템을 선보인 이스라엘의 ‘텍스트리(TextRe)’가 선발됐다.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터치스톤파트너스

최종 우승은 ▲알카보 테크놀로지스(재생에너지·탄소 감축) ▲슈즈 애그테크(식량 시스템·농업) ▲베트남 푸드(순환경제·폐기물 관리) 등 세 팀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베트남 현장에서의 실용성·확장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투 응오(Tu Ngo) 터치스톤파트너스 총괄 파트너는 “베트남이 지속가능성 전환의 중요한 시점에 선 만큼 초기 단계 기후기술 투자는 혁신을 촉진하고 장기적 회복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며 “넷제로 챌린지와 향후 투자를 통해 확장 가능하고 실질적 영향을 낼 수 있는 솔루션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테마섹재단의 기후·라이버빌리티(Climate & Liveability) 헹 리 랑(Heng Li Lang) 총괄은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수상팀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정부·기업·투자자·혁신가들과의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는 터치스톤파트너스의 ‘그린 트랜지션 펀드(Green Transition Fund)’ 출범도 함께 발표됐다. 1000만 달러(한화 약 146억) 규모로 시작하는 이 펀드는 베트남과 동남아시아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폐기물 관리, 순환경제, 차세대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호찌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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