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1>
유나이티드웨이 23% 급감, 사마리탄스퍼스·컴패션 등 ‘현장형 단체’ 두 자릿수 성장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기부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는 지난 7일(현지시각) 2021~2023년 개인·재단·기업 기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 100곳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단체별 순위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 5년간의 기부 흐름과 정치·경제·문화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통적 대형 기관의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재난·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 중심의 단체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 TOP10
2021~2023년 평균 모금액을 기준으로 한 상위 10개 단체는 ▲유나이티드웨이(1위)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 병원(2위) ▲구세군(3위) ▲YMCA(4위) ▲컴패션 인터내셔널(5위) ▲미국 소년소녀클럽(6위) ▲해비타트포휴머니티(7위) ▲스텝업포스튜던츠(8위) ▲미국 적십자(9위) ▲사마리탄스퍼스(10위) 순이다.

순위권에는 100년 넘은 전통 단체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웨이, 구세군, YMCA, 미국소년소녀클럽, 미국 적십자 등은 모두 19세기에 설립돼 미국 시민사회의 근간을 형성한 기관들이다. 반면 2000년 설립된 ‘스텝업포스튜던츠(Step Up for Students)’는 교육 장학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 단체로, 10위권 중 유일한 2000년대 설립 기관이다.
특히 코로나19와 전쟁, 기후 위기 등 복합적 위기가 기부 흐름을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역사와 전국적 네트워크를 지닌 유나이티드웨이(1위)는 ‘직장 내 모금’ 기반이 약화되며 2018~2020년 평균 대비 모금액이 23% 급감했다. 반면, 사마리탄스퍼스(10위)·컴패션인터내셔널(5위) 등 재난 대응 및 빈곤 지역 지원 등 현장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은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 팬데믹이 흔든 전통의 기반, 세대가 바꾼 기부의 방식
CCS 펀드레이징의 릭 해피 회장은 “젊은 세대는 대형·전통 기관이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유나이티드웨이는 오랫동안 기업 사내 모금을 주요 재원으로 삼았으나,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확산과 직원 참여 감소로 기반이 약해졌다. 대신 MZ세대 후원자들은 온라인 기부 플랫폼과 SNS 캠페인을 통해 빠르게 참여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난 현장에서 긴급 식사를 제공하는 월드 센트럴 키친(41위)은 SNS를 통해 젊은 후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허리케인 피해 현장 등에서 무료 식사를 제공하며, SNS를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 공유한다. 특히 창립자인 셰프 호세 안드레스가 개인 계정으로 올리는 영상은 “내 기부가 지금 현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후원자에게 전달한다. 그 결과 월드 센트럴 키친은 2018~2020년 대비 209%의 모금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대 변화와 디지털화가 기부의 중심축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한편, 상위 100곳 중 약 4분의 1이 재난·국제구호 단체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등 세계적 위기가 기부의 방향을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77위)·덕스 언리미티드(82위)·야생동물보존협회(95위) 등 환경단체는 50~65%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기후 대응형 자선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크로니클은 이를 “경제 불안, 정치 양극화, 기후 위기가 동시에 맞물린 시대적 전환”으로 분석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