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 정부는 집단소송으로 맞불…정책 전면전 불붙은 美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반(反) ESG 행보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달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성향 판결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이민자 보호, 환경규제, 다양성 정책 등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됐던 조치들이 대법원의 판결로 줄줄이 무력화되면서, 민주당 주 정부들은 집단소송을 통한 전면적 저항에 나선 상황이다.

◇ 임시 체류자 추방 허용…환경영향평가 기준도 완화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임시 체류 이민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앞서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이 내린 추방 중단 명령을 뒤집은 것이다. 해당 판결로 인해 베네수엘라,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출신 이민자 약 53만2000명이 즉각 추방 위기에 놓였다.
그에 앞서 5월 19일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35만 명의 임시보호지위(TPS)를 종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TPS는 전쟁·재난 등으로 본국 귀환이 어려운 이민자에게 임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두 건의 판결 모두 트럼프식 강경 이민 정책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환경 분야에서도 대법원은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5월 29일, 유타주 철도 건설 사업과 관련한 소송에서 환경영향평가 범위를 축소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기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원유 정제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직접적 영향만 평가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향후 화석연료 기반 프로젝트의 인허가가 더 쉬워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5월 6일, 대법원은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금지한 트럼프 행정명령의 효력을 인정했다. 이 명령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것으로, 바이든 정부는 이를 폐지했었다.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해당 명령이 헌법상 평등 보호 원칙을 위반했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트랜스젠더 군인 수천 명이 전역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 민주당 주 정부 “트럼프의 반(反)ESG에 제동”…소송 총력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정책에 맞서, 민주당이 집권한 주 정부들은 연합 소송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시 혼잡통행료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려 한 시도를 막았다. 혼잡통행료 제도는 맨해튼 60번가 이남 지역에 출퇴근 시간대 진입 차량에 9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됐지만 트럼프는 올해 2월 폐지를 시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재임 직후 육상·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임대 및 허가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 17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당 주 정부들은 “이 조치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협하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보건복지부(HHS) 소속 직원 2만 명 감축, 28개 부서 통폐합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1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 법무장관들은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감염병 연구소 폐쇄, 보건 실험 중단 등으로 공공보건이 전방위로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된 위헌적 행정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