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1일(화)

‘트럼프 시즌2’ 시작, 기후외교 향방은? [글로벌 이슈]

파리협정 탈퇴 예고한 미국, 환경 리더로 떠오르는 중국
IRA 철회 예고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현지시각 20일,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환경정책을 뒤집겠다고 공언해 왔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시작으로, 전기차 우대 정책과 그린 뉴딜 폐지, 화석연료 생산 확대 등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귀환은 세계 기후외교 지형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기후 전문가들이 내다본 2025년 기후외교 전망을 살펴봤다.

◇ 미국의 탈퇴가 곧 파리협정의 좌초는 아니다

트럼프는 첫날 파리협정 탈퇴를 비롯한 바이든표 환경정책 폐기를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탈이 곧 협정의 좌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프란시스 콜론 미국진보센터(CAP) 수석 디렉터는 “미국 없이도 협정을 유지하려는 국제적 의지가 중요하다”며 녹색기후기금과 손실·피해기금의 지속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날드 트럼프는 취임 첫날 파리협정을 비롯해 바이든 표 환경 정책을 다수 철회하겠다는 계획이다. /Pixabay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글로벌 협약으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2023년 11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 상승폭을 2.5~2.9도로 예측하며 여전히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대신, 주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프란시스 콜론 디렉터는 “향후 기후 친화적 행정부가 들어서서 파리협정 재가입을 추진할 때, 지역 차원의 노력이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기후 동맹(US Climate Alliance)에는 24개 주와 자치령이 가입해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55%와 경제의 60%를 차지한다. 이 동맹은 2035년까지 미국의 넷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일부 주는 다양한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캘리포니아·뉴욕·매사추세츠·버몬트·워싱턴·오리건 6개 주는 올해부터 신차 판매 중 35%를 전기차로 의무화했다. 특히 뉴욕주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화석연료 기업에 피해 복구 및 적응 비용을 부담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라 앞으로 25년 동안 매년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4000억원)를 부과될 예정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트럼프도 쉽게 못 뒤집는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 철회를 선언했지만, 많은 예산이 이미 집행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IRA에 포함된 세액공제 예산은 주정부와 지방정부로 배분됐으며, 보조금을 받으려는 배터리 공장들도 이미 다수 착공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7일 IRA 최종 지침을 발표하면서 풍력·태양광뿐만 아니라 수력·지열·해양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에 30%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방지법(IRA)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금액이 집행되고 공화당 내부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Pixabay

무엇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IRA가 일자리 창출과 산업 활성화 등 지역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지역들이 IRA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이 하원의장에게 ‘IRA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유지’를 공식 요청하며, IRA 폐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작년 12월, KOTRA 시카고 무역관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브라이언 앵글 미국 배터리산업협회(NAATBatt) 회장은 “IRA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으로 배정된 예산 중 약 85%가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 등 공화당 주지사가 집권하는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지역으로 유입된 투자 규모는 약 2680억 달러(한화 약 390조 원)로, 민주당 지역에 배정된 투자액의 3배 이상이다.

팀 사하이 존스홉킨스대 글로벌넷제로산업연구소 디렉터는 “IRA 폐지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다른 국가들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등이 친환경 제품 공급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 중국·글로벌사우스의 부상

미국의 반환경 정책 기조는 중국과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십 부상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재생에너지 기술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있으며, 더욱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사이먼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중국의 리더십을 강조했으며, 올해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총회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전망이다. / COP29 누리집 갈무리

올해 열리는 주요 국제회의 역시 글로벌사우스가 주도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 주제는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이며, 핵심 의제로 ‘공정한 에너지 전환’이 꼽힌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다. 지난해 기후과학자 출신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멕시코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일(현지 시각)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녹색산업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는데,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소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COP29에서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를 높이 평가하며, “중국의 지속적 리더십이 지구 온도 상승 억제를 위한 글로벌 노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2016년 이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1770억 위안(한화 약 35조 원)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프란시스 콜론 디렉터는 “올해 브라질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COP30)는 중국이 기후 재정을 적극 지원하는 국가로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구상됐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귀환이 글로벌 기후 리더십의 판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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