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국내 최초 기부금품법 전문서 발간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저자 북토크
1951년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기부금품법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1월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된 법률의 명칭은 ‘기부금품 모집ㆍ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다. 개정안은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을 투명하게 해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목적과 달리, 기부금품법이 기부 활성화보다는 모금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도한 규제가 기부단체에 행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부금품법을 위반하면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등록 취소나 기부금 환수,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법안의 주요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1년 이내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가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 ▲기부금품을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 ▲모집상황과 사용내역을 담은 장부 및 서류 등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12월 5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기부금품법 함께 읽기: 기부금품법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북토크가 열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출간하는 나눔북스 시리즈의 18번째 책으로,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와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가 공동 집필한 국내 최초의 기부금품법 전문서다. 책은 법안의 목적과 개정 역사, 판례 해석 등을 다룬다. 이날 북토크에서 기부금품법과 책에 관해 나온 주요 발언들을 모아봤다(이름 가나다순).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법을 몰랐다고 해서 면책이 되는 경우는 없다. 이는 기부금품법도 마찬가지다.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이라면 관련 법을 숙지하는 것은 필수다. ‘좋은 의도로 한 일인데 왜 처벌을 받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좋은 의도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기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일수록 법을 잘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체계를 갖추길 권한다.”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단순한 실수로 인해 기부단체의 존폐 위기를 맞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 회원 단체의 실무자가 실수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늦게 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즉시 등록을 시정했지만 경찰 고발로 이어져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으면 지정 기부금 단체 자격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시정명령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기부금품법은 시정명령 없이 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가 기부금품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반영해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노연희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
“비영리조직 연구자로서 기부금품법 폐지를 논할 때는 법의 존재 이유와 비영리조직의 본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영리 활동이 나아갈 방향,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까지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부금품법이 왜 불필요한지,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책 결정권자를 만났을 때 구체적인 논리와 데이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홍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이번 기부금품법 개정안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규제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면서도 법안 명칭에 ‘활성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일종의 ‘워싱’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번 책에서 기부금품법의 미래를 다룬 챕터가 특히 인상 깊었다. 만약 기부금품법이 폐지된다면 현재의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또 대안은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원래 제목을 ‘기부금품법 폐지론자의 기부금품법 강의’로 하려 했다. 기부금품법은 규제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법안을 없애야 한다고 본다. 단순 실수에 대해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법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개정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전략적일 것이다. 기부단체의 자정 노력과 교육 보완도 중요하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위헌 소송도 제기됐지만 합헌 결정이 났다. 이는 등록 후에도 여러 규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집활동 비용, 사용기간 등 준수 사항이 많아 단순히 시정명령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다. 규제 자체를 바꿔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기부금품 사용에 관한 규제는 세법에 맡기고, 기부금품법은 모집 방법과 공시 의무만 다루는 쪽으로 개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기부자들이 직접 공시된 내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