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가치를 넘어 성과로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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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조직이 존재하게 된 오늘날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선한 사업을 행한다(doing good business)’는 사실 그것만으로 비영리조직이 존재의 이유를 충분하게 갖지는 못한다. 비영리조직도 ‘선한 사업을 잘하는 경우(doing good business well)’에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이제 비영리조직의 운영에서 경쟁을 통한 생존이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회가 비영리조직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선한 일을 넘어 실제로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는 높은 성과(high performance)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런 조류는 사실 비영리조직에서만 발생되는 현상은 아니다. 공공 영역에서도 뉴 매니지먼트(New Management)라는 패러다임과 함께 높은 효율성과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에 대한 집중이 강조되는 새로운 경향이 이미 확산되고 있다.

비영리조직의 운영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기대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기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비영리조직의 파급력(impact)에 대한 기대라 생각된다. 최근 출판되는 해외의 비영리조직 관련 전문 서적이나 논문에서는 더 높은 파급력(higher impact)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집합적인 파급력(collective impact) 등의 개념을 다루는 경향이 훨씬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의 비영리조직들도 새로운 기대에 대해 주목할 시점임을 시사해 준다.

파급력에 집중한 한 예로 미국의 자선시장에서 모금을 거의 독점적으로 선점해 온 조직인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의 사례는 흥미롭다. 유나이티드웨이는 1990년대 초 회장의 비리와 관련된 내홍을 기점으로 모금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동시에 기부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오랜 기간 기부를 통해 지원해 왔는데, 기부금의 배분을 통해서 우리 지역사회 문제 중 변화된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핵심적 질문과 함께 유나이티드웨이에 대한 기부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응 전략이 바로 ‘지역사회 파급력(community impact)’이었다. 즉 그냥 선한 사업을 가장 비용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선언적 캠페인성 모금의 유효성은 이제 끝이 보인다는 평가로부터 시작, 지역사회의 핵심 문제에 대한 집중적 배분을 통해 문제해결의 가시적 성과를 갖고 지역사회 및 기부자와 소통하면서 지속된 기부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전략이 바로 지역사회 파급력(community impact)이란 접근방식인 것이다.

이런 전략은 미국 자선기관의 리더로 여겨지는 유나이티드웨이가 처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이상의 침체를 모면할 수 있게 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다시금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파급력 창출의 접근 방식을 비영리조직이 진정 홀로 감당하고 수행해 낼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홀로 수행되는 경우 그 파급력이 과연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파급력은 고작해야 개별 비영리조직이란 단위에서만 관찰되는 ‘고립된 파급력(isolated impact)’이지는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대안적으로서 제시된 개념이 바로 ‘집합적인 파급력(collective impact)’이다. 즉 이는 비영리조직, 정부, 기타 비영리조직, 기업 등의 다양한 주체가 공동으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협력적으로 참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좀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에, 이러한 협력적이고 집합적인 접근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함을 제시하는 개념이다. 동시에 이런 접근 방식은 향후 비영리조직들이 사업을 모색할 때 어떤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제한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비영리조직이 생존을 위해 이제 홀로 행함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고 역량을 합해 내면서 존재 이유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노력이 생존의 한 방식인 때가 도래하는 것 같다.

이제 사회는 선한 일 차원에서의 소통을 넘어 선한 일을 통한 실제 성과에 기반을 둬서 비영리조직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나라 자선단체 및 기타 공익적 비영리조직 생존의 길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리 및 공공조직을 넘어 비영리조직에 대해서도 이제 성과 및 파급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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