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비영리가 ‘새로운 방식’의 자원을 활용하는 법

“비영리 조직은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단순히 모금을 받는 것을 넘어, 어떻게 모금을 지속할 수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 기부자든 동료 비영리 조직, 혹은 기업이든 관계를 쌓고 진정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앤서니 스피어맨-리치 국립행정아카데미 디렉터)

7월 23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 세미나가 열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급변하는 환경 속 공익활동 트렌드와 자원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비영리 조직(NPO) 및 학계 관계자 60여 명이 함께했다.

앤서니 스피어맨-리치 국립행정아카데미 디렉터가 7월 23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 세미나에서 화상미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앤서니 스피어맨-리치 국립행정아카데미 디렉터는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디렉터는 “모금을 요청할 때 재원이 필요한 이유뿐 아니라 비영리 조직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점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를 마치면 지역사회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사후 보고서나 온라인 미팅 등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자가 지역사회에 공헌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 NPO와의 소통과 파트너십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앤서니 디렉터는 NPO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조사하거나 팀을 이뤄 자원 조달 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한국 비영리, 미국 모금 시장을 공략하라

새로운 재원 마련 전략으로 ‘미국 모금 시장’을 겨냥할 수도 있다. 2022년 한 해 미국의 전체 기부금 규모는 5000억 달러(한화 약 692조원)로, 개인 기부자가 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면세 지위를 받은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할 수 있다. 리 트란 미리어드 USA(Myriad USA) 디렉터는 “미국에서 직접 개인 기부를 받으려면 ‘501(c)(3) 면세 지위’를 받아야 하는 데 독립적인 이사회를 설립하고 주마다 모금 허가를 받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라며 “면세 지위를 받은 조직과 동반 관계를 맺으면 한국 비영리 조직은 기부금을 받고, 미국 기부자에겐 세금 공제 혜택을 받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트란 미리어드USA 디렉터가 7월 23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 세미나에서 한국 NPO가 미국에서 모금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리 트란 디렉터가 속한 미리어드USA는 미국 기부자가 전 세계 NPO에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작년에는 92개국 796개의 NPO에 1억 4200만 달러(한화 약 1967억원)을 지원했다. 한국에서는 아름다운재단이 미리어드USA와 파트너를 맺어 미국 내 모금을 진행한 바 있다. 리 트란 디렉터는 “미국 기부자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 대사관에서도 한국 비영리 조직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 사업이 있다. 안보, 경제, 민주주의, 글로벌 코리아 등 네 개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최대 18만 달러(한화 약 2억 5000만원) 내외의 재정 지원을 한다. 다만, 미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등 프로젝트는 미국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 사회혁신가에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한 임팩트 창업가를 키우려면 온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사회혁신가에게 열린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험, 네트워크 등 자원을 공유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 루트임팩트가 2017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를 구축한 이유다. 째깍악어, 에누마 코리아 등 다양한 사회혁신 기업이 헤이그라운드에 둥지를 틀고 함께 성장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기 7월 23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 세미나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루트임팩트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허재형 대표는 “10개 남짓한 회사가 성수동에서 함께 시작했는데 10년 사이 커뮤니티 일원이 50배 넘게 늘었다”며 “현재는 ‘IP(Impact Philanthropy)1’ 기금으로 재무적 지원을 제공하고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IP1 기금은 김강석 블루홀(現 크래프톤) 공동창업자가 총 36억을 출연해 2022년 7월 조성된 기금으로, 비영리 조직에 제약 없는 자금과 맞춤형 성장을 지원한다.

장희수 OECD 정책연구원이 7월 23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 세미나에서 글로벌 사회혁신 트렌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글로벌 사회혁신 트렌드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장희수 OECD 정책연구원은 사회혁신과 관련된 법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 6월, OECD가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을 채택한 것도 법적 틀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희수 연구원은 “사회연대경제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면 시장 및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3 섹터뿐 아니라 민간 기업과 정부까지 사회적 책임을 조직에 내재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차례라고 말했다. 장희수 연구원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경우 민간 기업이 사회적 프레임워크를 도입해야 정부 조달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을 끝으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비영리 섹터의 전환을 열다’ 세미나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 중 가장 핵심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세 가지 주제를 골라 함께 논의했다. 지난 5월부터 ▲비영리 조직의 거버넌스와 재무적 책무성비영리 섹터의 환경과 생태계 ▲새로운 방식과 자원 활용을 다뤘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