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급변하는 인도적 위기 대응하려면… 법 개선, 예산 확대 시급”

KCOC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

글로벌 NGO 관계자·전문가 등 참여
“인력 양성하고 현장서 활약하려면
재원 확보 방안 필요”

2조8700억원. 국내 NGO가 지난 10년간 대규모 자연재해, 분쟁·갈등 현장에 투입한 금액이다. 인도적 지원을 받은 인구는 약 2915만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식량위기 등으로 인도적 지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전 세계 인구수는 지난달 21일 기준 3억600만명으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국제구호활동 관련 법·정책이 인도적 지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이 공동 주최한 ‘KCOC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KCOC Humanitarian Policy Forum)’에서 남상은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실장은 “정부는 인도적 위기 대응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인도적 위기를 ‘대응’하고 ‘예방’하는 통합적 활동의 근간이 되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사회가 충분히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COC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이 열렸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포럼에는 200여 명의 국내 NGO 관계자,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KCOC 제공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COC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이 열렸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포럼에는 200여 명의 국내 NGO 관계자,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KCOC 제공

KCOC는 국제구호개발 NGO들의 성과와 개선 방향 등을 공유하기 위해 2014년부터 매해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급변하는 인도적 위기와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 이경주 KCOC HnD사업부장은 지난 10년간 NGO들의 구호활동 성과를 발표했다. KCOC가 인도적 지원 사업 보유 기관 1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NGO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는 70국이 넘는다. 이는 2012년 기준 33국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부장은 “NGO의 강점은 현장 접근성과 독립성, 신속성”이라며 “현장의 풀뿌리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이 어렵고 취약한 곳에서 활동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남상은 실장과 현미주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남 실장은 급증하는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통합적 법률과 이행 구조 마련 ▲인도적 지원 예산의 양과 질 개선 ▲민·관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살펴보면 너무 협소하거나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취약 지역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인도적 지원 예산 편성 문제도 짚었다. “올해 전 세계 인도적 지원 요구액은 전년 대비 22% 상승했지만,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규모의 상승폭은 3.6%에 불과했습니다. 인도적 지원 수요 증가에 맞게 예산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에 현미주 과장은 “한국의 인도적 지원 정책과 법이 미흡하다는 것, 예산 편성·집행에 제한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의 내년도 예산 목표가 긴축 재정이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 부문에 대한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세션 발제자로 나선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도 인도적 지원에 할당하는 예산 확대와 민·관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유연하고 혁신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NGO들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면서 “외교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글로벌 NGO 관계자들 200여 명과 오지철 KCOC 회장, 이철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 등이 참여했다. 이철 심의관은 “외교부는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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