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구호활동에 나선 NGO들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현지 시각)부터 한달간 우크라이나 민간인 10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어린이는 90명이다.
사태 초기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 보호에 집중하던 NGO 활동은 우크라이나 내부에 머무는 국내 피란민들 구호로까지 확대됐다. 굿네이버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정부·기관과 협력해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레니(Reni)·킬리야(Kiliia) 지역의 피란민 아동 가족에 밀가루·파스타·캔 식품 등의 긴급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니 지방정부로부터 항생제·소염제·아스피린·붕대 등의 필요 의약품 목록을 받아 지원물품을 준비 중이다. 굿네이버스는 “현지 제약 도매상과 연계해 약품이 우크라이나 내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는 현지 버스업체와 협업해 아동과 난민들에 운송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의 국경 지역인 이사체아(Issacea)에서 갈라치(Galati) 행, 부쿠레슈티(Bucuresti) 행 버스를 하루에 2대씩 지원한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 주를 침공해 이사체아 국경을 통한 난민 유입 증가 가능성이 커졌다”며 “버스 운송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150만 달러(약 18억 3100만원) 규모의 모금액을 통해 피란길에 오른 아동·난민뿐만 아니라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아동과 지역주민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쟁 지역의 구호활동의 중심에는 아동이 있다. 월드비전은 국경 지대에 아동친화공간 2곳을 운영 중이다. 9일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인 후시(Husi) 지역을 시작으로 11일 시레트(Siret)에도 아동친화공간을 조성했다. 아동친화공간은 아동이 놀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조성된 임시 캠프다. 월드비전은 15개를 추가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미하엘라 나바르 루마니아월드비전 회장은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 옷, 심지어는 반려동물까지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급박한 상황은 아동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며 “특히 피란과정에서 목격한 싸움·분쟁상황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3일 기준 우크라이나 국외 피란민은 36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유니세프는 국외 피란민 중 150만명 이상이 아동이고 이들이 인신매매·착취 등을 당할 위험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체 아동 수는 750만명이다. 이번 사태로 아동 5명 중 1명은 난민으로 전락한 셈이다.
엘리너 몬비엇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대륙사무소 총책임자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은 아동기에 보장받아야 하는 삶과 미래를 도둑맞았다”며 “아동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피란한 아이들의 인신매매·폭력 착취 등을 우려해야 하는 현실은 정말 참담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동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지원은 유니세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 13개 지역에서 원격 교육을 재개했고, 현지 NGO와 협력해 100개의 이동형 교사 팀을 구성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유치원 플랫폼을 개설해 유아들에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유니세프는 아동의 건강·영양을 보호하기 위한 구호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내 아동을 위한 항생제와 기본 의료 키트를 지원했다. 각각 9000명분, 5000명분이다. 또 17개 지역에 생수 2만9440L, 기저귀 544개, 손소독제 128개 등을 전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약 한 달간 8000명의 우크라이나 피란 아동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국경 교차 지점 9곳에서 피란민을 위한 지원센터와 아동친화공간을 운영하며 의복·유모차·젖병·장난감 등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 리투아니아에서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소개하는 안내소를 운영 중이다. 또 리투아니아 내 10개의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re)와 협업해 피란민에 긴급 지원, 탁아·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아동을 돌보고 기르는 어린이집이다.
폴란드 국경 지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아동보호활동을 시작했다. 피란 아동이 가족을 잃어버린 경우 추적시스템을 이용해 재결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구호 캠프 내에는 모성보호공간(Mother Baby Area)도 조성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