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금
미국의 에너지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최근 주목받는 탄소 활용 스타트업 중 하나다. 트웰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혼합된 합성가스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합성가스는 다양한 제품의 원료가 된다. 트웰브는 지난해 미 공군과 함께 합성가스를 활용한 제트 엔진의 연료 ‘E-jet’ 생산에 성공했고,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판가이아(PANGAIA)’와 함께 포집 탄소를 활용해 만든 렌즈를 사용한 선글라스 제품을 출시했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포집된 탄소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 개발을 마쳤고,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갬블(P&G)의 세제 브랜드 타이드와 탄소를 활용한 세탁 세제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독자적인 탄소 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Utilization)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항공기에 사용하는 연료에서부터 선글라스와 신발, 주류와 같은 일반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제품까지 포집된 탄소를 활용해 상용화에 성공하며 CCU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CCU는 발전, 산업 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전환해 잠재적 시장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CCU 시장은 2020년 기준 28억달러(약 3조3246억원)로 추산되며 2026년까지 49억달러(약 5조8212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클린테크그룹(Clean Tech Group)은 탄소 활용 스타트업에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5억5000만달러(약 6500억원)가 투자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이뤄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트웰브는 지난해 7월 ‘카프리콘 테크놀로지 임팩트 펀드’ 등으로부터 5700만달러(약 6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니컬러스 플랜더스 트웰브 CEO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연료를 개발했고, 연료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타트업 ‘에어컴퍼니(Air Company)’는 탄소중립 제품인 ‘에어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다. 곡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시키는 기술 덕분이다. 에어컴퍼니는 “기존 방법으로 보드카를 생산할 때 한 병당 13파운드(약 5.9㎏)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에어 보드카는 탄소 발자국이 없다”고 설명했다. 깔끔한 맛으로 호평을 받은 에어 보드카는 타임지 선정 ‘2020년 100대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집 탄소로 드레스와 신발 등을 생산하는 곳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 ‘란자테크(LanzaTech)’는 CCU 기술로 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해 의류 생산 원료를 조달한다. 지난달 ‘자라(ZARA)’와 함께 탄소로 만든 파티 드레스를 출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스위스의 프리미엄 러닝화 브랜드 ‘온(On)’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란자테크는 탄소로 만들어낸 에탄올로 신발 깔창의 원료인 에틸렌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 CCU 기술의 경우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을 발표해 2030년까지 14개 CCU 상용 제품을 개발하고 2040년까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충청북도에서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메탄올·수소 등 청정 연료를 생산하는 실증 사업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윤여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CCU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원료 수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탄소를 활용해 만든 제품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