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워드
아동이 후보자 추천하고 투표하고 시상하는 ‘아동권리 시상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한국 정부의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일 서울 마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아동권리 시상식 ‘초록우산 어워드’를 개최했다. 행사는 유튜브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초록우산 어워드는 아동권리 증진에 큰 역할을 해 준 후보를 아동들이 발굴하고 직접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상 부문은 ▲인물 ▲미디어콘텐츠 ▲법제도 ▲기업·단체 ▲물건·공간 등 5개다. 부문별 후보군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129명으로 구성된 아동심사위원단이 추렸다. 심사 기준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54개 조항에 따른 아동권리증진 기여도다. 지난 7월 위원단은 지역별 토론을 통해 후보별 공적 사항을 검증하고 최종 후보군을 가렸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하랑(13)군은 “아동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결과까지 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시상식은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즐겁게 참여했다”고 했다. 투표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국에서 총 2783명의 아동이 투표에 참여했다.
인물 부문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수상자는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다. 오 박사는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등에 출연해 아동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 역할과 아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부문별 상 이름도 아동이 직접 작명했다. 아동이 정한 인물 부문 상 이름은 ‘우리들의 우상’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오은영 박사는 “사회나 국가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그들을 어떻게 존중하는가에 따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과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뿌듯하고, 앞으로 삶을 다할 때까지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 권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육아 전문가들이 부모들에게 맞춤형 육아 설루션을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도 미디어콘텐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박민이(13)양은 “영화나 TV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 등에서 아동을 소재로 다룬 영상은 많지만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춰 평가했을 때 상을 줄 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법제도 부문에서는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친권자 징계권(민법 제915조) 삭제’가 꼽혔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수상자로는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신현영, 양이원영, 황보승희, 전용기 의원이 선정됐다. 아동심사위원단은 “이번 법 개정으로 아동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어떤 이유로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신채니(13)양은 “법제도 후보군을 선정하기 위해 아동권리를 보장하는 우리나라 법제도와 정책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기업·단체 수상자는 초등학교에서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진행한 ‘풀무원’으로 결정됐다. 풀무원은 어린이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무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교육은 물론 디즈니·쥬니어네이버·키자니아 등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교육 프로그램에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횡단보도에서 아동의 교통안전을 지키는 ‘옐로카펫’도 물건·공간 부문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가 이를 쉽게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 바닥 또는 벽면을 노랗게 표시하는 교통안전 설치물이다. 지난 2015년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처음 설치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업무협약과 전용권설정계약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전국에 설치된 옐로카펫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0개를 넘겼다. 아동심사위원단은 “단순히 옐로카펫 설치라는 결과가 아닌 설치물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참여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행사에서 수상자들에게 전달된 트로피도 아동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녹색 손전등을 형상화한 모양의 트로피를 디자인한 박찬목(12)군은 “아동들의 꿈과 권리와 희망을 손전등처럼 밝고 환하게 비춰준 분들을 환한 손전등으로 표현해봤다”면서 “손전등 안의 ‘초록우산’ 모양은 아동들이 비를 맞을 때 막아주는 우산처럼 듬직한 어른들을 생각하면서 그렸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