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사 도쿠운인이 도쿄대가 발행한 ESG채권 구매에 나서면서 종교계의 ESG투자 참여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일본 도쿄도 아키루시에 위치한 선사 도쿠운인이 도쿄대가 발행하는 ESG채권 ‘도쿄대 FSI’에 투자자로 나섰다고 밝혔다. 도쿄대 FSI채권은 지난해 10월 16일 도쿄대가 학교법인 설립 사상 최초로 발행한 ESG채권으로 ‘제1회 국립도쿄대학법인도쿄대학채권’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도쿄대는 채권 발행 목표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연구하고, 안전·스마트·포용 원칙에 맞는 캠퍼스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권 규모는 200억엔 (약 2000억원)이며 이율은 0.823%, 회수일은 2060년 3월 19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야마모토 유잔 도쿠운인 주지는 “장기 저축으로 적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 신도들이 낸 돈을 예적금으로만 보유하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걱정이 있었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면서도 종교 후원금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쓸 수 있어 이번 ESG채권 구매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도쿠운인은 이번 ESG채권 구매로 인한 수익을 장기적인 선사 유지보수 등에 쓸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쿠운인과 같이 ESG투자에 나서는 종교 단체가 최근 2년 사이 일본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일본에서 ESG투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주요 투자처로 부상한 영향이 크다. 2020년 일본 ESG채권 발행 총액은 2조1800억엔(약 21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68% 증가했다. 특히 인구 감소로 종교법인 신도 수가 줄면서 종교 단체들이 경영난에 빠졌다는 점도 종교계가 투자에 뛰어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 정부통계종합창구(e-Stat)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전체 종교 법인 등록 신도·교인 수는 약 19% 감소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종교계의 ‘윤리적 투자’ 참여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마 교황청은 ‘바티칸과 함께하는 포용적 자본주의 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해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BP, 듀폰,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했다. 같은 시기 미국 투자사 스리번트 파이낸셜도 루터교도가 중심이 된 ESG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일본 노무라 증권 관계자는 “수익은 줄고 일반 국채와 예적금 이율이 떨어지면서 신도들이 낸 돈의 운용을 고민하는 종교계가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자금 운용 방식이나 투자처 선정에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ESG펀드로 종교계 돈이 몰리는 것”이라며 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흐름과 맞물려 일본에서도 종교 법인들의 ESG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