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스쿨’ 1기 본사 탐방기
라이언 겔러트 CEO “불완전함 인정하고 더 나은 실험 해라”
기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기업의 책임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특별한 배움터가 마련됐다.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의 ‘파타고니아 언패셔너블 비즈니스 스쿨(Patagonia Unfashionable Business School, 이하 파타고니아스쿨)’이다.
파타고니아스쿨은 미국 본사의 공식 인증을 거쳐 설립된 교육 과정으로, 단순한 ESG 평가 대응이나 규제 회피를 넘어 ‘기업이 어떻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파타고니아 고유의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2024년 탄생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 담당 임원인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가 직접 교장을 맡아 커리큘럼 구성에도 개입했다. 스쿨 설립에는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장,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 서진석 이노소셜랩 이사,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현 김앤장 사회가치혁신그룹장) 등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미국 벤투라의 파타고니아 본사를 찾아 기업 운영 철학을 조사한 뒤, 한국 기업 환경에 맞는 ‘환경 중심 경영 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1기 모집에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CSR·ESG 실무자 62명이 지원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와 함께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독후감을 제출해 1차 서류 심사를 받았고,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8명이 선발됐다. 합격자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이케아코리아 등 대기업의 ESG 담당자는 물론, 친환경 농업회사와 파타고니아 협력 의류업체 등 다양한 배경의 실무자들로 구성됐다.
1기 교육 과정은 2024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진행됐다. 정기 수업은 총 12회로,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 철학, 재생·순환 경제모델, 행동주의 기업 전략, 그린워싱의 위험 등의 주제를 다뤘다. 모든 수업은 특강과 독서 발제, 토론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후 올해 4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벤투라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본사 탐방이 이어졌다. 10일간의 현장 방문에서 교육생들은 파타고니아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 CEO부터 전 CEO 크리스 톰킨스(Kris Tompkins)까지 10여 명의 핵심 인물을 인터뷰하며, 파타고니아의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 환경 중심 경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1기 교육생 가운데 한 명인 박지원 삼성전자 DS 지속가능경영사무국 담당자는 지난 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파타고니아 책임경영 심포지엄’에서 그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본사 방문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더욱 힘쓰기 위한 동력을 얻었다”며 “체인지메이커들이 힘들고 두려울 때 서로 연대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안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 파타고니아 CEO
“파타고니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불완전하지만, 사회에 깊이 헌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이상 환경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고 마주보는 것, 그리고 더 나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 것. 지금 당장 이해받지 못할 선택일지라도 누군가는 계속 시도해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그 길을 걷는 중이다.”
크리스 톰킨스(Kris Tompkins) 파타고니아 前 CEO
“비즈니스와 환경 활동 사이엔 ‘균형’ 같은 건 없다. 결국 선택만 있을 뿐이다. 기업인으로 머물지, 그 이상이 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에서 내부 활동가로서 나 자신의 가치관으로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나아왔더니 지금의 삶을 만들었다. 완벽한 균형점을 찾으려 애쓰지 말라.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자리에서 바로 행동을 시작하는 것. 헌신은 생각이 아니라 실행에서 나온다.”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 前 파타고니아 환경·참여 부문 부사장
“내 인생을 설명하는 두 단어는 ‘끈기’와 ‘호기심이다. 이중에서 끈기는 단순히 오래 버티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파타고니아의 원웨어(OneWear) 프로젝트도 초반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끈기 덕분에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보태며 완성됐다.”
한스 콜(Hans Cole) 파타고니아 환경 캠페인 총괄 이사
“기업 연합이 움직이지 않을 때 필요한 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성공’ 하나다. 그 작은 성취가 신뢰가 되고, 신뢰가 더 큰 연대를 부른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싫어한다. 그래서 일단 한 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작은 행동을 해본 기업만이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다. 파타고니아가 환경 문제를 조직의 대전제로 둘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장소를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