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사회혁신발언대]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정기부금 추천 ‘적신호’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얼마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주무관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지정기부금 기간 만료로 재지정을 신청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받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부자들은 경비처리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조합은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부금을 돌려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관의 내용상 협동조합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지역사회 문제 해결, 사회서비스 사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성 요건으로 수입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만 요구한 것에 비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만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위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4), 그 밖에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5)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사업 유형 구분이 제5호로 돼 있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5호 사업은 제1~3호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기 위한 규정이다. 5호 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면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위 사업을 지정기부금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는 이렇게 경직돼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주무관청의 해석과 달리 법인세법시행령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제1~3호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주 사업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정관에 근거가 있고, 이를 수행하기만 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임을 주무관청에 설명했다. 다행히 위 조합의 경우 제5호 사업을 주사업으로 하지만, 1호 사업도 수행하고 있어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만약 어떤 사회적협동조합이 주된 사업에 집중하고자 그해 제5호 사업만 진행했다면 어떻게 될까. 지정기부금단체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3호 중 하나의 사업을 수행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이 취소될 것이다. 한 번 취소되면 3년 동안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지 못한다. 또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시 정관에 제5호 사업만 규정했다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더라도 지정기부금단체가 되지는 못한다.

협동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주된 이유는 세제혜택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의 공익성 검증도 까다롭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상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 요건과 법인세법상 지정기부금 요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법 개정은 언제나 뒤에 오고 제재는 당장 닥치는 법이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지정기부금 요건에 대한 상시 점검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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