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부도덕한 경영? 비도덕적 경영?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부도덕한 경영? 비도덕적 경영?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지속가능경영 및 ESG 관련 조직을 갖추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전체 운용자산 7522000억원 중 약 60%에 달하는 450조원에 대해 ESG 원칙을 적용해 투자키로 결정했다. 여러 자산운용사도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책임(CSR)을 잘 이행하는, 일명 ‘착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산업계와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창립한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포럼’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지속가능경영, ESG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은 미국 경제학자인 하워드 보웬(Howard R. Bowen) 1953년에 출판한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도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몇 가지 주장이 있었지만, 하워드 보웬으로부터 CSR의 개념이 정립됐다는 게 통설이다.

이후 다양한 개념으로 정의되던 CSR 1979년 캐롤(Carroll. B. A)이 기업의 성과에 대해 작성한 아홉 페이지의 짧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캐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임의의 책임이라고 정의하며 CSR의 개념을 발전시켰지만, 마지막 ‘임의의 책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1991년 마침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재정의한 논문 ‘CSR의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이행하는 방식은 회사의 규모와 경영진의 철학, 기업 전략, 산업 특성, 경제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경영진에게 CSR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제공한 것은 분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논문의 부제다. 캐롤은 ‘CSR의 피라미드라는 제목 아래조직 이해관계자의 도덕적 경영을 위해’라는 부제를 달았다. CSR에서 이해관계자와의 도덕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캐롤은 이해관계자를 기업 소유주, 고객, 임직원, 지역사회, 경쟁자, 협력회사, 시민사회, 공공 등으로 정의했다. 또 ▲부도덕한 경영(immoral management) ▲비도덕적인 경영(amoral management) ▲도덕적 경영(moral management) 등 세 가지 도덕 유형을 나눠 어떻게 기업 경영을 하면 좋을지 방향을 제시했다. ‘부도덕한 경영이란 이미 나쁜 일임을 인지했음에도 비윤리적인 일을 하는 것이고, ‘비도덕적인 경영’은 위험성을 알지 못한 상태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등 비윤리적인 일을 한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경영’은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을 다하며 기업을 도덕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기업이 ‘도덕적 경영’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캐롤은 ‘경영진의 모범을 통한 리더십’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덕적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의 일방적인 CSR 활동이 아닌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관계와 상호 참여가 중요하며,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되 도덕적 경영의 수준은 가능하면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기대는 ‘좋은 사회(good society)’를 실현하기 위해 경영진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열망과 갈망이라고 설명하며 캐롤은 연구를 마무리한다.

지난 9 1일부터 24일까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참석한 ‘소셜밸류커넥트 2020(SOVAC)’이 진행됐다.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경영진의 모범을 통한 리더십’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또 삼성그룹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영진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경영’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고, LG그룹은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구인회 창업주의 철학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CSR은 기업 내 작은 부서의 업무 정도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지속가능경영, ESG 등이 유행하면서 이들의 근간이 되는 CSR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CSR의 구루인 캐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경영진의 솔선수범을 통한 리더십 하에 도덕적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다.” 이때의 도덕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덕과 악덕을 분간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도덕적인 경영진이 많아지길 바란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한양대·이화여대·명지대 겸임교수)

 

▶오늘의 논문

– Carroll, Archie B (1979), A Three-Dimensional Conceptual Model of Corporate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Oct79, Vol. 4 Issue 4, p497-505.

– Carroll, Archie B (1991), The Pyramid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Toward the Moral Management of Organizational Stakeholders, Business Horizons, Jul/Aug91, Vol. 34 Issue 4, p39-48.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