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22일 이틀간 제주 서귀포시 히든클리프 호텔에서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Asia Impact Nights)’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임팩트나이츠는 국내 임팩트투자사인 디쓰리(D3)쥬빌리파트너스가 지난 2016년부터 개최하는 임팩트투자 포럼이다. 임팩트투자는 재무적 성과 외에 빈곤이나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중요한 성과로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 올해 포럼은 ‘자연생태계 관련 임팩트투자’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틀간 열린 포럼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참석한 125명의 임팩트투자자와 소셜벤처 관계자, 엑셀러레이터가 참여했다.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미디어파트너로 참여했다. 포럼 현장 기사와 기조연설을 맡은 애니 첸 RS그룹 회장 인터뷰 기사에 이어, 섹션별 주요 연사 세명의 이야기를 전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 릴레이 인터뷰] ①마이크 벨링스 아쿠아스파크(Aqua-Spark) 대표
아쿠아스파크는 지난 201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양식업’ 전문 임팩트투자사다. 마이크 벨링스는 아쿠아스파크의 공동창립자 겸 대표다. 그는 네덜란드 최대의 통신 산업 전문 잡지 ‘코넥시에(Connexie)’를 창업했고 핀테크, 소프트웨어, 유기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 2011년 기존에 하던 사업을 접고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아쿠아스파크’를 창업했다. 마이크 대표는 “양식업은 지속가능성이 곧 수익이 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 양식업 전문 임팩트투자사…사업성과 사회적 가치 모두 잡는다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는 임팩트투자사라는 것이 신선하다. 아쿠아스파크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양식업 분야의 소셜벤처에 투자한다. 비동물성 양식 어류용 먹이나 인근 해양 오염을 최소화하는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면서도 건강한 양식 어류를 길러내는 회사 등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네덜란드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태국, 캐나다 등 전 세계 24개 소셜벤처에 투자했다.”
―왜 양식업 분야를 택했나?
“’해양 생태계 보호’와 ‘건강한 먹거리의 지속가능한 공급’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데다 수익성도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어획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양식업은 지난 20년간 가장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분야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UBS에 따르면, 전체 어류 소비량 중 양식 어류 비율이 1990년 18%에서 2014년 50%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수가 줄기도 했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양식 물고기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다. 바닷물고기들은 뭘 먹고 자랐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해한다.”
―’해양 오염’과 같이 더 큰 분야를 다룰 수도 있을 텐데, 양식업으로 특정한 이유가 있나.
“양식업은 유전학, 동물복지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거대한 산업이다. 친환경·고효율 양식장 개발, 폐기물 처리 기술, 어류 질병 예방이나 영양 상태 관리 등 다양한 전문 기술이 포함된다. 사회적 가치와 사업성을 갖춘 기업을 찾아내고, 이들이 튼튼하게 성장하도록 도우려면 투자사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 분야에 관심갖는 투자자들이 많나?
“현재 24개국에서 148명의 투자자가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고, 계속해서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쿠아스파크의 전체 투자 자본금 규모는 비공개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최소 100만 유로(약 1억3000만원) 이상 투자를 받고 있다. 환경 보호나 먹거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해양 관련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길 원하는 패밀리오피스들이 많다. 투자자들은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그 분야 산업이 성장하고, 그게 결국은 자신의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아쿠아스파크는 오는 2030년까지 15억 유로(약 1조 9490억원)의 투자 자본금을 유치해 80여곳의 소셜벤처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추세대로면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투자처로는 육지 양식업에 필요한 물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 회사 몰로피드(Molofeed), 아이슬란드의 친환경 양식업 회사인 마토르카(Matorka), 창업 초기 단계 양식업 분야 소셜벤처를 투자·육성하는 해치(Hatch) 등이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재무 성과도 높아
―창업 5년차인데 투자한 곳이 25곳이 안 된다. 포트폴리오가 적은 것 아닌가?
“우리는 아주 엄격한 투자 기준을 갖고 움직인다. 사회적 가치 등 미션이 확실해야 하고, 기술력과 사업성이 뚜렷해야 한다. 창업 초기가 아니라 수십억원 규모의 시리즈A 이후 투자를 주로 진행한다. 사업 모델이 만들어진 기업에 투자해 잠재력을 키워내는데 집중하는 투자사다. 쉽게 말해, 좋은 일을 잘할 준비가 된 곳을 찾는다.”
―초기 창업팀 육성도 임팩트투자에서는 중요한 영역 아닌가?
“한 회사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지 않겠나(웃음). 임팩트투자 생태계 자체가 커지면서 역할이 세분화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함께 일하던 펀드매니저가 지난해 독립해 양식업 분야 창업 초기 소셜벤처 육성기관인 ‘해치(Hatch)’를 세웠다. 초기 창업팀은 해치가, 그 이후 살아남은 기업은 우리가 큰 규모 투자로 스케일업을 돕는다.”
―‘좋은 일을 잘해야 한다’는 철학도 흥미롭다.
“세상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기업가가 되기로 했다면 분야를 치열하게 파고들어 성과를 내야 한다. 나 역시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면서는 아주 냉정하게 사업 모델을 분석했다. 투자자나 인큐베이터도 마찬가지다. 사회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기업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면 결국은 자원이 낭비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 능력이 뛰어난 기업을 알아보고 키워내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인큐베이터도 분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
―사회 문제 해결 의지는 뛰어나지만 사업성이 없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고 이해해도 무방한가.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좋은 일을 하니까 조금 서툴러도 된다는 생각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가려 내나.
“보통 한 달에 50개가 넘는 팀을 만나는데, 나를 포함한 내부 심사위원과 분야 전문성을 가진 외부 심사위원이 함께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달성하려는 사회적 가치가 분명할 것, 건강한 먹거리 공급에 기여할 것, 기업 활동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명확한 사업 모델과 기술력을 갖출 것 등이 기준이다. 투자자를 받을 때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투자 자금이나 이익의 단기 환수를 원하거나, 우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이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투자해달라고 요구하는 투자자들과는 함께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그걸 받아들이나?
“우리 기준을 못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우리 말고 다른 데 투자하면 된다(웃음). 이건 우리의 대원칙이다. 투자자에게 우리의 투자 방침에 전적으로 따를 것을 요구하는 대신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상세하고 투명한 재무 상태, 사회적가치 보고서를 분기마다 제출한다. 예를 들어 양식장이라면 물고기를 얼마나 얻었고, 상태가 어땠는지 하는 것까지 매우 투명하게 쓰여 있다. 투자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돈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신뢰를 갖게 된다.”
―투자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투자는 돈을 세상에 흘려보내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도구일 뿐이다. 기업가, 자산가, 육성기관, 연구자들을 서로 연결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연결과 흐름을 생각하면 좋은 투자를 하게 된다. 내 목표는 더는 ‘임팩트투자’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 날이 오도록 하는 것이고, 그런 날이 머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마이크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상업 투자와 임팩트투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만 살아남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팩트투자는 수익성이 낮다는 건 이미 낡아버린 생각입니다. 이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투자자·기업가·인큐베이터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면 분명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재무적으로도 성과가 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각자의 위치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잘 해낼까’하는 거죠. 세상은 준비가 되었으니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 낼 것!’ 제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
[제주=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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