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현장 달군 5人의 ‘말말말’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포럼 현장. ⓒ루트임팩트

“청년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 일자리는 사회적인 문제이기 전에 일상과 맞닿아있는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있지만, 오늘은 이렇게 큰 주제들보다 좀 더 작은 차원의 이야기, 일하는 개인과 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가 제3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의 포럼 행사 시작을 알리며 말했다. 루트임팩트는 2017년부터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이른바 ‘체인지메이커’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올해 주제는 ‘일 하고 싶은 자, 일 하고 있는 자, 일 하기 싫은 자’. 초점은 ‘일’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에 맞춰져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과 커리어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취지다. 특히 올해는 28~29일 이틀에 걸친 포럼을 비롯해 30여 개 소셜벤처가 참여한 잡 페어(job fair), 소셜벤처 실무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 미팅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특별 강연자로 나선 유튜브 크리에이터 태용과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를 비롯해 비영리단체·소셜벤처·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밀레니얼·Z세대가 생각하는 일의 의미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방식 ▲일의 지속 가능성 등 세 가지 주제의 토론에 패널로 참여했다.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 중 커리어로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들을 정리해봤다.

빈다은 뉴닉 공동대표

빈다은 뉴닉 공동대표. ⓒ루트임팩트

“뉴닉은 밀레니얼·Z세대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사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매체다. 창업을 결정할 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선택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택했다. 사실 처음부터 ‘나는 회사를 세워 대표이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창업자가 ‘우리나라에 없는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을 때,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처음 뉴닉 콘텐츠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솔직히 부끄러웠다. 내가 봐도 전반적으로 어설펐고, 친구들도 ‘너 왜 이런 걸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그래도 ‘이거 괜찮다’ ‘계속 해봐라’하며 관심을 보여준 한두 명에게 힘을 얻어 이 수치스러운 시기를 넘겼다. 또 생각해보면 100명 중 100명이 전부 ‘좋다’ ‘괜찮다’고 하는 건 남들 다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란 뜻일 수도 있다. 꿋꿋이 버텨온 끝에 현재 뉴닉은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에 5만 명이 구독하는 매체로 성장했다.”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 ⓒ루트임팩트

“딸아이가 소아암 치료 과정에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게 됐다. 아이가 휠체어 생활을 하다 보니 온갖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통로 개선 기금 마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교통 약자 환승 안내지도를 만드는 ‘협동조합 무의(無意)’를 만들었다. 또 몸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옥션’ 플랫폼 안에 장애인을 위한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코너 ‘케어플러스’를 열어 집안에 설치할 수 있는 휠체어 전용 경사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입을 수 있는 유니버셜 의류 등을 판매했다.

한편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따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서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펀딩 프로젝트로 알게 된 소셜벤처의 제품을 케어플러스에 들여놓거나, 무의 프로젝트로 알게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이베이코리아의 홍보 영상 제작을 맡기는 식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가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적·공적 영역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다 보니 이것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 마치 눈덩이가 점점 불어나는 것처럼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태용

유튜브 크리에이터 태용. ⓒ루트임팩트

“국내외 혁신 기업, 소셜벤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뛰어들어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면서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배우고 싶어 시작한 1인 프로젝트였다. 에어비앤비, 구글 등 잘 나가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혼자만 듣는 게 아까워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게 업(業)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스타트업 창업 경험과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나만의 독창적인 관점이 ‘스타트업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갖게 해준 것 같다.”

원부연 음주문화공간 기획자

원부연 음주문화공간 기획자. ⓒ루트임팩트

“오랫동안 광고기획 일을 하다가 직장인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내 이름을 따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원부’, 또는 ‘원 없이 부어라’의 약칭으로 ‘원부술집’을 열었다. 한데 여자가 술집을 한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누가 무슨 일 하느냐고 물으면 ‘술집을 한다’고 대답하는데, 그러면 상대가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 도대체 뭐가 죄송한 걸까. 결국 사회적 통념이 문제인 것 같다.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니던 여자가 왜 술집을 하지?’ 이런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사업 전선에 뛰어들면 남자고 여자고 없다. 시장은 ‘정글’이다. 생존만이 문제다.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 시도하지 않은 것을 열심히 찾고 있고, 또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일을 하니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일만 생각하는데도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김하나 스리체어스 CCO

김하나 스리체어스 CCO. ⓒ루트임팩트

“스리체어스는 청년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을 운영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스리체어스에 오기 전까지는 기자로 일했다. 십여년 전 작은 신문사에 입사하면서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당시엔 주류 신문사에 들어가지 못해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직장이 평생의 커리어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도 또 다른 단추를 찾아 끼우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청년들이 다양한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어떤 단추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는 우선 나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 하기 싫지만 참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글로 써보길 권한다. 이렇게 나를 분석하다 보면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또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하며 시야도 넓힐 수 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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