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길을 묻다]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주인의식 갖춘 ‘주민 협의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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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길을 묻다] ⑤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끝>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국토를 생명처럼 한 몸으로 봐야 해요. 손발이 저리면 머리도 아파지잖아요? 지금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있어요. 머리에 피가 쏠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역은 혈액순환이 안 되다 못해 소멸 위기예요. 시골 마을은 사라지고, 중소 도시의 원도심은 죄다 비어 있고…. 이대로 두면 대가리만 남아요. 이게 다 개발 시대의 후유증인데, 이젠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가 없어요.”

정석(57·사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지난달 20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석 교수에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요건을 물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개발 시대의 종말과 재생 시대의 도래를 이해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접어든 우리 국토, 작게 작게 고쳐 채워야

“과거 개발 시대에는 사람이 도시에 몰렸어요. 몸으로 치면 청년기 같은 거죠. 사람이 도시로 밀어닥치니까 건물도 시설도 빨리 만들어야 했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택, 공원 등을 뚝딱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니죠. 인구가 줄고, 경제도 호황이 아니에요. 중장년기에 접어든 셈인데,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재생 시대인 겁니다.”

정석 교수는 발언에 조건을 달았다. 재생이 옳고 재개발은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것. 현 상황에서 내린 진단이다. “재개발도 장점이 있죠. 우선 공공이 투자하기 유리합니다. 민간을 끌어들여서 공원이나 주민 시설 같은 부대시설을 짓고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을 수 있어요. 세수도 늘고요. 정치인들에게는 표로 이어질 텐데요.(웃음) 이게 공공 영역이 가난했을 땐 맞는 방식이죠.”

정 교수 말에 따르면, 재개발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사업이다. 그는 개발 시대를 ‘크신재(크게크게, 신개발, 재개발)’, 재생 시대를 ‘작고채(작게작게, 고치고, 채우는 방식)’라고 표현한다.

“시골 마을이나 지방 소도시, 원도심 지역의 공통점은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젊은 사람이 없어요. 아무리 기반 시설을 세우고 해도 일하는 청년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입니다. 예를 하나 들게요. 신혼부부가 살기 좋으려면 아이 키우기 좋아야 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공동 육아 같은 게 필요해요. 상가 건물 하나를 공동체 주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작업장도 만들고, 세차장도 만들고. 일자리도 필요하죠. 재래시장에 가게 열어주고 청년 상인을 키워보는 거예요. 클래식을 테마로 잡는다면 연주자를 초대해서 지역에 살게 하고요. 공연도 열고 하는 거죠.”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청년을 지역으로… 일하는 방식 바꾸면 마을 바뀐다”

수도권 편중 문제를 풀고 도시를 재생하려면 지방으로 청년을 보내야 한다. 정 교수는 “우리보다 앞선 경험을 한 일본을 보자”고 말했다.

“일본에는 ‘지역부흥협력대’라는 게 있어요. ‘지역을 살리는 대원’이라는 뜻입니다. 연봉 200만~300만엔 수준의 준공무원 신분으로 지역 소도시에 내려가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게끔 돕는 제도예요. 최장 3년까지요. 청년들을 억지로 보내는 것 같지만 참여율이 상당하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현재 5000여 지역부흥협력대원은 일본 1000여 지방자치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대원의 70% 이상이 20~30대 청년이다. 남녀 성비도 6대4로 엇비슷하다. 이들은 지역에 내려가 주거지를 이전하고 지역 브랜드, 지역 특산품 개발, 농림수산업 종사 등 지역 협력 활동에 집중한다. 현재 임기 종료 후에도 약 60%의 대원이 활동 지역에 뿌리내리고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제주도 3분의 1 크기의 아와지섬에서는 지난 4년간 ‘일하는 형태 연구섬’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 청년들을 유입시켰다”고 말했다. “지역일자리라는 게 단순히 관광업을 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대도시에서 건축, 기획, 예술, 디자인 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취·창업 컨설팅을 하고 가업 수준의 일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이게 일본 후생성 지원 사업이었어요. 행정기관이 주도할 필요는 없어요. 개인이 갖는 두려움을 불식하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정 교수는 도시재생의 이상(理想)과 함께 현실적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도시재생 사업이 아무리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해도 자본과 정치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며 “자본은 어떻게든 이익을 내고 싶어 하고,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은 다음 선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주인의식을 갖춘 주민 협의체가 필수입니다. 주민 스스로 움직여야 해요. 내 몸 건강도 내가 지켜야 하듯이요. 지역 주민들이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지만, 몇 년 뒤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면 한 방에 거덜날 수가 있어요. 주민 협의체를 만들어서 소통하고 협의해야죠. 그렇게 5년 정도 지나면 도시재생 사업지 곳곳에 청신호가 들어올 겁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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