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사회 혁신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리빙 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일상 실험실’ ‘살아있는 실험실’로 풀이되는 리빙 랩은 정부·민간기업·시민사회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서비스·시스템·제품 등을 개발하는 모델을 가리킨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의 안에서 실험들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 리빙 랩의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2006년 ‘리빙랩유럽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 EnoLL)’의 출범을 계기로 스마트시티 건설, 미래형 인터넷 환경 구축,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리빙 랩 프로젝트들이 실행됐다. 핀란드에서는 2013년부터 헬싱키 외곽의 쇠락한 항구지역 ‘칼라사타마’를 디지털 기술과 재생 에너지로 무장한 미래 도시를 만드는 ‘스마트 칼라사타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칼라사타마 주민 3000여명 중 3분의 1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기차 공유 시스템, 이웃 간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식재료 공유·교환 서비스 등 다양한 사회 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또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이노베이션 클럽’에서는 시 공무원을 비롯해 스타트업·비영리단체·연구소 등 민간 조직과 칼라사타마 시민이 함께 프로젝트 계획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리빙 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6년 시작된 ‘아이스케이프(iSCAPE)’ 프로젝트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 영국 길드포드, 이탈리아 볼로냐, 독일 보트롭, 벨기에 하셀트, 핀란드 반타 등 유럽 내 6개 도시가 협력한 사례다. 도시마다 들어선 리빙 랩에서는 시민과 정부, 대학 등이 함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대기 오염·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제고 ▲도심 내 녹지 조성 등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개의 도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성과를 공유하며 꾸준히 상호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들어서부터 사회 문제 해결, 과학기술의 사회적 활용 등을 목표로 여러 리빙 랩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서울시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관계자와 IoT 전문가, 시민이 머리를 맞댄 ‘북촌 IoT 리빙랩'(2015) ▲서울혁신파크와 소셜벤처·주민 모임·비영리단체 등 6개 팀이 협업해 100일 동안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한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2016) ▲사회문제 발굴부터 해결까지 시민이 주도하는 행정안전부·희망제작소의 ‘국민해결 2018 프로젝트’(2018)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 리빙 랩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2019년 정부혁신 6대 역점 분야’를 발표하며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리빙 랩’ 방식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발굴부터 해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주민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국민이 주인’인 포용국가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