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유기… 동물들의 비명에 기부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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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물 관련 모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형 동물 보호 단체는 물론 소규모 단체, 개인들까지도 방송, 유튜브, SNS 등을 이용해 모금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기 동물·동물 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동물 모금에 지갑을 여는 이들도 많아졌다. 아픈 강아지의 사진과 사연이 업로드되면 금세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리면서 모금이 완료된다.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는 단체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모금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동물 모금이 가장 ‘핫’하고 성과가 좋다”는 말까지 돈다.

◇온라인 중심으로 동물 보호 단체 모금액 증가

국내 최대 온라인 기부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에 공개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주요 동물 보호 단체의 온라인 모금액은 대형 비영리단체들에 견줄 정도였다. 현재 해피빈에 등록된 동물 보호 단체 중에서 모금액 규모가 큰 빅3는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다. 기존 모금액 랭킹 1위였던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박소연 대표의 ‘동물 안락사 논란’으로 탈퇴 조치됐다. 이 단체들의 모금액 순위는 등록된 전체 단체 3262개 중에서 각각 8위, 11위, 4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지난해 해피빈에서 총 2억3300만원을 모금했다. 총 11개의 모금함에서 평균 1160만원이 모였고, 1년간 상시로 열어 두는 기본 모금함에도 약 1억원이 쌓였다. 카라의 모금 총액은 1억6400만원이었고, 기본 모금함에는 7700만원이 들어왔다.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는 지난해에만 모금함 45개를 개설했다. 한 달에 많게는 6개 모금함을 열었는데도 평균 172만원씩 모였다. 조성아 해피빈 서비스실장은 “이용자들이 확실히 동물 보호 단체들의 모금함에 관심과 기부 니즈가 많다”며 “해피빈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 보호소나 젊은 층이 모이는 커뮤니티 등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 ‘동물판 빈곤 포르노’ 여전히 성행 중

‘동물은 모금이 잘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단체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게시하며 모금을 하기도 한다. 케어 사태 이후 이 같은 ‘동물판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반려동물협회는 동물이 처한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동물판 빈곤 포르노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케어가 지난해 7월 공개한 경기 하남시 개 농장 긴급 구조 영상을 보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한 개의 사체를 아무렇지 않게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나온다. 좁고 지저분한 철장에 개 수십 마리가 갇혀 몸부림치는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케어는 이 영상을 내세워 후원 캠페인을 진행했고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매월 1000만원대에 머물렀던 케어의 온라인 모금액은 영상 공개 2개월 후인 9월 4450만원으로 4배 급증했다.

케어 사태 이후에도 동물판 빈곤 포르노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일부 동물 보호 단체 홈페이지나 모금 사이트에 접속하면 부패하거나 불에 탄 동물 사체, 깊은 상처가 훤히 드러난 동물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도 맞아서 장기가 제 위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망치로 맞아 눈알이 나오고 머리가 깨졌다’ 등 피해 상황을 상세히 묘사한 문구도 많다. 돼지 살처분이나 개 도축 장면 등을 담은 영상도 있다. 조성아 실장은 “동물의 환부를 적나라하게 찍은 사진은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며 “단체에 이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알리고 있지만 완벽히 규제할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자극적 메시지는 한계 분명… ‘모금 가이드라인’ 마련 나서야

국제구호현장에서는 일찍이 빈곤과 질병을 부각하는 모금 방식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모금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1990년대부터 주요 국제 구호 NGO들은 빈곤국 사람들의 모습이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기부 금품 후원 광고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이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2000년대에 들어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동물 보호 단체들 사이에서는 아직 이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그동안 단체들이 성장 국면에서 후원 유치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모금 방식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모금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며 “구호 활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 없이 감정적 호소만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단체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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