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르완다 커피, ‘쏘 머치(so much) 마싯써요!”

르완다에서 온 베스틴(왼쪽)과 조시아스는 르완다 커피 농부들이 땀 흘린 만큼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커피 산업에 뛰어든 청년 활동가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르완다 커피 공정무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바라봄사진관/나종민

쌉싸래한 첫맛 뒤로 부드러운 신맛이 퍼졌다. 고소함을 얹은 은근한 달콤함도 느껴졌다. “르완다 커피는달콤한 감귤(sweet mandarin)’ 맛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커피를 내려준 르완다 청년 조시아스(36)가 설명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베스틴(31)이 서툰 한국어로 한마디 거든다. “르완다 커피, 쏘 머치(so much) 마싯써요!

지난 달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카페쇼의 아름다운커피 부스에서 만난 조시아스와 베스틴은 르완다 커피는 이웃나라 케냐, 에티오피아 못지않게 맛과 품질이 우수한데도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두 사람이 장장 19시간 비행기를 타고 르완다에서 한국까지 온 이유도 르완다 커피를 알리기 위해서다. 커피 농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르완다 커피 시장의 문제점을 지켜봐 온 조시아스와, 여성 커피농부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 커피 산업에 뛰어든 베스틴은 현재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르완다 커피농부들이 공정무역으로 정당하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에게 르완다 커피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카페쇼’의 ‘아름다운커피’ 부스에서 조시아스(오른쪽)가 직접 내린 르완다 커피를 관람객에게 권하고 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쌉싸래한 맛 : 커피농사 풍년에도 농부들은 빚쟁이 되는 씁쓸한 현실

보통 커피는 1년에 한 번 수확합니다. 문제는 수확한 커피 생두를 유통업체에 팔면 유통업체는 생두를 가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최소 6개월 후에나 대금을 지급한다는 거죠. 농부들은 커피 열매를 팔아도 바로 돈을 받지 못하니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도 없고 생계도 어려워집니다. 하는 수없이 유통업체로부터 커피 농사에 필요한 자금을 아주 높은 금리에 대출 받는 경우가 많아요. 악순환입니다.”

조시아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르완다 커피농장의 현실을 설명했다. 대학원에서 공공보건을 전공하고 13년 동안 보건 분야에서 일하던 그가 커피 산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2010년 고향의 커피농부 15명과 쿠카무(COOCAMU) 커피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악덕 기업들 말고 새로운 해외 구매처를 찾아 저희 커피를 직접 판매하는 게 최우선 목표였죠. 해외 구매처와 직접 투명하게 거래해야 공정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베스틴도 이미 르완다 커피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아닌, 다양한 해외 구매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왜곡된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했다. “르완다 노동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 중 60%가 커피 농사를 짓습니다. 지금처럼 일부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농부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부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할 거예요.”

 ◇부드러운 신맛 : 공정무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다

2017년 여름 르완다를 방문한 아름다운커피와 만난 쿠카무 커피협동조합원들. ⓒ아름다운커피

작은 협동조합이 직접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건 쉽지 않았다. 조시아스는 해외 구매처를 찾아 백방으로 뛰었지만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2016년 한국의 공정무역 지원단체인 ‘아름다운커피’가 커피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르완다에 방문한 것. 조시아스는 아름다운커피 팀에게 쿠카무 협동조합 커피를 소개했고, 2017년부터 정식으로 아름다운커피에 커피 원두를 납품하게 됐다. 첫 번째 해외 거래 성사였다. “정말 엄청난 기회(chance)라고 생각했어요.” 조시아스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올해 영국의 유통업체 두 곳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어요. 아름다운커피와의 거래가 좋은 이력이 된 덕분입니다.”

쿠카무 협동조합은 국제기준의 공정무역 인증(certification)을 받았다. 반면 르완다의 다른 소규모 커피협동조합이나 개인 농가는 대부분 품질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베스틴은 “르완다에서 커피 공정무역이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건 농가들이 공정무역, 유기농(organic) 등 국제적인 인증을 받도록 돕는 지원책이라고 했다. “각종 행정 절차도 복잡하고, 무엇보다 인증을 받기 위해 필수로 갖춰야 할 위생·관리 시설 등을 마련하는 것도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이죠. 아름다운커피 같은 공정무역 단체가 중간 지원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아름다운커피는 현재 르완다의 뷔샤자(Bwishaza), 기시타(Gishyita), 카로라(Karora) 협동조합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은은하게 달콤한 맛 : “맛있는 르완다 커피, 세계 입맛 사로잡을 것

아름다운커피는 지난 가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아름다운커피 르완다센터’를 열고, 국내 사회적기업 ‘키자미 테이블’과 협업해 르완다 커피를 선보일 카페 겸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공감아이/임종진

아름다운커피는 지난 9월 국내 사회적기업 키자미 테이블과 협업해 르완다 수도 키갈리(Kigali)에 르완다 커피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겸 카페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커피가 지원하는 4곳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원두를 조합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조시아스는 “4곳 협동조합의 농장이 모두 르완다에서 가장 품질 좋은 커피가 나는 키부(Kivu) 호수를 둘러싼 지역에 있어 품질은 최고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4곳 농장들이 각각 다른 지역에 있어서 풍미도 조금씩 달라요. 레몬 맛, 감귤 맛, 오렌지 맛….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고 싶지 않으세요?” 베스틴도 거들었다. “키부 호수 주변은 화산토 지역이라 무기질이 풍부하고, 고도도 1500m 이상이라 커피 재배하기에 아주 적합해요. 게다가 모두 농약이나 화학 비료가 닿은 적 없는 천연 유기농토랍니다. 이 땅의 기운을 품은 르완다 커피에서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나요.”

조시아스와 베스틴은 “아직은 해외에 르완다 커피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과 품질로 승부한다면 자신있다”고 말했다.  조시아스는 “공정무역을 통해 르완다 커피 농부들이 가난의 고리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베스틴은 “여성 커피농부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커피 농사에서 여성 농부들은 많이 소외돼 있어요. 실제 노동량은 여성이 더 많은데도 소득은 남성보다 적죠. 아름다운커피와 손잡고 여성 농부들이 재배한 커피로 만든 여성의 커피(women’s coffee)’ 브랜드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여성 농부들이 키운 커피의 맛, 기대해주세요.”

아름다운커피는 베스틴과 함께 르완다 여성 커피농부들이 재배한 커피로 만든 브랜드 ‘여성의 커피’를 내년에 선보일 에정이다. ⓒ공감아이/임종진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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