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 ‘지정기탁금 이월금’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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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기부한 지정기탁금의 ‘이월금’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모금회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이월금 여부와 잔액을 명확하게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것. 여기서 이월금은 지정기탁금을 기부받은 단체가 사업비로 쓰고 남은 금액을 뜻한다. 이 잔액은 모금회의 회규에 따라 1년 동안 보관 후 기부자가 사용처를 정하지 않으면 모금회의 일반기탁금(용처를 지정하지 않고 일반 사회복지사업에 쓰이는 기부금)으로 전환된다.

더나은미래가 모금회에 지정기탁금을 내고 있는 주요 기업 9곳을 취재한 결과 상당수의 기업 관계자들이 “모금회로부터 사업 종료 후 이월금 여부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A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3년 전 기업 사회공헌 파트너 비영리단체에 모금회를 통해 지정기탁금을 전달하고자 했는데, 사업비가 부족해 지난 기부금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다 이월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모금회에 확인하니 그제야 이월금 규모와 일반기탁금으로 넘어간다는 걸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Getty Images Bank

기업들이 지정 기탁 사업을 하고 남은 총 이월금의 규모는 얼마일까. 모금회는 매년 50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는 공익법인이다. 2016년 기부금 5742억원의 약 42%를 지정 기탁 사업비로 사용했다. 특히 모금회는 기업 기부금 시장의 ‘공룡’으로 2015년 전체 기부금의 70%인 약 4084억원을 기업으로부터 받았다. 모금회에 ‘기업들의 지정기탁금의 연간 총이월금 규모’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업마다 사업 기간이 달라 이월금 발생 시점도 제각각이라 추산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9곳 기업 취재 결과 이월금은 기부금 규모에 따라 기업 당 작게는 몇십만원부터 크게는 몇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평균 5억~6억원을 모금회에 기부하는 C기업의 이월금 추산 규모는 2000만~3000만원가량. C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사업결과보고서를 직접 확인하면서 이월금을 지정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소통해왔다”면서 “담당자가 먼저 챙기지 않는 이상 모금회가 이월금 규모 및 처리 방식에 대해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도 이번에 이월금의 일반기탁금 전환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H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월금이 일반기탁금으로 들어가느냐” “이월금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냐” 재차 물어보기도 했다.

사전에 이월금 사용처와 관련해 모금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도 있었다. 모금회 상위 기업 기부금 10곳 중 한 곳인 L기업은 2015년부터 지정기탁서를 쓸 때 ‘이월금은 기존에 기부하던 단체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해당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는 “이월금 사안을 모금회 측에서 먼저 알려준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사업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규정을 만든 것”이라면서 “사회공헌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체크하면서 챙겨야 한다”고 했다.

ⓒpixabay

이월금 논란과 관련해 모금회는 “지정기탁서에 ‘기부금 집행 잔액이 발생할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 성금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정기탁서는 기업들이 기부금을 낼 때 작성하는 것으로 사업 시작 전에 제출하는 서류다. 그리고 “사업 종료 후에는 사업결과보고서에 사업비 잔액 항목을 포함해 기업에 메일로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월금이 일반기탁금으로 전환돼 모금회 운영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연말에 편성되는 일반기탁금과 달리 이월금에서 전환된 일반기탁금은 연중 상시 창구를 달리해 관리하며 일반 사회복지사업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월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모금회 예산으로 집계되는 총 이월금 규모를 알 수 없고, 이월금 사용처도 알 길이 없다. 이월금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정권에서는 모금회의 이월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금회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4대 중증 질환 전액 보장’ 사업 중 ‘중증 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에 전년도 모금액 이월금 중 29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후원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의 정치적 공약 사업에 민간 기부금을 사용했다는 논란을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모금 기관이자 법정 기부금 단체인 모금회가 투명성에서 여타 비영리단체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이월금 항목들에 각각 주석을 다는 등 기부금의 드나듦에 꼬리표를 달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금회는 “이월금 절차 안내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면서 내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기업 기부자와의 좀 더 명확한 소통과 이월금 전자 안내 시스템 등 개선된 고지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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