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글로벌 기업들, 반부패 경영에 앞장서는데… 한국은 준비됐나?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 포럼’ 발족

지난 2013년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병원들에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6년간 약 5000억원의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GSK는 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중국지사장 등 고위 관리자들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그해 중국 내 GSK의 매출은 약 3400억원 줄었고, GSK는 중국 내 판매직원 수를 2000명가량 감원하며 불법 리베이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GSK를 포함해 지멘스(Siemens), 케펠(Keppel), 우버(Uber) 등 굵직한 다국적기업들의 부패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반(反)부패 경영’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영국과 미국, 중국, 프랑스 등 국가들은 강력한 반부패법으로 칼날을 빼들었고, 기업 부패 방지 경영 시스템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37001도 등장했다.

정부도 지난 18일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기업 준법경영시스템(Compliance system) 실효성 확보’ ‘기업 반부패 경영 지원 및 책임성 강화’ 등으로 투명한 경영 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포럼’ 발족식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맨 앞줄 가운데)과 여야 국회의원 등 참석 내빈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19일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학계와 국제기구가 한데 모인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 포럼’이 발족했다. 이날 포럼은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발족식을 갖고 기업 반부패 경영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권미혁·박찬대·임종성·제윤경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참여한다. 이 행사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한국투명성기구가 주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와 딜로이트 코리아, BSI 코리아가 후원했다.

전문가들은 “부패를 줄이기 위한 기업 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와 토론 좌장을 맡은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을 존중하는 ‘인권경영’과 함께 공익 제보자 보호, 기업 준법경영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기업의 준법·윤리적 경영을 도울 준법지원인을 두고 부패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자산 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준법지원인을 선임해야 하지만, 여전히 대상 기업의 41%(2016년 기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 추세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은 1년간의 파일럿을 통해 기업이 부패 행위를 자진 신고하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준법경영 프로그램 마련 등 사후 조치를 하면 최대 양형 기준 벌금을 하한선의 5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를 정식으로 채택했다. 이은경 UNGC 책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는 기업들에 제3자인 사업 파트너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도 요구하는 추세”라며 “최근 FCPA가 과징금을 부과한 상위 10개 기업 중 50~60%가 사업 파트너로 인해 문제가 생겼던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반부패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책임투자(SRI)가 제시됐다. 양춘승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는 “중국 GE는 칭화대 거버넌스 센터 등 관련 학계를 지원하면서 반부패 관련 입법 활동에 힘을 보태고, 담당 정부 부처와 꾸준히 교류하고 윤리 세미나를 후원하기도 했다”며 “투자 분석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고,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패한 기업과의 연루를 배제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이용하는 것도 반부패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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