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직격인터뷰] 27년 코이카 역사상 첫 시민사회 출신 이사, 송진호 경영기획이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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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basic,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겠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코이카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이미경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혁신을 강조했다. 이미경 이사장은 취임 후 9일만에 내외부 인사 15명으로 구성된 코이카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10가지 중점 과제도 도출했다. 모든 공공 데이터의 전면 공개, 노동자 이사제 도입,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패러다임 대전환, 감사실장∙해외 사무소장 등 개방형 직위 10%로 확대, 여성임원 및 보직자 5년내 50% 수준 달성, 평화·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 주류화…  대대적인 체질개선안이 과제에 담겼다 ☞코이카 혁신 로드맵 현장 기사 읽기 

문제는 실행이다. “진심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의 방증(傍證)일까. 지난 2, 송진호(55) 전 부산 YMCA 사무총장이 코이카 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0여년 한평생 시민사회와 국제개발의 접점에서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오던 그가 우리나라 무상원조 방향키를 좌우하는 코이카 이사로 선임된 것. 시민사회 출신이 이사로 선임된 건 27년 코이카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직위는 ‘경영기획이사’. 기획·인사·홍보·예산 등 조직의 ‘핵심’ 살림살이를 챙기는 자리다(코이카는 경영기획이사, 사업 및 파트너십 등을 담당하는 사업개발이사, 지역사업이사, 글로벌사업이사까지 총 4명의 상임이사를 두고 있다).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혁신을 반대하는 것보다, ‘나 하나쯤이 무슨 세상을 바꾸느냐’고 생각하는 패배주의 ‘셀프디스’가 더 힘 빠진다. (중략) 혁신의 시작은 이사장이 열 수 있지만 혁신의 완성은 내부 임직원에게 달렸다. 답습과 추종을 깨고 혁신 게임을 시작하자. (2월 19일 송진호 이사 취임사 중)

패기 넘치는 언어로 지난 2월 이사직을 시작한 송 이사를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코이카 본부에서 만났다“한평생 공격수만 하다 수비수가 되다 보니, 신입사원 마음으로 배워가는 중이라는 그는 1986년부터 32년간 YMCA 국내외 연맹,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등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조현호 C영상미디어 기자

코이카 27년 역사상 시민사회 출신 이사로는 처음이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취임사를 세게 했다. 저를 아는 사람들도뭘 그리 서두르느냐, 그렇게 세게 할 것 뭐 있느냐고 하더라. 시민사회 출신이 처음이지 않나. 첫 물꼬를 튼 사람으로서 코이카와 시민사회 양쪽 모두에 책무감을 안고 있다. 이곳에서의 유통기한을 2년으로 잡으면 대략 100주다. 이미경 이사장을 도와 해야 할 일이 많다. 덕담 던지고 폼만 잡다 나갈 건 아니다. 기왕 왔으니 잘해야지. 요샌 한 달이 아니라 주 단위로 산다.

 ㅡ시민사회에서 30년을 넘게 있다가 정부 조직에 왔다. 양쪽의 언어가 분명히 다를 텐데.  

편하게 지를 때가 좋았다(웃음). NGO에선 정부를 상대로 비판만 잘해도 된다. 정부는 비판보단 대안을 모색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말의 무게감도 다르고 조심스럽다. 결정이 쉽진 않았는데, 공공부터 혁신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에 동의해서 지원하게 됐다. 시민사회와 정부 조직이 가지는 고유한 역할이 다르다. 한쪽에선 편하게 비판하고 다른 쪽에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결국엔 함께 가는 게협치.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역에서 또 다른 이들과 혁신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봤다.”

ㅡ취임한 지 두 달쯤 됐다. 그동안 받은 인상은 어떤가.

정부는 마냥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이곳에도 피 끓는 청년들,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문제는 일하는 방식과 위계 구조다. 처음 와서 제일 답답했던 게 간부회의였다. 이미경 이사장부터 자유로운 토론을 재차 강조하는데도, 정작 간부들은 수첩 꺼내 받아 적는데 바쁘다. 어떤 안을 제시할 때 되는 이유는 없고, 안 되는 이유는 3분에 20가지도 나온다. 예산·규정·법·관례 타령이다. 바빠 보이기만 하고 쓸데없는 일도 많다. 이런 걸 바꾸는 게 유통기한 2년짜리 이사가 해야 할 일이다.”

 ㅡ딱딱한 공공기관을 혁신하는 게 가능할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혁신에 대한피로증후군이 있다. 새로운 윗선이 올 때마다 이것저것 바꿨다. 고통만 가중되고 열매를 나눠 먹진 않았다.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은 가져가면서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더라.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혁신은 어디까지나사람이 중심이 된 혁신이다. 다만, 코이카 직원을 혁신의 대상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피 바람 부는 강압적인 혁신은 신속해 보일지 몰라도 절반의 혁신에 그친다.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와 아이디어가 들리고, 청년들이 자기 존재감을 찾아가며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일상을 보내는 조직에서 개인이 존중받고 상식이 통하면 그게 혁신이다. 불필요한 것을 뽑아내고 핵심만 남기는 마이너스로서의 혁신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ㅡ지난 2월 발표한코이카 혁신안을 두고 현장에선 “변화는 환영하지만 기본적인 수준”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혁신과제 실행 계획은 구체화됐나.

먼저 혁신안을 실행할혁신추진단을 꾸렸다. 10가지 중점과제를 단·중·장기 과제로 쪼개는 작업 중이다. 즉시 개선이 가능한 것은 바로 실행한다. 영수증으로 현장을 괴롭힌민간경상보조금문제도 즉시 해결할 과제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보조금방식을 다시 출연금으로 전환하되,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근로자 등 차별이 있는 노동요건을 개선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장기적으론 인사 틀을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할 것이다. ‘미투(#MeToo)·위드유(#WithYou) 센터를 설치했고, 조직 내 젠더 감수성도 높여갈 것이다. ‘인권 경영 컨설팅도 받기로 했다. 또 혁신안에서도 명시했듯 개인이나 국가안보를 제외하고 모든 공공데이터는 공개할 것이다. 현재 아카이브 작업 중이다.”

ⓒ조현호 C영상미디어 기자

ㅡ혁신안 중 하나는 시민사회와의 협업 강화다. 그러나파트너십에 있어 공공과 민간의 온도 차는 여전해 보인다.

시민사회와 정부가 참 가깝고도 멀었다는 걸 들어와서 재확인했다. 내가 속했던 YMCA에선 코이카와 오랜 기간 동티모르에서 피스커피 공정무역 사업을 했다. 개인적으론 오랜 파트너 기관 출신이라고 생각해 자랑스러웠는데, 직원 내부 익명게시판엔코이카 하도급업체 사람이 이권관계를 보고 코이카로 온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있더라.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코이카에서 은연중에 흐르던 관행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으면서, ‘코이카가 갑질한다는 구체적인 성토까지 나왔다. 이제는 정말 파트너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어차피 코이카 혼자 할 수 없다. 획일적인 원조 모델만 답습할 게 아니라면, 다양한 주체와 협업해 상상력을 담아내야 한다.”

ㅡ파트너십 예산을 5년 내 2배로 늘린다고 했지만, 지금도 전체 예산의 고작 0.1% 수준이다.

“예산 자체보다도 협력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푸른아시아란 단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몽골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그간 민관협력실과만 교류했지 코이카 내 기후변화실과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더라. 기후변화실에서도 태양광 기업이나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일했어도 시민사회와는 교류했던 적이 없었다. 민간 파트너와의 협력을민관협력틀로만 묶어두는 게 도리어 촌스럽다. 경계를 없애고 모든 실에서 파트너로서 민간과의 접점을 늘려갈 거다.”

ㅡ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협력 모델이 있나.

세월호 이후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인데 적절한 안전 네트워크가 없다. 코이카와 시민사회, 기업까지 3자가 사회적인 협약을 맺고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기업에서 연탄봉사나 김장김치 자원봉사를 하는 대신 전사적으로 국제 기준에 맞는 안전대응 교육을 받게 하는 거다. 만약 포항에 지진이 나면 포항 인근지점에서 재난 대응을 하면 되고, 국제재난 현장에도 갈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 분쟁 및 자연재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피스윈즈코리아와 함께 논의 중이고, 코이카가 구심점이 되면 적십자나 119, 여타 비영리에서도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하나의 의제로 여러 주체가 협력해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고민 중이다.”

ㅡ정권을 거듭해 무상원조를청년 일자리와 결부시켰다. 무상원조와청년 실업문제를 엮는 걸 두고 비판도 많았다. 달라지는 코이카에선 어떤가.

그간 공적 자금을 투입해 청년을 해외로 보는 데 초점을 뒀다. 그렇게 잡히는 일자리 수치엔 허구도 많고, 경력도 단절된다. 해외 봉사단을 다녀와도 그걸로 끝이다. 코이카에선경력 사다리를 잇는 모델을 고민 중이다. 국민 세금을 들여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론 제한적이다. 한해 ODA 관련 조달시장 규모만도 200조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개발협력 생태계 내에 지금껏 생각지 못한 혁신적인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사회적경제와 국제개발의 접점에서 성공모델도 여럿 생겨났다. 여러 주체가 협력하고 의제를 융합하면 생각지 못했던 혁신적인 모델이 나올 수 있다. 그 시작으로 코이카 교육원 공간을 열고, 한양대·이대와 협력해 개발협력 분야에서 아프리카·아시아 등 해외로 진출하려는 청년 소셜벤처를 위한코이카 청년 혁신센터도 곧 개소한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실험실이 될 거다.”

ㅡ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코이카, 핵심을 꼽자면.

“우리가 보여줬던촛불정신이야말로 제2의 한류다. 과거 한국형 ODA잘살아보세라고 한다면 이제는인간답게 잘 살아보세가 돼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등 한국 시민사회가 성숙해 온 경험은 다른 이웃국가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가치다. 이런 가치를 조직 안팎과 ODA에 적용할 것이다. 둘째로청년정신’. 청년과 청년정신은 다르다. ‘아프니까 청춘같은 말이 아니다. 그냥 한세월 뒷자리 앉아있다 가는 곳이 아니라, 의제를 융합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는, 도전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예산만 단순히 집행하는노가다기관에 그치지 않으려면 코이카 스스로 공부하면서레벨을 높이고 자기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혁신의 게임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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