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 대대적인 혁신 시작될까… ‘혁신 로드맵’ 10문 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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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겠다. 혁신 로드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행과제를 만들어 실천하겠다. 독립 패널을 구성해 이행 과제가 잘 실천되는지 이사장부터 평가 받겠다. 새로운 코이카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한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변화가 시작될까. 지난 2일, 코이카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혁신 로드맵 발표회’를 열고 10대 코이카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에 따르면 코이카는 ▲감사실장∙해외 사무소장 등 보직 10%를 대외에 개방 ▲노동자 이사제 도입 ▲평화, 인권, 민주주의, 거버넌스 등 보편적 가치를 다루는 전담조직 신설 ▲여성임원 및 보직자 5년내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조직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의지를 내비쳤다.

KOICA 혁신로드맵 발표회에서 윤현봉 혁신위원장이 발표문을 읽고있다. ⓒ코이카

이번 ‘혁신 로드맵’은 지난해 12월 7일 발족한 ‘코이카 혁신위원회’에서 도출한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취임한 이미경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KOICA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코리아 에이드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지지와 신뢰가 추락했고, 이어지는 기관 내부의 각종 도덕적 해이 때문에 현장의 봉사자는 물론이고 임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취임 후 9일만에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혁신 로드맵 발표회에서 이 이사장은 “혁신위원들과 함께 모든 팀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혁신위원이 공개하는 모든 자료를 공개해 ‘파격적’이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코이카가 ‘진심으로 혁신한다’는 의지와 신뢰를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를 진심으로 혁신한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코이카

코이카 혁신위원회 15명 중 10명은 외부인사로 구성됐다. 혁신위원장(윤현봉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사무총장)과 간사(송진호 부산 YMCA 사무총장)를 비롯해 이태주 한성대 교수,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장, 이성훈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포럼(KoFID) 운영위원, 이현옥 연세대 교수,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등 그간 민간 개발협력 분야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민간 위원들로 구성됐다. 발표회 내용은 지난달 30일 KOICA 전직원이 참여한 ‘설명회’를 통해 내부 의견수렴 절차도 거쳤다.

우리나라 무상원조의 방향타를 쥔 코이카의 혁신,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까. 지난 2일 코이카의 ‘혁신로드맵 발표회’ 현장에서 소개된 ’10대 핵심 과제 및 세부 이행과제’의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코이카 10대 혁신 과제 ⓒ코이카

Q1. 최순실 미르재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제 2, 3의 국정농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막을 수 있을까.

“향후 미르재단과 같은 시도가 있을 때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혁신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주제였다. 코이카에서는 사업 심사 및 사업 선정의 독립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이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이사회의 책무성을 강화할 것이다. 이사진을 포함한 이사회에서 사업을 심의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이사장을 비롯, 상급 보직자부터 성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또한, 노동자 대표가 발언권 및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권 실세나 권력기관에서 원칙에 맞지 않는 사업을 지시했을 때에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를 갖출 것이다.”

Q2. 재발 방지를 위해선 사업 심의와 진행과정에서의 ‘정보 공개’도 중요하다. 코이카 ODA 사업에 관한 정보를 얼만큼 공개할 예정인가.

‘개인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이다. ODA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모든 데이터는 공공의 자산이다.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이나 진행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제외한 모든 데이터는 공개할 것이다. 현재 ‘투명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국제원조투명성기구(IATI)나 원조투명성지수(ATI)에서 평가 등급을 높이고 국제사회로부터 공신력을 확보할 것이다.”

Q3. 새롭게 혁신하는 코이카의 사업 선정 기준과 원칙·철학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평화, 인권, 민주주의, 성평등’ 같은 보편적인 가치가 코이카 사업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원조 철학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새롭게 혁신하는 코이카에서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성평등’의 가치를 주류화하고, 이를 모든 사업과 전략의 기준이 되는 ‘대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지표를 구체화할 것이다. 물론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전환을 잘 이뤄내는게 ‘혁신위원회’의 과제이자 목표다. 이를 위해 학계나 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Q4. 인권, 성평등 같은 보편적인 가치가 코이카 조직 내부에도 적용될까.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 운영 및 문화를 개편할 것이다. 현재 35% 상당인 여성 임원 및 보직자 비율을 3년내 40%, 5년 내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부패나 비리,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즉시 시행하고, 윤리기준이나 계약규정 등을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장치와 공익제보시스템도 강화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한 ‘인권 경영’ 매뉴얼을 바탕으로 인권경영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것이다.”

Q5. 한국 ODA는 무상∙유상 원조기관이 구분돼있다. 특히 무상원조의 경우 41개 기관이 1132개 사업을 나눠 시행 중이다 보니, 효율성과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2018년 기준). 분절화 문제에 대한 혁신위원회의 입장은.

“원조 분절화 문제는 코이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 차원에서의 전향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ODA 분절화에 따른 비효율성 및 원조효과성 저해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OECD 등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부분인 만큼, 해결돼야 할 문제다. 코이카는 무상원조기관으로서 쌓아온 수십년의 사업 경험, 43개 현지사무소를 통해 축적한 정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ODA 노하우와 지식을 타 공공기관에도 제공하는 등 ‘발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Q6.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99번째 과제엔 ‘국익을 증진하는 경제외교 및 개발협력 강화’가 언급됐다. 혁신위원회에서는 ‘보편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면서도 ‘정부 대외정책과 맞춰가겠다’는 입장이다. 원조를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국익을 증진하는 것이 서로 배치되지는 않을까.

“꼭 배치되는 건 아니다. 그간 코이카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원칙’이 흔들렸던 적이 있던 건 사실이다. 국내 청년을 위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거나, 기업 진출에 더 중점을 뒀던 사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볼때 우리나라의 개발협력 ODA자금은 다른 원조공여국에 비해 액수도 훨씬 적고, 역사도 짧다.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려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위한다는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도주의 정신에 기초해서 인권이나 빈곤 해소, 성평등, 평화, 지속가능한 개발 등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때,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도 쌓이고, 장기적으론 기업 진출이나 국익에도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다. ‘사람이 먼저, 나라다운 나라가 먼저’라는 촛불정신의 가치를 원조에도 그대로 반영하겠다.”

Q7. 정권을 거듭해 무상원조를 ‘청년 일자리’와 결부시켰다.  개발협력 목표를 국내 ‘일자리 창출’로 보는 게 맞느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많다. 기존에 진행돼온 봉사단이나 인턴 제도를 진행하면서 이름만 ‘일자리 양성’으로 바꾸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현재 ODA 관련 조달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이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코이카 원조의 기본 철학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경력 사다리’를 만드는 것 역시 코이카의 역할이다. 과거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ODA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제기구·글로벌 NGO 등 다양한 개별협력 분야에 청년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혁신위원회 조사 결과 코이카 내부 인력 부족도 심각한 상태였다. 인터뷰 결과 1인당 7.2건에 달하는 사업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프로젝트 관리 기준(4건)의 2배에 가깝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뒷받침하는 인력이 없다면 ‘원칙’과 ‘기본’은 탁상공론에 그치기 십상이다. 3년간 코이카 현 정원의 50%를 충원하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Q8.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은 얼만큼 강화되는가. 

“현재 코이카가 대학이나 기업, 시민사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는 사업예산이 910억 상당이다. 5년내 해당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다. 또한 ‘갑을 관계’에서 탈피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파트너십을 맺는 협력관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다. 국제질병퇴치기금이나 GCF 이행기구 등 혁신적인 민간개발재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Q9. 전문적, 개방적인 조직으로 도약하겠다는 과제를 내걸었다. 창립 27년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10%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한다고 들었다. 외교부가 30%까지 외부 채용을 하는 것에 비해 적은 비율로 보이는데. 

“코이카와 외교부의 직무 구조상, 두 조직을 단순 비교하는 건 어렵다. 외교부는 별정직 등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직무가 상당부분 존재한다. 오히려 타 공공기관과 비교하는 게 적합하다. 기재부에서 공공기관에 5%의 개방형 직위를 권고하는데 비해 코이카의 10% 개방형 직위제는 전문 조직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근본적으로는 양적 비교보단 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미없는 자리를 개방해서 외부 채용을 한다면 숫자는 언제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이카의 경우 조직내 가장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직무의 핵심인 감사보직·해외사무소장 등의 주요 보직을 개방한다. 그 밖에도 ▲현재의 사업 유형별 편재에서 ODA 사업이 실제 이뤄지는 ‘지역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하고 ▲해외 파견인력 을 확대하는 등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전문 조직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10. 혁신 과제에 대한 이행률, 성과 등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독립 패널을 만들어서, 혁신위원회에서 도출한 이행과제가 잘 실천되는지 이사장부터 평가를 받을 것이다. 혁신 과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정확하게 평가를 받고, 이러한 결과를 코이카의 단기, 중기, 장기적인 운영 과제에 반영하겠다. 문제를 찾아내는 절차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러한 과정을 투명하게 정보 공개하겠다. 시민사회나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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