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역사 탐방·몽골서 봉사활동…세월호 아픔 딛고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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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수(가명·20)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학생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이겨냈지만, 조군은 이내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켰다. 늘 같이 등교를 하던 친구들도, 평화롭던 일상도 이제 없었다. 이제 원치 않는 관심에 상처도 늘었다. 그렇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기를 2년. 어렵사리 졸업식을 마친 그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방을 메고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갔다. 친구들을 떠올리며 곳곳에 노란 리본을 남기고 돌아온 날, 다시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단다. 그러나 조군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내 눈앞이 캄캄해졌다. 2년간의 학업 공백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진로 상담을 하고 싶었는데 찾아갈 곳이 없었어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조군은 단원고 졸업 후 구세군자선냄비본부(이하 구세군)로부터 장재혁(36) 튜터를 소개받았다. 평소 고민이었던 영어도 배우고, 대학 생활 노하우도 접했다. 장씨는 “관심사가 비슷해 금세 친해졌다”고 했다.

“마침 혁수가 역사학과를 선택해서 같은 과를 전공한 제가 도움이 많이 됐나봐요. 올해 여름엔 함께 경주로 역사탐방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하면서 실컷 역사 이야길 나눴죠. 이때 처음 세월호 이야길 들려줬어요. 어느새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습니다(웃음).”

이제 조군은 친구를 사귀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튜터형 덕분에 두려움 없이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단원고 졸업생들의 튜터가 되다… ‘새내기 꿈 공작소’

 

올해 초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구세군과 함께 해외 봉사에 나섰다. 지난 2월 15명이 캄보디아에, 8월 20명이 몽골에 다녀왔다. 사진은 몽골 봉사활동 때 사막에서 잠시 휴식을 보낸 참가 학생들 모습. ⓒ구세군

세월호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물품 지원부터 심리 치료까지, 수많은 복지기관과 봉사자들이 단원고를 다녀갔다. 구세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대학 생활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도 했다. 이에 구세군은 한 달간 학생들과 심층 면담을 통해 ‘새내기 꿈 공작소(이하 새꿈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사회 적응 프로젝트였다. 세월호 성금으로 모인 12억원이 씨앗이 됐다. 이종화 구세군 재난경험청소년지원팀 팀장은 “상담 등 정서 치유에 집중하는 기존의 재난 회복 프로그램과 달리, 새꿈소는 철저히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통합 치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새꿈소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치료 지원은 물론 일대일 튜터링, 대학 생활 멘토링,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서 인턴십을 해보는 직장 체험 등 ‘원스톱 프로그램’이다. 가족 힐링 여행, 국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생존 학생 75명과 가족들이 새꿈소와 함께했다. 학생 및 가족들에게 약 800건의 상담 치료가 제공됐고, 170명(51가정)이 가족 힐링 여행을 다녀왔다.새꿈소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점 이상.

새꿈소의 도전적 과제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는 세월호 생존 학생. ⓒ구세군

그중 가장 호응이 좋은 건 일대일 튜터링 프로그램이다. 구세군은 영어, 수학, 역사 등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을 가르쳐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대학에서 같은 학문을 전공했거나 유사한 진로를 가진 튜터들을 연결한 것. 일주일에 한 번씩 2년간 지속적인 튜터링이 이뤄졌다.

대학에서 응급 구조를 전공하고 있는 김미연(20·가명)양에게는 이지현(29)씨가 튜터로 매칭됐다. 김양은 현재 대학에서 응급구조 현장실습 교육 중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생명을 구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로를 결정했다. 외국어 능력이 탁월한 튜터 이씨는 김양의 영어 공부를 도와줬다. 평소 김양이 영어 원문으로 된 의학 서적을 어려워했던 것. 이씨는 “응급 구조에 필요한 자격증 공부를 함께 하고, 함께 공연도 봤다”며 “4월이 다가오면 그때의 아픔이 떠오른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는데, 새꿈소를 통해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이 전해져 아이들이 사회로 나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전과 나눔으로 트라우마 극복해

 

학생들은 튜터와 도전적 공동 프로젝트를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고소공포증이 생긴 송선아(20·가명)양은 튜터와 함께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났지만 용기를 내자 이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강기진(20·가명)군은 튜터와 함께 마라도에 가는 배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 사진만 봐도 움츠러드는 그였다.

강군은 “이제 바다 위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 같다”며 미소를 보인다. 자전거 마라톤 도전, 소백산 12㎞ 완주 등 튜터와 멘티의 색다른 도전이 이어졌다. 이렇게 목표를 달성한 프로젝트가 70여 개에 달한다.

몽골 한 마을의 벽화를 칠하고 있는 생존 학생들. ⓒ구세군

진로를 고민하던 이들에겐 직장체험이 큰 도움이 됐다. ‘도움을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며 사회적기업 창업을 결심한 학생도 있었고, 사고 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에겐 생활비 마련에도 보탬이 됐다.

나눔 활동도 생존 학생들에게 용기를 더했다. 올해 초 이들은 구세군과 함께 해외 봉사에 나섰다. 지난 2월 15명이 캄보디아에, 8월에는 20명이 몽골을 다녀왔다. 봉사활동 현장을 담은 사진전이 지난 2일 서울예술재단 갤러리에서 열렸다. ☞안녕하세요 사진전 보기

몽골 빈민촌 데이케어센터 봉사에 참여한 이지희(20·가명)양은 “봉사를 하면서 하늘나라로 간 친구 생각이 많이 떠올랐는데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는 것을 알면 뿌듯해할 것 같다”면서 “친구 몫까지 봉사를 하며 그동안 받은 사랑을 베풀겠다”고 전했다.구세군은 새꿈소 1기가 성공 궤도에 오른 만큼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존 학생들은 캄보디아 봉사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손씻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구세군

복원용 구세군 기업모금관리팀 팀장은 “국내에 재난 및 질병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청소년들과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현재 소아암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새꿈소 2기를 기획, 진행 중인데 지속적으로 수혜자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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