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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이호균 아동행복포럼,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서울시 인권위원) 등 6명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친화도시 심사위원은 공문을 보내, “유니세프 내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를 진행할 수 없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한국 유니세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유니세프 고위간부 S씨의 “영어하는 게 동두천 미군 접대부 같다” “허리가 가늘어서 애나 낳겠느냐” 등 성희롱 발언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위원회는 무혐의 결론을 냈으며, 문제제기한 팀장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세프측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보도로 후원자 이탈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어 해당 매체에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13일 더나은미래에도 같은 제보 메일이 도착했다. 비영리 고위간부로서 문제시될만한 S씨의 의혹을 담은 첨부파일 18건도 함께였다. 1300억원의 후원금을 다루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위상을 감안, 더나은미래는 추가 취재를 통해 사건의 쟁점을 되짚어봤다.
◇쟁점 1. 성희롱 무혐의 결론, 공정했나
유니세프에서 밝힌 성희롱 무혐의 결론 근거는 이렇다. ▲신고인이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이며 ▲사건 발생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신고가 이뤄졌고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반응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등이었다. 피해자측 주장은 상반된다. 피해자가 조사위에 보낸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피해 당일 자리로 돌아와 눈물을 쏟았고, 사내변호사는 ‘해당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확인했지만, 고위 간부를 상대로 성희롱 문제제기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그 즉시 신고하지 못했으며, 다른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전해 듣고 몇 달 뒤 용기를 냈다”는 등 상황을 상세히 진술한 자료가 있다. 하지만 재심요청은 기각됐다.
조사절차의 공정성과 관련, 유니세프는 “외부 법률 전문가를 포함한 독립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철저하게 조사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2명이 유니세프 현직 이사, 2명이 근로자 대표단이다. 유니세프 현직 리더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결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송상현(전 국제형사재판소장) 회장에게 사건이 처음 제보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조사위가 구성됐으며 결론까지 8개월이나 걸렸다. 피해자는 스트레스성 신체장애 증상이 심해져 지난 1월 병가를 냈으며, 조사기간 내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성희롱 조사는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유니세프 국제본부에서는 지난해 11월 ‘내부고발자 보호 절차’를 만들 것을 권고했으나, 지금까지 이 같은 절차는 갖춰지지 않았다.
◇쟁점 2. A팀장 해고, 왜 일어났나
유니세프는 A팀장 해고와 관련, S씨 퇴진을 위해 연판장 서명을 강요하는 등 집단적 행위에 대해 인사위원회가 해고를 의결한 것이라고 했다. 20년 이상 유니세프에서 근무한 A팀장은 왜 이런 행위를 한 것일까. 지난해 12월 A씨가 회장단 및 전 직원 앞으로 보낸 이메일을 보면, 고위간부 S씨가 2015년 한국 유니세프가 사무실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74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지인이 근무한 지점으로 대출을 추진하다 무산된 경위, 소개받은 지인을 사진촬영직원으로 채용할 것을 직원에게 압박한 경위 등이 나열돼있다.
하지만 메일 발송 사흘 뒤 S씨는 전 직원에게 담화문과 메일을 통해 “금리 입찰 절차 등에 혼선이 발생했던 것으로 최저금리로 낙찰함으로써 종결된 사안”이라며 무혐의를 주장했고, “A팀장이 회장단에게 메일을 보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치열한 내부 다툼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지난 11일, 송 회장은 전 직원에게 A팀장의 해고를 알리며 ‘하극상은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쟁점 3. 한국 유니세프 내부 ‘거버넌스(제도)’, 이대로 좋은가
한국 유니세프의 ‘리더십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여년간 조직을 이끌어오던 P부회장이 2대 사무총장과 갈등을 겪다 사무총장이 낙마한 적이 있다. 대행체제로 이뤄지다 이번에 외교통상부 고위 공무원 출신인 S씨 문제로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내부 고충처리 및 이사회를 견제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기 전엔, 비영리 리더십 리스크는 계속 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유니세프는 지난 20일 자로 ‘새로운 사무총장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나 내년 3월 S씨의 임기가 공식 만료되기 때문에, 4월부터 재직할 사무총장 공고는 이번 상황과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