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강 신현상 한양대 교수, 김남호 나인후르츠컴퍼니 대표가 말하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지난 11월 2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5번째 강의 현장.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이야기할 두 명의 연사가 초청됐다. 신현상 한양대 교수와 김남호 나인후르츠컴퍼니(9FRUITS&Company) 대표다. 신현상 교수는 마케팅 및 사회혁신 전문가로, 한양대 경영대학에서 사회혁신 랩(Social Innovation Lab)을 맡아 청년 사회혁신가 양성의 기반을 닦고 있다. 김남호 대표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마케팅을 선도해온 나인후르츠컴퍼니의 수장으로, 국내 최고의 코즈마케팅 전문가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공유가치창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하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 한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의 정규과정은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4주간 진행됐다.
◇이해관계자·환경·파트너십 생각하는 마케팅…신현상 한양대 교수
“고객 니즈(needs)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시장을 정의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자 가장 기본입니다.”
신현상 교수는 “마케팅의 키워드는 ‘고객'”이라며 ‘STP’로 마케팅을 정의했다. STP란, 나이·성별·교육수준·소비패턴 등 기준에 따라 고객을 묶는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이중 특정 소비자 그룹을 꼽는 ‘목표 시장 선정(Targeting)’,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4P(상품, 가격, 유통, 광고홍보)로 상품을 차별화하는 ‘포지셔닝(Positioning)’을 칭한다.
“테드 레빗(Ted Levitt) 교수가 1960년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처음 ‘고객 위주 마케팅’을 주장했고, 50년이 지난 지금은 소비자 뿐 아니라 내부직원·투자자·언론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기업의 평판)도 중요해졌습니다. 이후 이해관계자의 건강이나 행복 등 임팩트가 주요 성과지표가 되면서 비즈니스의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도 변화해왔다. 제품에 집중하던 마케팅이 고객으로, 또 관계 있는 이해관계자들로 옮겨갔다. 신현상 교수는 “2007년 미국마케팅협회(AMA)는 마케팅을 소비자·파트너·이해관계자 등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소통, 전달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며 “이때부터 미국에서는 마케팅의 목표 중 하나로 ‘사회 전반적 가치 창출’을 말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사회적 가치, 임팩트 등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임팩트를 보고 소비하는 ‘WE세대(WE generation)’,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하면서 특히 평판 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국내도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남양유업 갑질’ 등 그 영향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평판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신 교수는 ‘CSR’을 도구로 꼽았다. 그는 “CSR은 기업이 아이덴티티를 만들며 능동적으로 평판을 관리하는 도구”라며 “나쁜 평판을 가진 곳이어도 회사보다 CSR 임팩트를 드러내고, 5~10년간 꾸준히 쌓아가다보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마케팅이 4P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꾀했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People), 환경(Planet), 파트너십(Partnership)을 더해 7P로 임팩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도 방법이다. 신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유니세프와 브리티쉬 항공이 함께한 ‘Change For Good’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출국장이나 비행기 안에서 잔돈을 기부하면 변화를 만드는 좋은 일에 쓴다는 프로젝트로, 1994년부터 약 500억원을 모금했다. 그는 “이처럼 NGO와 협력하면 기업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진정성이 확보되곤 한다”며 “협력을 통해 임팩트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NGO, 정부기구 등 다같이 협력해 공동 아젠다를 설정한다면 ‘협력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 파트너십을 위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위한 자세, 언어 그리고 진정성이 필수조건입니다.”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향하는 마케팅…김남호 나인후르츠컴퍼니 대표
“코카콜라(coca cola)를 통해 경험하는 북극곰과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 등의 총합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가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를 익숙하게 경험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뒤이어 강단에 선 김남호 나인후르츠컴퍼니 대표는 브랜드를 ‘약속’이라 정의했다. 김 대표는 “브랜딩은 가치를 만들고, 사람과 관계 맺으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며 “브랜드 마케팅은 이러한 가치의 총합을 규정짓고 제안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브랜드가 약속하는 가치는 물질적인 데서 정신적 가치로, 결국 건강·안전·즐거움 등 생명을 부여하는 단어들로 나아갑니다. 결국 최종점으로 인간과 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내재적 가치와 만납니다.”
김 대표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삶 전체를 아우르는 근본적 문제 해결의 가치로서 제시될 때, 소비자는 (브랜드와) 깊게 관계 맺는다”며 “브랜드가 내재적 가치의 확장이 가능하게 되면 마케팅적으로 최고라 할 수 있고, 여기에 공유가치, 코즈마케팅 등 임팩트 비즈니스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자기 노출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가 왕’임이 증명됐습니다. 앞으로 마케팅은 ‘노출’과 ‘방해’가 아닌, 소비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있고 유용한 컨텐츠를 플랫폼에 담아 일상 속에 넣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할까. 앞서 신현상 교수와 마찬가지로, 김남호 대표 역시 ‘고객’에 맞춘 마케팅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로 바뀌며 댓글, 페이지당 머문 시간 등 소비자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많아졌다”며 “이제 가장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것은 ‘누가 이것을 왜 선택했는지’를 아는 것, 즉 ‘고객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의 순간(ZMOT·Zero Moment of Truth)’이 매장이 아닌 구글(Google)검색 창 앞이 됐습니다. 소비자가 돈을 주고 살 만한 재밌고 유용한 컨텐츠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창의적으로 내재적 가치를 발견하는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영역과 방법을 아는 마케팅 영역의 소통으로 마케팅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